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자보아 1603

by 셔블

푸니쿨라 참사소식이 며칠째 뉴스에 올라와, 오늘에야 사고 전후사정을 자세히 들여다 본다. 진녹색 나무 창문덮개, 그리고 전망대, 급경사… 70년간 운행해 오던 노후차량들이 순식간에 16명의 압사 사망자와 23명의 부상자를 냈다고 한다. 2010년에 다녀 온 기억있는 코스다.


마침 읽고 있던 글 때문에 사고 뉴스와 1603년 경의 시대가 순간 오버랩된다. 근래들어 급격히 기능이 떨어지는 뇌 신경들이 일으키는 착각이겠지만, 실마리란 어떻게든 꼬리를 흔들어 묶이고 헝클어진 타래를 풀고자 하는 지도 모른다.


보고 싶은 이의 보고 싶은 얼굴, 조각처럼 투명한 그의 전신 실루엣을 따라 혈관처럼 흐르고 싶다. 기다리는 하루 만큼 더딘 듯 뛰는 심장을 재촉하고, 그만큼 팽팽히 접히고 당겨진 시간의 줄 끝에 서로의 빨라진 호흡을 리듬처럼 마주하고, 다시 천천히 아주 천천히 오래 눈과 입술로 마주하고 싶다.


낮고 명징하게 울리는 그의 목소리에 순간을 묻고, 영원히 아름답게 아득하게 물들고 싶다.


부드럽게, 너무나 부드럽게, 찰라처럼 두번 가벼운 번개가 친다. 보름달 촉촉히 젖은 가을 새벽이 우리들 가슴처럼 조금씩 잔잔한 누전을 일으키나 보다.


벌레소리도, 흐릿한 별빛도, 피아니시모, 피아니시시모…. 틸티드 갸웃 고개숙인 인사처럼, 하얗게 맺힌 이슬마냥 우리도 초롱초롱 맑은 웃음 지으며 천천히 한잔 또 한잔 함께 술잔을 기울일 테지.


그렇게 하루를 꼭꼭 접어 당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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