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00km 전국일주 여행기
아침은 소소하게 시작됐다. 오늘은 맥도날드의 작은 테이블 위에서 하루가 열렸다. 흰 머그잔에 담긴 따뜻한 커피에서 올라오는 김을 한 번 바라본 후, 해쉬브라운을 한입 베어 물었다. 바삭했다. 기름 온기가 혀끝에 퍼졌다. 창가 너머로는 아직 이른 햇살이 번져 있었고, 마음은 묘하게 설레는 기운으로 가득 찼다.
밖으로 나오자 낯선 풍경이 발걸음을 붙들었다. 인도 위로 핑크빛 짐볼이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누군가의 집에서 빠져나와 이곳까지 굴러왔을까, 아니면 그저 버려진 것일까. 아무도 없는 길 위에서 그것은 주인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었다. 작은 이질감이 남긴 풍경은, 아프로 닥칠 여정이 평범하지는 않으리라는 예감을 줬다.
청라에 들어서자 고층 아파트들이 하늘을 가르듯 솟아 있었다.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과 직선적인 건물의 선이 어우러졌다. 창문마다 반짝이는 유리와 금속의 반사광은 차가우면서도 아름다웠다. 길은 이내 도시를 벗어나 또 다른 풍경으로 안내했다. 좁은 길목을 걸었다. 새어도 선착장을 지나자, 자전거길이 사라지고 도보조차 없는 길이 나타났다. 발 하나만큼 가까운 거리에서 자동차와 함께했다. 도로도 무척이나 좁았기에 계속해서 걸을 수 없었다. 그러다 공사 중인 토벽이 눈에 들어왔다.
초록색 그물망으로 덮인 토벽 위엔 강아지 두 마리가 있었다. 그중 갈색 강아지의 털이 햇살에 의해 유난히 빛났다. 그것의 시선은 먼 곳을 향했다. 조금의 동요도 없이 자리를 지켰다. 인간이 다듬어 놓은 풍경 위에서 야생이 잠시 숨을 고르고 있는 듯했다. 나는 강아지들을 지나친 뒤, 고민 없이 토벽 위로 올라갔다. 길은 다시 이어졌다. 철창 너머로 물결이 반짝이며 손짓했다. 저 멀리 산들이 차례로 이어졌다.
안전해졌다는 안도감에 마음이 편해졌다. 인도가 나올 때까지 토벽이 계속되었으면 좋았을 텐데… 그러지 않았다. 토벽 끝에 다다랐고, 나는 내려올 수밖에 없었다. 또 다른 시련이 닥쳤다. 외부인이 출입 못하게 막아놓은 철문이었다. 자물쇠로 잠겨 안에서 열 수 없었다.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 개구멍을 하나 발견했다. 사람이 지나갈 수 있는 정도 크기였다. 가방을 먼저 개구멍을 통해 내보내고 몸을 들이밀었다. 그렇게 아찔한 토벽 걷기를 끝냈다.
바다와 가까워졌다. 여정의 끝은 초지대교였다. 하늘은 서서히 색을 바꿨고, 어선들은 천천히 선박장으로 귀환했다. 분홍빛에서 주황빛으로 번졌다. 다리 위에서 바라본 바다는 마치 세상의 끝자락 같았다. 끝자락에 선 인간은 깊은 생각에 빠졌다. ‘나도 모르는 사이 광기는 걷잡을 수 없는 불길처럼 타올랐다. 방랑하는 삶은 자유에 대한 집착, 그 결과물일지도 모르겠다. 평범함을 좋아하지만, 광기에 사로잡힐 때면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곤 한다. 마치 지킬 앤 하이드처럼. 가장 높은 곳에서 터져 사라지는 폭죽처럼 나도 그러고 싶다는 충동에 간혹 빠지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