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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ristine in island Nov 18. 2021

음식 경영학_소비가치 표현의 장, 카페

My point of view_푸드비즈 #3. 카페, 라이프스타일 플랫폼

카페의 역사는 우리가 예상하는 것보다 훨씬 오래되었다. 1475년에 오스만 제국 이스탄불에 세계 최초의 커피 하우스 ‘키바한’이 문을 열었다. 사치품들로 화려하게 꾸며진 이곳은 단순히 커피를 음미하는 공간을 넘어 사교의 공간이며, 생각과 의견을 나누는 소통의 공간, 연극과 음악이 공연되고 체스와 같은 게임을 즐길 수 있는 놀이 공간으로 최신의 정보와 트렌드를 가장 신속하게 접할 수 있는 복합 문화공간이자 여론이 형성되는 공론의 장이었다.

17세기 이후 가톨릭 교단의 승인 하에 커피는 유럽 전역으로 빠르게 퍼져나갔고, 이내 유럽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리고 드디어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유럽 최초의 ‘커피 하우스’가 문을 열었고, 뒤이어 런던, 파리에 속속 새로운 ‘커피 하우스’가 들어섰다. 이렇게 이스탄불에 이어 또다시 ‘커피 하우스’는 유럽의 사회와 문화, 정치 등 유럽의 역사를 뒤흔드는 공론의 장이 되었다. ‘르 프로코프’는 파리 최초의 카페로 1686년에 소르본 대학교 근처에 문을 열었다. 이곳은 모든 파리 카페의 원형이자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카페이다. 이곳의 맞은편에는 코미디 프랑세즈라는 극장이 있었는데 관객들은 연극을 본 후, 이곳에서 커피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었다고 한다. 이 카페의 창업자인 프랑시스코 프로코피오 델 코스텔리는 파스칼의 제자였는데 그는 커피가 사람들에게 ‘음료로서의 기능’이 아닌 ‘유행과 정서적인 의미’라는 사실을 재빨리 알아챘던 것 같다. 그는 고급 샹들리에와 마블 테이블을 활용해 카페의 분위기를 귀족적으로 연출하고 궁전의 시종 복장을 한 서버들에게 실버 주전자로 고객 접대를 하도록 하며 호화로운 서비스를 제공했다. 이런 서비스 방식은 전 세계적으로 카페 서비스의 하나의 전형이 되었다.

1700년대에 이르러서는 프랑스 중남부 지역인 오베르뉴의 농부들이 생계를 해결하기 위해 자신들이 캔 석탄으로 커피를 끓여 집 앞까지 배달해주는 사업을 할 정도로 커피가 대유행하였다. 이어서 19세기에는 파리 중심부와 서부 지역에 거주하는 집만큼이나 많은 부르주아 카페들이 호사스러운 인테리어의 극치를 보여주며 성행하였다. 19세기 중반 이후에는 노동자 계급이 그들의 계급 문화를 형성하며 카페는 그들의 휴식공간으로 자리매김하였다. 비좁은 거주 공간을 피해 언제나 단골을 반가이 맞이하는 카페 주인과 이웃들이 있는 카페 공간에서 그들은 동질감과 소속감을 느꼈을 것이다. 그들에게 카페는 휴식과 친목의 공간이었다는 점에서 오늘날의 일상적 카페의 역할이 이때부터 등장했던 것으로 보인다. 노동자들은 자신들의 적은 수입을 카페에서 모두 쓴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는데 이는 마치 스타벅스의 커피값이 지나치게 비싸다는 뉴스 기사가 등장하는 현재 세태와 유사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이런 과정에서 커피를 비롯해 술과 음식까지 판매하는 다양한 형태의 카페가 급증하였고 카페는 도박과 음담패설 등 타락과 범죄, 마약의 온상이 되기도 하였다.

