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09 화성->안산 33km

2,700km 전국일주 여행기

by 조삿갓

화성시청을 지났다. 빽빽한 빌딩숲이 방랑자를 반겼다. 출출함을 달래기 위해 파리바게뜨에 들어갔다. 요즘 빵 가격을 보면 화들짝 놀라곤 한다. '왜 이렇게 비쌀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브랜드값이며, 물가 상승률, 밀가루값 상승 등 사회를 구성하는 여러 가지 복잡스러운 이해관계의 결과였다. 생각하면 할수록 머리만 아팠다. 적당한 가격의 모카빵을 집어 들었다. 맛있었다. 그리고 한참을 걸었다. 탄도항에 도착했다. 제부도로 들어가는 케이블카가 보였다. 케이블카가 생겼다고 제일 먼저 달려왔었는데. 그날처럼 흐린 날이었다. 서해를 바라보며 대부도를 걸었다. 어느새 대부도 펜션타운에 도착했다. 족구와 풋살을 하는 사람들이 보였다. 저마다 얼굴엔 웃음꽃이 활짝 폈다. 알코올 향이 확 나는 곳이 있는가 하면, 사랑스러운 분내가 나는 곳도 있었다. 제일 좋은 냄새는 삼겹살 냄새였다. 이럴 때면 내 성격이 참 아쉬웠다. 그냥 눈 딱 감고 옆에 가서


“맛있어요?”


한 마디라도 했다면, 고기 한 점과 소주 한 잔 정돈 얻어먹지 않았을까?


당신의 삶을 책으로 쓴다면 어떤 제목이 어울릴까요?
세바시 인생질문 3 : 나는 무엇을 할 것인가


'평범해서 걸었다'. 특별함 하나 없던 내게 국토종주는 기회였다. 4대 강 종주길을 따라 부산까지 걸었다. 이 경험은 나를 변화시켰다. 경험이 주는 힘은 대단했다. 마치 마법과 같달까. 없던 자신감이 피어올라 어깨는 으쓱이고 얼굴엔 당당함이 묻어 나왔다. 그때부터 걷기는 삶이 되었다. 평범해서 주눅 들었던 나는 이제 평범하게 태어나서 좋다. 평범해서 두루두루 잘 어울린다. 평범해서 부족한 줄 알고 변화를 꾀한다. 평범해서 안 될 경쟁은 빠르게 포기한다. 평범해서 아등바등 살아보겠다고 이것저것 하다 보니 좋아하는 것을 찾았다. 걷기는 평범한 나와 닮았다.


걷기는 특별히 눈에 띄지 않는 행위다. 나도 특별히 눈에 띄지 않는 사람이다. 걷기는 다양한 일을 한다. 이동을 돕고, 생각 정리를 돕고, 건강하게 도와준다. 나도 글 쓰고, 영상편집도 하고, 사유하고, 먹고, 싸고, 잠자고 많은 일을 한다. 걷기는 어디론가 나아가려는 성질을 띠는데, 나도 삶의 종착점으로 나아간다. 그리고 걷기만큼 지속적인 행위가 없다. 한 번도 멈추지 않는다. 매일 걷는다. 걷는 행위가 멈췄다는 건 굉장히 위험한 상태, 죽음과 가까운 상태일 때밖에 없다. 나도 그렇다. 살기 위해 나아간다. 매일매일 살아간다. 그저 살아가고자 움직인다. 걷는 데 위대한 목적 따윈 없다. 내가 살아감에도 어떠한 목적이 없다. 그저 종착점, 죽음을 향해 나아갈 뿐이다. 그렇기에 눈이 온전하다면 아름다움을 담으려고 노력할 것이다. 귀가 온전하다면 원하는 소시를 채우려고 노력할 것이다. 코가 온전하다면 향긋함을 맡으려고 노력할 것이다. 입이 온전하다면 먹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감정을 느끼고, 사람을 만나고, 사랑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나는 평범해서 명예니, 부니, 인기 같은 것을 누릴 줄 모른다. 함께 웃고 울어주는 가족이, 친구가, 사람이 있으면 그만이다. 올려다볼 하늘이, 두 다리를 지탱할 대지가, 우러러볼 바다가 있으면 그만이다. 그냥 내가 누리는 평범한 것들이 오래 곁에 남았으면 좋겠다. 내가 평범하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