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목이 마라톤 훈련의 발목을 잡고 있었다. 또다시 2주가 흘러갔고, 하프코스 마라톤 준비를 위한 8주 시간은 이제 달랑 4주만 남아버렸다. 이렇게 된 이상 계획표에 따른 체계적이고 점진적인 목표 달성은 포기하는 수밖에. 21.0975km를 향해 달릴 수 있을 때까지 그냥 최대치로 달려보는 수밖에.
다시 광교산을 찾았다. 광교산의 새벽 공기는 여전히 매서웠다. 그래도 한번 경험을 해서 두 번째 만남은 그리 당혹스럽지는 않았다. 이번에는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천천히 그리고 최대한 꼼꼼하게 스트레칭을 진행했다. 그리고 페이스도 7분/km를 유지하며 천천히 달렸다. 코스는 지난번과 같다. 신비한 기운이 서려있는 호수를 지나 구수한 시골 풍경이 펼쳐지는 길로 접어든다. 경치는 2주 전과 다름 없었지만, 발목에 온 신경을 쓰느라 풍경감상할 겨를은 없었다. 컨디션은 나쁘지 않았지만 페이스는 동일하게 유지하며 반환점까지 왔다. 평소보다 천천히 달려서인지 먼 거리를 달려왔지만, 피로감은 느껴지지 않았다. 이제 내리막길이 시작된다. 자칫 체중이 발목으로 쏠릴 수도 있으니 더욱 조심스러워진다.
왕복 8.6km 코스를 모두 달렸지만, 다행히 걱정했던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지치지도 않았다. 다시 한번 같은 코스를 향해 내달릴 힘은 충분했다. 그리고 두 번째로 호수의 끝자락에 이르렀을 때, 2주 전 기억이 되살아났다.
'지난번에는 바로 이 지점에서 주저앉고 말았었지. 부디 아프지 마라.'
모든 감각을 발목에 집중한 채 마음을 졸이며 달렸지만, 다행히 걱정했던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리고도 한참을 더 달렸다. 스마트 워치는 내가 달려온 거리가 13km를 넘어섰음을 알려주었다. 지금까지의 최고 기록을 돌파한 것이다. 이제 발목은 더 이상 내 앞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아니다. 13km라는 숫자는 더 이상 내 한계가 아니다. 끊임없이 최고 기록을 경신하여 달리고 있다는 생각은 나를 살짝 흥분시켰다. 심장의 격렬한 박동이 느껴졌다. 내 몸은 마치 기계처럼 움직였다. 심장이 강력한 펌핑으로 에너지를 온몸에 전달하고, 들숨과 날숨의 간격에 맞춰 다리는 리듬감 있게 움직인다. 양팔은 어느 때보다 힘차게 앞뒤로 흔들린다. 모든 것들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고 있음을 증기기관차처럼 내뿜는 숨소리를 통해 느낄 수 있다.
미지의 영역을 탐험하며 느끼는 경이로움이 이런 느낌일까?
새로운 나를 발견한 이 순간, 아르키메데스처럼 '유레카'를 외치며 짜릿한 희열에 감전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