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작가님 질문에 적잖이 당황했다. '인도'라는 두 글자가 주는 울림이 남달랐기 때문이다. 속으로 오만가지 생각이 들었다. '그냥 물어보는걸까?', '아님 인도에 같이 가자는걸까?'. 인도에 대해 잘 몰랐지만,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여행자의 여행지(진정한 여행자의 여행지라고도 하더라)라는 소문은 익히 들었다. 한때 나도 꿈꿨지만 금방 마음을 접었다. 매체에 소개된 인도는 위험했고(최근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에서 기안84 덕분에 인도가 유명해졌다), 내겐 위험을 무릅쓸 용기가 없었다. 문 작가님이 다시 입을 뗐다.
"이번에 남인도 여행을 가는데 관심 있으면 같이 가면 어떨까 싶어서요."
동행 제안이었다. 가슴은 두근거리는데 머리는 차갑게 식었다. '가고 싶은데.. 비용은 어쩌지?', '계획한 일들이 밀려있는데 괜찮을까?'. 현재 놓인 상황이 걸렸다. 그럼에도 가슴을 진정시키기 어려웠다. 비용이야 모아둔 돈이 있어 문제되지 않았다. 그리고 다녀와서 아르바이트를 하면 그만이었다. '인도여행자'라는 타이틀을 쉽게 버리기 힘들었다. 지인들에게 신나게 떠들 생각에 어깨가 한껏 들썩였다. 그리고 여행작가와 함께 떠나는 여행이라니, 무언가 대단한 일이 벌어질 것 같았다.
"조금 고민해봐도 될까요?"
"아! 그럼요~ 고민해보고 알려주세요."
바로 승낙하고 싶었지만, 한번 더 고민하기로 했다. 두근거림이 차갑게 식어버릴 수 있기에 신중했다. 정말 인도에 가고 싶은지 확인이 필요했다. 인도는 불편하다면 끝없이 불편한 나라이기 때문에 적응 여부가 중요했다. 음식, 위생, 치안 등 고려할 점이 많았다. 내 관점에서 인도는 편한 여행지가 아니다. 불편함을 감수하고, 거기서 오는 자유를 만끽할 수 있는 여행자여야만 버티고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사실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내가 그토록 원하던 여행이었다. 감히 상상할 수 없는, 예상치 못한 일들이 벌어지는 그런 여행 말이다. 결론은 처음과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