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

by 김규민

방학이 끝나고, 새 학기가 시작하고, 수능의 80일의 벽은 무너져가고.


그 상황에 마주하기 전까진, 아무리 말하고 경고한들 그 누구도 그 감정을 느낄 수 없다는 의미에서, 다가오는 수능과 다가오는 죽음의 공통점을 찾았다. 물론 죽음을 겪어보지 못한 입장에서 죽음이 또 다른, 전혀 다른 느낌일 수도 있겠다만. 뭔가가 다가온다, 는 느낌은 비슷하지 않을까. (까뮈가 비슷한 이야기를 하지 않았던가)


누군가는 수능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한다.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말이다. ‘성장 중’인 나로서는 성장의 시간이 많이 필요하기에, 도저히 공감할 수 없는 이야기지만, 아마 그들의 말은 아픈걸 빨리 끝내고 싶다는 생각으로부터 나오는 말이리라. 그럼 이런 생각도 든다.

‘재들은 준비가 되어있다는 이야기인가.’


참고로 난 준비가 안 되었다. 남은 일(약 80일) 동안만 조금 무리하자는 생각으로 수면시간을 압축해서 살아간 지 일주일 째다. 일 리터짜리 텀블러에 카페인음료 한 캔과 탄산수 두 병을 섞어 만든 칵테일(?)을 마시며 하루를 보낸 지도 일주일 째다. 이런 삶에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이러다가 수능을 망치기라도 하면 정말 면목없다.


벌써 합격여부가 갈린 친구들도 있다. 이를 테면 사관학교라던가. 나와 하굣길을 늘 함께하던 친구는 3일 전쯤 체육 대학교로 목표를 틀었다. 그렇게 염원하던 육사에 입학하기 위한 첫걸음인 1차 시험에서 떨어졌기 때문이다. 다른 과목은 몰라도 영어만큼은 늘 1등급이었던 그가 육사 시험에서 영어를 64점 받았다는 소리를 듣고 덜컥 겁이 났다. 와, 실전은 진짜 다른 이변이 생길 수도 있겠구나. 덜덜. (역으로 평소보다 잘 나오는 경우도 있지 않을까? 같은 생각도 해봤다)

나에게 수능은 그다지 기다려지지 않는다고 앞서 언급한 바 있지만, 9월 평가원 모의고사만큼은 가능하면 빨리 오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어서 나의 위치를 재확인하고, 증명하고 싶은 마음이 크기 때문이다. 분명 담임선생님과의 진로상담 당시 나의 모의고사 성적 그래프는 우상향의 형태를 취하고 있었다. 다만 그 기울기가 조금 완만했다. 천천히 늘면, 수능 당일까지 목표치에 도달할 수 없을지도 모르기에 조금 조급해진 나다.


방학이 끝나고, 학교에 다니기 시작한 지 일주일이 지났다. 내 평생의 학창 시절을 통틀어서 가장 학교에 가기 싫다는 생각이 큰 한 주였다(기본적으로 나는 학교를 좋아했다…!). 이유는 모르겠다. 어차피 자습만 있어서 그렇게 느끼는 걸까? 그렇다기엔 학교에서 만나는 친구들이 있다. 친한 선생님들도 있다(자습 때문에 대화를 자주 나누지는 못하지만) 근데 이게 무슨 변화란 말인가. 솔직히 말하겠다. 어느 순간부터 친구들이 친구들 같지가 않게 느껴졌다. 이유가 뭘까. 평소랑 같이 웃으며 실없는 이야기를 하고, 때로는 학업의 공부에 대한 고민도 나누던 친구들인데, 나는 그들에게 더 이상 말을 못 걸겠다. 내가 잘못한 건 없다. 근데 그들에게 먼저 말을 못 걸겠다. 상대 쪽에서 말을 걸어오면 나는 짧게 대답한다. 말의 공을 ‘받기만’ 하고, ‘돌려주지’ 않는다. 2학년의 친구들과 그때의 분위기가 너무나도 그립다. 어쩌다 이렇게 변해버린 걸까. 수능이 끝나면 모든 게 원래대로 돌아올까. 그러면 좋겠다.


그나저나 기쁜 일이다. 이렇게 나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는 사실 하나만큼은 말이다.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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