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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ristine in island Nov 25. 2021

음식 경영학_카페라는 그릇에 콘텐츠를 담다.

My point of view_푸드비즈 #4. 카페, 라이프스타일 플랫폼

호텔 더일마는 최근 수도권에서 가장 핫한 카페들 중 하나이다. 호텔 샌드에 이어 호텔 더 일마 또한 호텔이라는 단어를 브랜드 네이밍에 사용하였다. 호텔은 사실 라이프스타일 전반을 표현하고 집대성하는데 가장 효과적인 공간이다. 이런 호텔이 카페 네이밍에 자주 등장하는 것은 오늘날 카페가 코로나 19로 인해 여행에 자유롭지 못한 소비자들에게 여행지의 호텔이 제공하는 정서를 제공하는 대체제임과 동시에 호텔과 같이 지향하는 라이프스타일을 분명하게 제시해주어야만 소비자들의 이목을 끌 수 있는 시대임을 말해준다.

<사진출처: 호텔 더일마 인스타그램>

이 글을 쓰고 있는 오늘 아침 필자의 가설을 뒷받침하는 또 하나의 사례를 발견했다. 성수동과 청담동의 핫플인 카멜 커피가 국내 최고의 패션 편집샵과 함께 카멜 라이프스타일 팝업 스토어를 오픈한 것이다. 카멜 커피는 요사이 가장 핫한 카페 중 하나이고 그 인기도 비교적 길게 유지되고 있다. 그런 카멜 커피 창업자의 유튜브 채널 또한 얼마 전부터 소비자들 사이에서 회자되고 있다고 한다. “커피 향기를 품은 듯 따뜻한 카멜 컬러 인테리어와 함께 독특하고 여유로운 분위기~~”라는 광고성 문구에서 보듯이 블랭킷, 쿠션 및 커스터마이징 의류에 이르는 제품 구성으로 카멜 커피는 자사의 브랜드 아이덴티티와 라이프스타일을 접목했다. 이것이 일회성 행사인지 사업 확장인지는 모르겠지만 개인 카페가 최고의 패션 편집샵과 함께 굿즈 사업을 진행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굿즈를 비롯한 리테일 상품의 판매는 사실 카페의 매출을 다양화하는 옵션 중 하나이다. 커피업계에서는 스타벅스의 굿즈 매출이 전체 매출의 10% 수준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한다. 2011년 이후부터 스타벅스 코리아가 독자적으로 굿즈 제품을 개발해 판매하기 시작했고 이후 연평균 20% 씩 굿즈의 매출이 성장하고 있다. 스타벅스 굿즈의 성공에는 스타벅스 브랜드 팬덤이 가장 주요한 요인이겠으나, 판매방식도 많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스타벅스의 굿즈는 매 시즌 한정 기획상품이다. 이번 시즌이 아니면 구매할 수 없도록 기간과 수량을 조정해 소비자의 구매욕구를 극대화시키는 것이다.

다른 각도에서 카페 브랜드의 굿즈 판매에 대해 생각해보자. 우리가 특정 브랜드의 제품을 구매하고 사용하는 과정에서 브랜드의 가치와 스타일에 깊은 교감을 형성해 그 브랜드를 열렬히 지지하게 될 때 우리는 그것을 브랜드 팬덤이라고 말한다. 브랜드 팬이 된 소비자들은 다양한 제품 소비를 함에 있어 브랜드 통일성을 추구하고 싶어 한다. 자신들의 가치와 지향점이 동일한 브랜드 제품의 소비로 자신의 정체성을 정의하고 표현하고 싶은 것이다. 우리의 카페가 이러한 브랜드 팬덤을 일정 부분 확보하고 있다는 전제 하에 이 현상을 소비자 행동 이론인 디드로 효과로 설명해볼 수 있다. 디드로 효과는 하나의 물건을 구입한 후 그 물건과 어울리는 다른 제품들을 계속 구매해 소비를 지속하는 현상인데 이때 구매한 물품들 사이의 기능적 동질성보다는 정서적, 문화적인 측면에서의 동질성 혹은 통일성을 추구하게 된다고 한다. 특히 시각적으로 관찰이 가능한 제품에서 이 효과는 더 크게 나타난다. 즉, 디드로 효과의 관점에서 본다면 카페에서 판매하는 커피와 기능적으로 연결된 커피 관련 용품보다는 시각적으로 타인에게 보일 수 있는 제품군에서 정서적∙문화적인 통일성을 가질 수 있는 제품들을 기획하여 판매한다면 강력한 효과를 거둘 것이라고 예상해볼 수 있다. 맞는 말이 아닌가? 이번 여름 대란이 일어났던 스타벅스의 '레디백'은 커피와는 아무런 기능적 연관성이 없는 시즌 한정 제품이었다. 물론 이러한 빅히트를 거머쥐기 위해서는 강력한 브랜드 팬덤이 전제되어야 하고 브랜드가 지향하는 가치와 라이프스타일이 명확히 구축되어야 함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사진출처: 분더샵 청담 인스타그램>

다시 라이프스타일 이야기로 돌아가 보도록 하겠다. 이미 많은 독자분들은 구구절절이 사례를 열거해 설명하지 않아도 카페가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거나 모두 동의할 것이다.