<영국의 커피 하우스>

지난 몇 세기에 걸쳐 계속되어 온 카페의 의미를 반추하면서 우리가 현재와 미래의 카페에게 기대하는 핵심가치는 무엇일까? 에 대한 답을 찾아본다. 앞서 저자는 카페에 있어서 분위기가 중요하고, 그 분위기는 다중감각적이어야 하며, 그것은 곧 카페가 음료와 디저트와 같은 유형 상품에 이러한 분위기를 더한 총체적 상품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것은 카페의 구성적이고 기능적인 측면의 이야기이다. 카페를 통해 소비자가 충족하고자 하는 가치의 또 다른 측면에서 생각해보면  ‘르 프로코프’(파리 최초의 카페)의 창업자가 이야기한 커피와 카페가 ‘유행과 정서적인 의미’라는 것은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듯하다. 그러나 추구하는 유행과 정서가 무엇이냐는 시대상을 반영한다. 판매하는 상품과 서비스의 수준이 상향 평준화된 오늘날의 카페 시장에서는 사실 차별화할 수 있는 것이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정서적 가치 밖에는 없다는 것도 부정할 수 없다. 왜냐하면 맛, 서비스, 분위기 및 가격이라는 카페의 기본적인 구성요소로 스타벅스와 다른 카페들을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공정무역’, ‘로컬리제이션’, ‘환경보호’라는 키워드로는 비교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저자가 기억하는 것 중에 놀라웠던 스타벅스의 행보 중 첫 번째는 10여 년 전에 스타벅스가 자신들의 매장에서 사용되는 BGM의 음원에 대한 저작권을 모두 구매하고, 그 당시 한창 이슈가 되었던 상업 매장에서 사용되는 음원 저작권에 대한 문제를 젊은 세대가 공감하는 방향으로 결론을 낸 것이었다. 사실 이보다 먼저 스타벅스는 '공정무역(fair trade)'이라는 다소 접근하기 쉽지 않은 국제시장의 시장 모델 문제에 있어서도 정의로운 태도를 선제적으로 취했다. 그 이후 스타벅스의 글로벌 진출이 가속화되면서는 지역화 정책으로, 그 이후에는 바쁜 현대인을 위한 맞춤형 서비스인 사이렌 오더를 중심으로 한 모바일 서비스 시스템 구축으로, 팬데믹 시대에 최적화된 비대면 서비스이면서도 그들의 본업이 환대서비스의 정신을 훼손시키지 않는 DT PASS 서비스를 선보이며 시대의 요구에 민첩하게 대응해왔다. 스타벅스의 행보를 보면 카페 브랜드가 오래도록 생존하기 위해서는 그 시대의 화두가 되는 이슈에 대해서 동시대의 소비자가 공감하는 행보를 보여야 한다는 결론을 얻을 수 있다.

거대 공룡 기업이 된 스타벅스를 대하는 우리의 태도에 있어 그들을 애용하는 소비자라 할지라도 무언가 불편하고 부정적인 시각을 갖게 되는 면이 있음을 저자도 부정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어떤 분야를 막론하고 스타벅스만큼 브랜드 팬덤을 유지하면서 오래도록 살아남은 브랜드가 많지 않다는 점을 고려할 때 그들에게 배울 점이 있음을 부정해서는 안 된다. 그 비결은 동시대의 소비자가 원하는 시대적 요구를 외면하지 않고 때로는 따라가고 때로는 선도했던 스타벅스만의 호흡법이었다. 그것이야 말로 한 때 반짝했던 브랜드가 아닌 지난 20년간을 업계 선두의 자리를 이끌어고 있는 브랜드의 위엄이자 생존법일 것이다.

우리는 브랜드가 가지는 가치 지향성 및 소비자와의 정서적 교감의 중요성이 점점 커지는 시대에 살고 있다. 더 이상 물건이 가지는 재화로서의 가치에 연연하지 않는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는 자신의 정체성 및 라이프스타일을 표현할 상징을 갈구한다. 카페에서 구매하는 커피 한잔은 일상 속에서 매우 밀접하게 고객의 무드를 설정하고 그들의 취향을 적극적으로 대변해 주기 때문에 카페는 스스럼없이 소비자들의 라이프 스타일 전반에 스며들 수밖에 없다. 따라서 카페도 다양한 라이프스타일 기업들이 그러하듯 소비자들의 이러한 부분을 공략해 나가야 한다. 카페는 고객들이 작은 사치라고 스스로 규정할 수 있는 수준 안에서는 특히 가격에 구애를 받지 않고 자신들의 정체성 및 소비 가치를 표현하는데 가장 부흥하는 리테일 산업이다. 따라서 앞으로의 카페는 소비자의 ‘정체성과 소비가치의 표현’이라는 정서적 의미가 더욱 부각될 것이다.

이러한 관점을 이어가는 또 하나의 스타벅스 마케팅 활동이 일회용 컵 없는 에코 매장을 확산시키고 있는 것이다. 물론 직원들의 처우개선 문제로 시끄러운 스타벅스가 그린 워싱을 통해 눈가림을 하고 있다는 비난도 있지만, 사실 집 근처 에코 매장을 늘 애용하고 있는 저자는 리유저블 컵 보증금으로 천 원 비싼 아메리카노를 주문할 때도 모아둔 컵을 리유저블 컵 반납 자판기에 넣는 번거로운 수고를 할 때도 일상에서 환경을 지키려는 시민의식을 갖춘 품격 있는 소비자가 된 것 같은 생각에 뿌듯하다. 커피를 한잔 사면서 친환경 소비자라는 배지까지 하나 덤으로 받는 기분이다.

<사진출처: 한국일보>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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