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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글 Aug 31. 2022

스페인어의 R발음을 하실 수 있나요

스페인어 도전기 

스페인어 첫 수업!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습관을 들일겸 신청한 아침 수업을 행여나 자다가 놓칠까봐 

어젯밤 평소보다 이른 시간에 눈을 붙였더니 일어나려던 시간보다 한시간이나 일찍 잠에 깼다. 

그래도 일어나기는 싫어 누워서 뒹굴 뒹굴하다가 수업시간이 가까워져 옴에 일어나 옷을 갈아입고 

머리를 대충 만지고 노트북 앞으로 향했다. 



드디어 약속한 시간. 

친절한 스페인어 선생님은 한국말을 한국인처럼 잘했다. 

오늘은 알파벳을 배울 거라고 하셨다. 내심 실망했다. 

'난 그저 말하는 것을 배우고 싶을 뿐인데'라고 생각한 나의 오만함은 종종 무언가를 처음 배우는 

사람들에게 나타나는 모습이다. 

걸을 줄도 모르면서 뛰고 싶어서 안절부절 못하는 것 아닌가... 



하지만 배우기 시작하니 안배웠으면 안되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배우면서 나름 재미도 있었다. 

모음을 읽는 법. 자음을 읽는 법. 

하나씩 하나씩 배우면서 영어와 다른 발음들에 신기했다. 

어디선가 보고 들은 적은 있었지만 무슨 뜻인지 알지 못했던 단어들을 알게 되기도 했다. 

그중 하나가 'casa'이다. 'casa'는 까사라고 읽고 집이라는 뜻을 가진다.  

그래서 'la casa de papel'이 번역하면 '종이의 집'이 되는 거구나라고 수업 후 혼자 검색하고 

찾아보며 좋아했다. (종이의 집은 감탄하면서 봤던 몇 안되는 드라마이다.) 



그러나 오늘 대망의 하이라이트는 알파벳 R이었다. 

한국어의 'ㄹ'발음과 전혀 같지 않은, 그렇다고 영어의 R발음도 아닌 것이 

어떻게 발음해야 할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선생님은 연습하면 차차 좋아질 거라고 하셨다. 

하지만 해 본 적이 없는 생소한 발음인지라 남 앞에서 남사스러워 어떻게 하지 싶어 

수업할 때는 매우 소심했다. 

그래도 혼자 연습하겠다는 생각으로 유튜브를 찾았다.

유튜브에서 "아르르르르르르~" 이렇게 연습하라고 알려줬다. 

계속 혼자 알 수 없는 어린 아이의 옹알이 같은 소리를 내며 연습했다. 



이 R 발음은 내가 스페인어의 매력을 느끼게 한 소리이기도 하다. 

버터처럼 느끼하고 좀 오버하는 것 같은 이 소리가 나에겐 어색하지만 

스페인어의 다른 강하고 된 소리들과 만나서 환상의 조합을 이루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 발음이 어렵기는한가보다. 유튜브의 한국인 선생님은 처음에 매일 30분씩 일주일동안 

"아르르르르르르르르~"를 연습했고 "르르르르르르르르~"만 연습하는데 꼬박 한달이 걸렸다고 했다. 

한국어의 'ㄹ'발음은 정확하게 혀끝이 입천장을 닿으면서 내는 소리이다. 

하지만 스페인어 'R'은 닿으면 안된다. 

입천장과 혀 사이의 빈 공간에 공기를 아주 세차게 밀어내며 내는 소리로 추정된다. 

아직은 정말 어렵다. 극소심 INFJ형인 나에게 남 앞에서 계속 말을 해야 하는 것. 

그것도 한 번도 해 본 적 없는 느끼하고 독특한 발음을 하는 것. 심지어 그게 잘 안된다는 것. 

그래서 오늘은 여기까지. 한 번에 한걸음씩 가는 거다. 너무 멀리 가려고 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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