그렇다면 왜 카페가 라이프스타일 브랜드가 아닌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을 지향하여야 할까?

본디 플랫폼은 무언가를 타고 내리는 승강장을 말하는데 오늘날의 플랫폼은 내용과 정의도 매우 광범위해졌다. 그러나 결국 플랫폼이 기차나 지하철과 같은 교통수단과 승객이 만나는 공간이며, 돈을 지불한 승객을 원하는 장소에 데려다주는 본연의 기능에 더해 신문이나, 먹거리 등을 판매하는 매점 혹은 자판기가 설치되고, 인근에 크고 작은 상가가 조성되어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수익을 창출하게 하는 다른 서비스와 연계를 도와주는 기반 서비스나 소프트웨어 같은 무형의 형태도 포괄하는 개념이라는 것은 일맥상통한다.

아직도 대다수의 마케팅 전문가들이 미래에도 브랜드 구축이 성공의 전략이라고 주장하지만 ‘플랫폼 제국의 미래’의 저자 스콜 갤러웨이는 브랜드는 소비자가 자신이 원하는 제품을 손에 넣는 과정에서 지름길 역할을 할 뿐이라고 말한다. 또한 구매의 습관이 온라인 영역으로 넘어가면 브랜드의 파워는 사실 더 약화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독립 카페가 플랫폼을 지향해야 한다는 것은 이러한 시대적 흐름의 문제가 아닌 보다 현실적인 이유 때문이다. 브랜드라는 것은 하나의 주체가 제품 기획∙개발∙생산부터 판매까지 모든 문제를 망라해 해결해 나가야 하기 때문에 자본가가 유리한 고지를 점유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스타벅스 코리아의 굿즈 사업은 인하우스 디자인팀을 신설한 이후부터 매출 상승이 급격히 이루어졌다. 그러나 플랫폼은 다양한 주체가 담길 수 있는 그릇과 같은 것으로 자본보다는 업의 가치와 지향점, 참여자들 간의 관계가 더 큰 영향을 미친다고 할 수 있다. 예전에 관광 가이드를 원하는 관광객과 지역 주민을 연결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 일본 어느 지방의 로컬 카페에 대해 읽은 적이 있는데 이러한 곳이 카페의 플랫폼 기능에 대한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가 아닐까 한다.

기업형 카페에 비해 상대적으로 자신의 색깔을 내기 쉬운 독립 카페들은 이제 자신이 빌린 공간 안에서 커피라는 누구나 팔 수 있는 제품을 판매하는 것이 아닌 창업자가 지향하는 삶의 가치를 기반으로 한 라이프스타일을 구축하고 그 안에 나의 라이프스타일에 공감하는 다양한 참여자를 담아야만 한다. 원두만 좋으면, 커피만 잘 내리면, 공간이 아름답다면, 더 친절한 미소를 짓는다면 성공할 것이라는 믿음을 가졌던 시대는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독립 카페 역시 자본의 싸움이 된 지 오래다.

'골목길 자본론'의 저자 모종린은 라이프스타일 비즈니스의 경쟁력은 '진정성'에 있고, 이것은 '역사성'과 '지역성'을 기반으로 한다고 했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즐기고 상업적인 영향력을 가진 라이프스타일은 역사적 대표성이 있는 라이프스타일로 특정 지역에 뿌리내리고 광범위하게 생활화된 것들이다. 그러나 여기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들이 체험하고 수용하길 원하는 누군가의 '진짜' 라이프스타일이어야 한다. 고유의 콘텐츠로 만들어진 라이프스타일 만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경쟁자가 복제할 수 없다.  

가장 식상하다 생각하는 곳에 혁신이 있다는 말이 있다. 카페는 사실 요사이 과포화 상태에 이른 레드오션으로 더 이상 새로울 것이 없는 시장이다. 그러나 고객에게 집착하며 고객의 니즈를 끝까지 해결하려는 의지와 생각을 놓지 않는다면 실패할 사업은 없다는 어느 창업가의 다짐처럼 나와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심도 있는 관찰이 전제되고 그 접점을 찾고 이를 바탕으로 카페의 비전을 그려간다면 결국 그것이 카페 성공의 열쇠가 될 것이다.

우리는 이제 식문화사에서 자주 인용되는 브리야 사바랭의 미식 예찬의 한 구절을 이렇게 바꿔볼 수 있을 것이다. “당신이 즐겨가는 카페를 말해달라, 그렇다면 당신이 누구인지를 말해주겠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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