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아름다움
이 영화를 보게 된 것엔 이유가 있었다. 일드 <육왕>에서 낡은 버선회사의 사장 역을 연기하는 야쿠쇼 쇼지를 보고 소박한 동네 아저씨 역할에 너무 잘 어울린다는 느낌을 받은 적 있었고, 이후 퍼펙트 데이즈의 줄거리를 확인했을 때 야쿠쇼 코지가 청소부 '히라야마'를 연기한다면 최소 실패는 하지 않을 것이라는 계산에서였다.
히라야마는 중장년 독신의 화장실 청소부로 도쿄도의 화장실을 청소하며 생계를 유지한다. 이른 아침 일어나 면도와 환복 후의 아침식사는 자신의 맨션 앞 자판기의 BOSS 캔커피로, 점심은 편의점 샌드위치로 때우는 모습을 보이고, 이는 아침과 점심 고민할 필요 없는, 어떤 루틴처럼 보인다. 그렇게 늦은 오후까지 그의 하루는 의무와 숨돌림 속에 이어지고, 저녁식사 후엔 스탠드의 등을 빛 삼아 누워 책을 보다가 잠에 든다. 그리고 다시 이른 아침이 시작되면 면도와 환복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그런 그에게 있는 취미라고는 출퇴근 때마다 돌려듣는 카세트테잎 속 올드팝, 그리고 점심시간에 벤치에 앉아 오래된 카메라로 찍는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햇살 정도이다. 그리고 그의 하루 중 최고의 낙은 저녁메뉴를 선정하는 것. 얼핏 봐도 오래되어보이는 상점가의 정식전문점과 여사장이 운영하는 주점 사이의 고민.
누군가 그의 삶을 보며 같은 일상의 반복이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나는 분명 그가 각기 다른 하루들을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기승전결이 뚜렷한 이야기가 아니기에 관객에게 지루함을 선사할 수도 있겠지만, 그가 미묘하게 다른 하루들을 살아오며 느끼는 소소한 즐거움 또한 관객에게 전해졌을 것이라 생각한다. 일면식도 없는 사람과 변기 옆 노트를 통해 빙고를 하고, 같이 일하는 젊은이의 이야기로 추억을 회상하기도 하고, 퇴근 후 주점에 들어와 여사장의 노랫소리를 듣고, 연락도 없이 찾아온 조카와 하루를 같이 보내고.. 그정도면 꽤나 지루하지 않은 하루들이지 않을까.
이런 생각들로 하여금 '행복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다시 골몰하게 되었을 때 영화는 짐 록맨의 Feeling Good을 들려주며 막을 내렸다.
비하인드
영화가 끝난 후 습관처럼 네이버와 구글에 '영화 퍼펙트 데이즈'를 검색했다. 나와 같은 영화를 본 사람이 어떤 감정을 느꼈을지 그리고 영화에 어떤 비하인드가 있는지 알고 싶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리고 그중 꽤나 재밌는 뇌피셜 비하인드를 발견했다. 바로 히라야마가 청소부가 되기 이전에 야쿠자였다는 것. 그 이유는 세가지였다.
1. 매일아침 히라야마가 마시는 BOSS 캔커피
2. 영화의 후반부 히라야마의 여동생 케이코가 타고 온 렉서스 LS 모델
3. 히라야마가 읽는 고다 아야의 책 <나무>의 내용
인간에게 저마다의 이력이 있듯이 나무에도 저마다의 이력이 있다. 나무는 몸에 이력을 표시해서 보여준다. 몇 살인지, 근심 없이 오늘날까지 살아왔는지, 아니면 고통을 인내해왔는지, 행복하다면 행복할 수 있었던 이유가 있을 터이고 고통을 겪었다면 몇 살 때, 몇 번, 어떤 종류의 장애를 만났는지 등을 전부 자신의 몸에 기록한다.
이런 이유들로 "히라야마가 야쿠자였으며 그렇기에 아버지와의 관계가 좋지 않았다. 그리고 자신의 조카 니코에게 '각자가 살아가는 세상은 다르다'고 말한 것이다"라는 내용의 글이었다. 당연히도 관심이 갔고, 그렇기에 자연스레 영화에 대해 더 알아보기 시작했다.
먼저 결과를 이야기하자면 해당 주장의 사실 여부는 '알 수 없음'이었다.
주장을 확인하기 위해 우선 챗지피티에 들어가 BOSS 캔커피와 렉서스 LS 모델의 이용자에 대한 일본 내의 인식에 대해 살펴봤다. 그 결과는 다음과 같았다.
1. BOSS 캔커피?
: 1990년대부터 이어져온 '일하는 사람이 마시는 커피'라는 이미지가 강한 커피로, 중장년층이 주로 소비하며 젊은이들에게는 다소 올드해보인다는 인식이 있다. 하지만 그 어디에도 야쿠자와 연관되어 있다는 인식은 없다.
2. 렉서스 LS 모델?
: 렉서스 LS가 있기 전 비슷한 이미지의 모델로서 도요타의 셀시오라는 모델이 존재했고, 해당 모델은 야쿠자의 주요 이동수단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하지만 2000년대에 들어 렉서스 LS 모델이 탄생했고 이는 '일본차의 고급화'라는 이미지로 새롭게 각인돼 '야쿠자의 차'라기보다 부유한 사람의 자동차라는 인식에 더 근접하게 되었다. 오히려 최근 '야쿠자의 차'라고 불릴 만한 차라면 벤츠 S클래스일 것.
그리고 마지막으로 오피셜하게 영화의 배경을 설명한 영상을 찾아다니던 중 이동진 평론가의 파이아키아에 출연한 야쿠쇼 코지의 인터뷰 영상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영상을 시청한 결과 알게 된 것은, 야쿠자나 기업경영인처럼 뚜렷한 직업은 모르겠지만 적어도 해당 직업에서의 실패를 통해 가족과의 사이가 멀어졌다는 것.
그렇기에 결과적으로 해당 주장의 사실 여부를 정확히 판단할 수 없었다. 그렇지만 그를 확인하는 과정 속에서 영화와 더 가까워진 것 같은 기분이 들어 꽤나 뿌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