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일기 (3)

청신호: 메인인 것만 같은 보험

by 김규민

수능만으로 가는 정시도, 내신만으로(엄밀히 말하면 수능 최저도 있지만) 가는 수시도 아닌, 논술이라는 전형이 있다. 논술이 어떤 시스템인지 말하는 게 목적은 아니니까, 주어지는 여러 개의 제시문을 바탕으로, 주어진 시간 안에 주어진 글자수를 만족하며 논제에 답하는 글쓰기로 대학을 갈 수 있는 전형이라는 정도의 설명만 해두겠다. 처음으로 논술전형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것은 고1이었다. 당시의 나의 꿈 역시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은, 본업이든 부업이든 아무튼 글을 쓰며 사는 사람이었기에, 엄마로부터 글쓰기로 대학을 갈 수 있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상당히 놀랐다.

논술학원은 올해 초에 처음으로 들어갔다. 들어갈 당시에 나는 ‘그래도 글 쓰는 것도 좋아하고, 실제로 많이 쓰기도 하니까, 잘하지 않을까?’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처음에 논술학원에 들어가서 첫 시험을 보고, 그게 아니라는 사실을 느꼈다. 전혀 아니구나. 논술실력과 글을 좋아하는 건 인과가 딱히 없구나. 분명 글 쓰는 걸 좋아해서, 논술도 싫지는 않았다. 하지만 중요한 건 결과가 아닌가. 아무리 수학을 좋아하고 국어를 좋아한들, 그만한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면 누구도 알아봐 주지 못하고,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마음이 되어버린다. 무엇보다 나를 매일매일 기운 빠지게 만든 원인은 따로 있으니, ‘우수답안’이라는 제도가 그것이었다. 그전 주의 모든 학생들의 시험 답안 중 가장 우수한 답안을 선정해서, 학생들로 하여금 읽어보도록 학원에서 제공하는 유인물이었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과목에 대해서 나의 메타인지는 현저하 낮아진다 사실을 깨달았다. 항상 시험이 끝나면, ‘아, 이거 다음주에 우수답안 선정되겠는데.’ 하고는 시험 직후에 이뤄지는 원장님의 해설을 듣고, 아, 완전 잘못 적었구나, 하며 그제야 느끼는 것이다.


6모가 끝나고 나는 고민했다. 학원에서 하는, 작은 규모의 경쟁률인 우수답안에도 들지 못하면, 논술은 당연히 안 되는 것이 아닌가. 당시의 나는 우수답안에는 단 2번밖에 선정되지 못한 상태였다. 15번이 넘는 학원 수업동안, 단 2번. 반을 바꿀까? 당시 나의 반은 연고성반이었다. 연대, 고려대, 성균관대, 한양대 등, 조금 빡빡한(?) 수능최저를 요구하는 대학교이자, 비교적 어려운 축에 속하는 학교의 논술시험을 연습하는 반이었다. 나는 중경외시와 건동홍 라인업의 대학교의 논술을 공부하는, 명문대반으로 바꾸기를 고민하고 있었다. 매우매우 고민하고 있었다. 사실 원래 같았으면 진작에 바꿨을 것이다. 나의 상황(단 2번의 우수답안)을 봤을 때 연고성반에서 살아남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라고 판단했으니까. 그러나 이미 반을 바꿔야 할 것 같은 애들한테는 말해뒀다, 너는 남아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씀하시는 원장님의 말이, 나로 하여금 옮기기를 주저하게 만들었다. 나의 1 지망 대학교를 주로 배울 수 있는 명문대반. 원장님이 가능성을 말씀하시는 연고성반. 나는 선택해야 했다. 이 선택에 따라, 나의 논술의 미래가 크게 바뀔 수 있었다.


3일간의 긴 고민 끝에, 나는 명문대반으로 옮기기로 결정했다. 우선 나를 믿을 수 없었다. 요컨대 최악의 경우를 생각했을 때, 연고성반의 대학교들의 타 대학 대비 비교적 높은 수능최저를 맞출 자신이 없었다. 논술실력이 는다는 건, 최저가 충족된다는 전재가 성립되어야 의미가 있는 것이기에.


결론부터 말하자면, 명문대반으로 바꾸고 치른 지금까지의 총 5번의 시험 답안 중, 3번의 시험에서 우수답안에 선정되는 데 성공했다. 우수 답안 안에도 순위가 있는데, 우수답안의 턱걸이인 5위에서, 3위, 그리고 이번 주에는 전체 1위를 달성해 냈다. 논술 실력도 늘었다. 반을 바꾼 것만으로 실력이 는 걸까? 아니면 정말 ‘포텐이 터진다’는 것이 나에게 일어난 것일까? 아니면 해당 대학교들의 문제가 나에게 잘 맞나?


반이 바뀌며 선생님도 원장님에서 다른 선생님으로 바뀌었는데, 2번째 수업이었나. 그분께서 하신 말씀이 나의 논술 답안 방식에 영향을 미친 것 같다.

‘원래 글쓰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논술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경향이 있어요’

너무 잘 쓰려다가 논지를 잘못 잡고, 아예 딴 길로 센다던가, 내용이 아닌 문체에 집중해서 답안이 흐려지거나, 하는 등의 문제점들이 점점 보이기 시작했다. 일주일에 세 시간씩, 다른 아이들의 우수답안을 보며, 그들의 답안을 첨삭했다(?). 우수한 답안에 선정되기 위해, 그 안에서도 정점을 찍기 위해. 나름 꿈이 글 쓰는 사람이고, 이렇게 연재라는 것도 매주 하는데, 논술을 못 하면 그림이 별로 안 좋달까. 쉽게 말해서, 나는 논술 잘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리고 5주 중 3주만으로 판단하기에 이를지도 모르비만, 점점 가까워지고 있는 것 같다. 정시를 메인으로, 논술은 보험으로 생각하라는 엄마 앞에서는 말하지 못하지만, 나는 정시보다는 논술로 대학에 가고 싶다. 글로 대학에 간다라, 순수하게 정말 멋진 것 같다. 물론 정시가 중요한 건 알고 있지만서도. 매일매일 우수답안에 선정되는 영역에 도달하면, 최저를 확실하게 맞출 수 있는 수준에 도달한다면, 논술합격을 꿈꿀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