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ray에는 안 보이는 것들

by 제이식

다시 한번 발목을 다쳤다는 사실을 알게 된 아내가 하도 병원에 가라고 성화를 하는 통에 내키지는 않았지만 정형외과를 찾아갔다. 회사를 마치고 병원이 문을 닫기 전에 가려니 시간이 빠듯했다. 바쁘게 차를 몰아 간신히 병원에 도착해 접수를 하고 보니 마감시간이 임박해서인지 대기 중인 환자는 거의 없었다. 비록 헐레벌떡 병원에 오긴 했지만 덕분에 별로 기다리지 않고 진료를 볼 수 있었다.


진료실에 들어서자 의사가 어디가 안 좋냐고 묻는다. 난 별말 없이 바지를 끌어올려 다친 발목을 보였다. 어쩌다가 그리 되었냐고 묻자 난 마라톤을 해서 그리 되었다고 답했다. 의사는 몇 군데를 지그시 누르더니 괜찮냐고 물어본다. 다행히 그리 아프지는 않았다. 최악의 상태는 아닌가 보다. 이어서 X-ray 검사를 해보자 한다. 여기까지는 내가 예상한 수순이다. 하지만 X-ray를 찍고 다시 돌아왔을 때, 의사의 첫마디는 미처 내가 예상하지 못한 것이었다.


"이제 마라톤은 포기해야겠는데요."


의사가 X-ray 사진을 보며 무덤덤한 말투로 말했다. 이어지는 의사의 설명과 충고(*아니 충고라기보다는 경고에 가까웠다)는 단호했다. 조그마한 뼛조각들이 많이 보인다고 한다. 무리한 운동의 흔적인데, 이런 발목을 가지고 마라톤을 뛴다는 것은 거의 미친 짓이나 다름없다는 투로 말했다.


'그만해야 한다고?'

순간 머릿속은 복잡해졌다. 당황한 나머지 진료실을 나올 때는 마라톤을 그만두겠다고 말했지만, 사실 아무것도 결정하지는 못했다. 의사의 말 한마디에 그냥 이렇게 포기하는 게 맞는 건가? 그러기에는 난 지금 너무 빠져있다고! 그냥 무시하고 달려볼까? 그러다 정말 심각한 상황이 되면 어떡하지?


집에 가는 길 내내 고민은 계속 이어졌지만, 이내 곧 마음을 굳혔다.


'X-ray에는 나의 로망도 열정도 찍히지 않았을 테니깐,
의사는 그렇게 말할 수 있는 거지!
뼈가 으스러져도 끝까지 해볼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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