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10 안산->시흥 28km

2,700km 전국일주 여행기

by 조삿갓

회색빛 하늘 아래, 바다 위로 세워진 길을 따라 걸었다. 바람은 바다내음을 머금고 불어왔다. 이 길 위에 서면, 마치 두 세계가 교차하는 경계에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한쪽은 바다의 고요함, 다른 한쪽은 도로의 분주함. 정적과 소음이 서로를 침범하지 않고 나란히 존재했다.


걷다가 고개를 들면, 안개 낀 수평선 너머로 작은 섬이 실루엣처럼 떠 있었다. 가까이 갈수록 섬은 점점 선명해졌다. 그리고 그 뒤로 전망대가 보였다. 하늘 위에선 비행기가 천천히 나아갈 곳을 향해 날았다. 바다 위에는 작은 배가 떠다녔다. 멀리 보이는 항만의 크레인들은 거대한 철골 숲처럼 보였다. 바다는 쉼 없이 움직였고, 동시에 변함없는 얼굴로 그 모든 것을 품어줬다.


잠시 뒤, ‘시화나래 휴게소’라는 이름이 눈에 들어왔다. 여행자들의 발길이 머무는 작은 쉼표 같은 곳이랄까. 자전거 여행자도, 차박 여행자도, 하물며 나 같은 도보여행자도 이곳에서 멈췄다. 돈가스 정식을 먹었다. 특별할 것 없는 한 끼였다. 그냥 라면에 공깃밥을 말아먹을 걸 그랬다.


휴게소 뒤쪽으로 걸음을 옮기면, 바위섬이 눈앞에 나타난다. ‘큰 가리섬’이었다. 낮게 웅크린 섬은 묵묵히 파도를 받아내며 서 있었다. 계단식 쉼터에는 낚시꾼들이 세월을 낚는가 하면, 연인과 가족이 바닷바람을 맞으며 담소를 나눴다. 바다는 늘 같은 자리에 있지만, 그 위의 사람들의 풍경은 순간마다 달라졌다.


시화나래 방조제는 단순한 바닷길이 아니었다. 도시와 바다가 맞닿은 경계, 일상과 여행이 겹쳐지는 자리였다. 걷는 이에게는 차분한 사색을 선물하고, 머무는 이에게는 위안을 건넨다. 회색빛 풍경 속에서 마음은 오히려 고요히 가라앉았다. 화려하지 않은 풍경이지만, 담백한 여운이 오래도록 남았다. 그 여운이야말로 여행이 주는 가장 큰 선물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