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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식 Jul 16. 2022

열정 바스켓맨!!

사랑과 정열을 농구에게~

내가 다니던 초등학교 운동장에는 낮고 초라한 농구대가 하나 있었다.

하지만 그건 '지금의 나'를 기준으로 그렇다는 것이지 당시 '초등학생인 나'에게는 결코 낮지도 초라하지도 않았다. 사실 그건 동경의 대상이었다.  동그란 림 안으로 공을 한번 넣어보는게 소원이지만 혼자 가지고 놀 농구공도, 친구들에게 같이 농구하자고 말할 용기조차 없던 나는 항상 또래의 아이들이 신나게 농구하는 모습이 부러운 숫기 많은 아이였다.

그러다가 어느 날 아빠와 같이 학교 운동장으로 축구를 하러 간적이 있었다. 축구를 하면서도 저 동그란 림 안으로 공을 넣으면 어떤 기분일지 너무나 궁금했기에 내 시선은 자꾸 농구대를 향했다. 그리고 집에 가기 전 난 축구공을 들고 가서 농구대를 향해 힘껏 공을 던져 보았다. 그토록 염원했던 내 생애 첫번째 '슛'이었다. 하지만 어림도 없었다. 축구공은 림 근처에도 가지 못했다. 어린 나는 힘이 부족해서 공을 림 근처까지 던지는 것조차 어려웠다. 다시 던져도 다시 던져도 공은 허공만을 가를 뿐이었다.


중학생이 되었다. 보통의 아이들처럼 내 키도 하루가 다르게 자랐고, 농구공을 가진 친구도 생겼다. 근데 그 친구는 그냥 농구공만 가진게 아니었다. 이미 초등학교 때 멋진 원핸드 슛을 날릴 수 있을만큼 나와는 비교불가한 실력자였다.

그래도 그 친구 덕분에 나도 '농구'라는 것을 다른 아이들과 어울려 할 기회가 생겼다. 농구에는 '리바운드'라는게 있다. 슛한 공이 림을 맞고 나오면 뛰어올라서 잡는 것이다. 이건 특별한 기술이 필요없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공을 예의주시하다가 공을 향해 무작정 몸을 날리면 된다. 단지 열정과 운만 따라준다면 얼마든지 공을 잡아낼 수 있다. 그렇게 공을 낚아채면 먼저 내 친구부터 찾는다. 친구가 눈에 보이면 바로 패스. 그럼 내 친구가 던진 슛은 여지없이 깨끗하게 림을 가른다. 내 실력은 형편없지만 우리 팀은 이길 수 있었다. 즐거웠다. 세상 행복했다. 농구만 할 수 있다면.


그 친구도 이렇게 나와 농구를 하는게 좋았는가 보다. 항상 농구를 하고 싶을 때는 나를 찾았다. 그렇게 우리 둘로 시작된 농구 무리는 점차 사람이 많아졌다. 그리고 우리 무리는 항상 농구를 했다. 체육시간에도, 수업을 마치고도, 일요일에는 새벽 6시부터 12시까지. 심지어는 꿈에서도.

서당개 삼년이면 풍월을 읊고 리바운드만 삼년하면 3점슛도 가능해진다. 고등학생이 되었을 때는 농구 좀 한다는 무리에서조차 슛이 좋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가 되었다. 대학생이 되어서도 군대에 가서도 시간만 나면 농구공 하나 들고 농구대를 찾아갔고, 어쩌다가 체육대회라도 열리면 나는 주전선수로 뛰었다.


그래! 분명 나는 열정적인 '바스켓맨' 이었다.

길을 가다 우연히 농구대를 보면 시선을 떼지 못하고, 농구공만 봐도 가슴 설레여하는.

하지만 성실한 회사원이 되고, 누군가의 남편이 되고, 두 아이의 아빠가 되는 동안 바스켓맨은 점점 평범한 40대의 아재가 되어 다. 그리고 그런 변화는 나이를 먹으면 어쩔 수 없는 것이라 당연히 그렇게 되는 것이라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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