지난 5년 동안 매달 15일은 ‘V’ 표시가 되어있었다. 그러나 오늘은 검정 볼펜이 아닌 빨강 볼펜으로 달력에 동그라미가 그려진 날이다. 만감이 교차한다. 중간에 조금 어려워져 중도해지하고 싶은 순간도 있었다. 하지만 5년 만기를 꼭 채우고 싶은 마음이 더 컸고, 난 나와의 약속을 지켰다. 손에 쥔 목돈을 어떻게 쓸 것인가. 차를 사거나 주식에 투자를 해 볼까? 그러나 이 적금의 용도는 애당초 정해져 있었다.
일터에서 매일매일 힘든 하루를 보내고 있는 17년 차 기자인 남편을 옆에서 보면 마음이 짠하다. 반복된 삶에서 벗어나게 해 주고 싶었다. 이런 문구를 읽은 적이 있다.
'학교 다닐 때는 입시를 준비하고, 대학에서는 취업을 준비하고, 회사원이 되면 결혼을 준비하고, 결혼을 하면 노후 준비를 하기 위해 태어난 게 아니다’
5년 전 이맘때, 나는 ‘행복을 내일로 미루지 말아야지, 지금 이 순간부터 행복해야 한다’고 마음먹었다. 우선 일주일에 한 번씩 주말여행부터 시작했다. 그리고 거창하지만, 세계 여행을 목표로 매월 적금을 부었다. 그렇게 총 60회를 채워, 오늘 은행에서 지급신청서를 작성했다. 막상 적금을 받으니 기쁘고 신기하고 또 보람도 생긴다.
이제 출발이다. 아직 실감은 나지 않는다. 첫 도착지인 프랑스 파리에 도착하면 실감이 나려나. 그래도 나의 버킷리스트 중 하나가 이뤄진 거 같아 크게 외치고 싶다. “해냈다!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