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로 떠나는 날이었다. 게으름 피운 대가는 비쌌다. 출국일까지도 일을 했다. 부랴부랴 일을 마치고 배낭을 싸다 보니, 어느새 공항으로 출발할 시간이었다. 뜬눈 위의 눈꺼풀은 쉴새 없이 움직였다. 지하철을 탔다. 자다 깨기를 반복하며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함께 떠나는 작가님 커플은 미리 도착해 나를 기다렸다. ‘저 E에 도착했는데 어디 계실까요?’라고 조심스레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냈다. 이리저리 찾았지만, 그들은 보이지 않았다. 혹시나 먼저 들어간 것은 아닐지 하며 영어를 못하는 나는 무서움을 느꼈다. 다행히 내 이름 소리가 들리는 곳에 작가님 커플이 있었다. 그렇게 항공권을 무사히 넘겨받았다. 탑승수속을 마치고, 카페에서 탑승 시간까지 기다렸다. 그리고 드디어 비행기에 탑승했다. 호찌민을 거쳐 인도 뭄바이로 향하는 긴 여정이 시작되었다.
5시간 20분 뒤, 호찌민에 도착했다. 기내식을 먹고, 잠만 내리 잤더니 금방 도착한 느낌이었다. 다음 비행기를 타기까지 약 4시간동안 기다려야했다. 우리는 점심을 먹기로 했다. 동행자가 있어 편안한 느낌이었다. 복잡한 교통체계, 수많은 오토바이가 눈에 띄었다. 골목은 성수동처럼 낮은 건물이 자리 잡은 아기자기한 곳이었다. 외국은 처음이라 메뉴 선택도 큰일이었다. 메뉴판을 뚫어져라 보아도 도통 알 수가 없었다. 역시나 제일 만만한 것은 ‘RICE(밥)’ 종류였다. 볶음밥을 선택했다. 순대와 비슷한 생김새를 가진 음식과 데친 나물을 함께 먹었다. 여행에는 역시 술이 빠질 수 없지, 맥주도 시켰다. 생각보다 꿀떡꿀떡 잘 넘어가는 음식에 기분이 좋았다. 인도 음식도 입맛에 잘 맞을 것 같았다. 기분 좋게 식사를 마치고 나왔다. 애매하게 남은 시간은 우리를 먹기대회 선수로 만들었다. “베트남은 쌀국수인데 쌀국수를 안 먹을 수야 없지!”라며 쌀국수 가게를 찾았다. 해물이 베이스인 쌀국수였다. 배를 뜨뜻하게 데워놓고서야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인도로 가는 비행기는 이전 비행기 분위기와 완전히 달랐다. 인도인들로 가득한 비행기는 어수선했다. 그들은 정말 활기찼다. 이륙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도떼기시장처럼 시끌벅적했다. 이리저리 움직이며 떠들다가도 때가 되니 제자리에 앉았다. 무질서 속에 질서가 있는 느낌을 받았다. 새로운 분위기에 놀라는 와중에 앞자리에 앉은 사람이 의자를 끝까지 뒤로 젖혔다. 한국인으로서 상상도 못 할 행동에 화가 났다. 하지만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부족한 영어 실력은 둘째치고, 그의 행동에는 악의가 없었기 때문이다. 가는 데는 불편함이 없었지만, 기내식을 먹을 때 큰 불편함이 있었다. 고개를 숙이고 먹을 수 없을뿐더러 모자가 계속 의자에 부딪혔다. 할 수 있는 방법은 하나였다. 모자를 벗고, 음식을 들어서 먹었다. 아주 맛있었다. 이러한 불편함은 오히려 인도 여행을 기대하게 했다. 어떤 곳일지 빨리 가고 싶었다. 5시간 10분을 보내고 인도 뭄바이 공항에 도착했다. 심장이 두근댔다. ‘내가 인도에 오다니!’, 믿기지 않는 현실에 몸이 뻣뻣해졌다. 벽면에 화려하게 그려진 다양한 문양을 보니 인도에 왔음을 실감했다. 뭄바이 공항은 어마어마하게 컸다. 출국심사를 하는 장소까지 꽤 거리가 있었다. 무뚝뚝한 얼굴을 가진 여자 심사관과 마주했다. 앞에서 뭐라고 말하는데 알아들을 수 없었다. Pass Boarding(항공권)도 몰랐으니 더욱 긴장되었다. 소통의 어려움이 한 번 더 찾아왔다. 2~3번 더 듣고 나서도 못 알아듣자, 심사관은 모자를 벗으라는 행동을 보여줬다. 조금 오래 걸렸지만, 입국심사를 통과했다. ‘인도야~ 내가 왔다!’, 입국심사대를 나오자마자 긴장도 풀 겸 화장실을 들렀다. 뭄바이 공항 화장실은 끝내주게 깨끗했다. 핸드 드라이어가 무려 다이슨 제품이었다. 생각보다 쾌적한 환경에 작가님 여자친구(*앞으로 롱님이라 칭함)와 함께 감탄을 금치 못하며 작가님 뒤를 졸졸 따라갔다. 숙소에 가기 위해선 택시를 잡아야 했다. 능숙하게 인도인과 대화를 하는 작가님이 멋있었다. 택시 예약을 도와주는 아저씨는 매우 친절했다. 거스름돈이 없다며, 택시비를 깎아주었다. 남인도 여행 첫날부터 운이 좋다니 왠지 앞으로도 좋은 일들만 생길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