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담, 그리고 동수엄마

by 셔블

세번째 담이 결리다.

배게를 잘못 사용한 탓으로 온 몸이 굳을 듯이 급격히 뻣뻣해져 고생했던 기억이 생생한데, 다시 또 다시 목과 더수기가 욱씬거린다.


하노이에서 공수된 호랑이뼈 연고도 소용이 없다. 필시 약과 물리치료가 필요한데, 당췌 어느 지점에서 뼈와 근육에 무리가 간 것인지 찾을 길이 없다.


허리 양쪽도 빠근한게 갑작스럽게 과도한 노동이 있었을 터, 이태 전부터 시작된 온열질환 증상과 함께 여간 괴로운 것이 아니다.


사람이나 기계나 AI나 여전히 용량이 딸리고, 잘 돌아가는데는 어디까지나 한계시점이 있음을 새삼 진하게 느낀다.


D는 본격 스위스 유학을 준비하는 눈치다. 어학성적이 만족할 만큼 나온 것일까. 그러고 보니, 오늘은 인공위성조차 보이지 않는 흐린 하늘 탓인가, 쓰륵쓰륵 하는 쓰르라미 빼고는 모기소리 만큼 작은 합창 뿐이다. 피아니시모, 피아니시시모… 벌레들의 감각은 최고다.


이대로 석고 흉상처럼 굳어버릴 것인가, 들기름과 올리브유, 심해상어 간유나 오메가 쓰리를 총동원하고 물리적 교정으로 틀어진 목뼈와 등뼈를 고쳐 놓아야 하나 하나마나한 계산을 두드려 본다.


아침식사를 마친 후, 소장 중인 담결림 약을 복용하고 서둘러 인근 의원을 찾는다. 꼼꼼하고 친절한 의사에게 이것저것 진찰과 처방을 받고, 역시 친절한 물리치료사와 간호사의 안내대로 한 시간 반 동안 치료를 받았다. 꽤 풀려난 느낌이지만, 빡빡한 일정 때문에 방치할 수 없어 빨리 대책을 세운 것이다.


쌀강정 만들기 체험 강의를 마치고 학생들의 작품이 저녁 식사 후 디저트로 나온다. 흑임자와 오색강정 이야기가 나오자, 먼 옛날 상당한 수완을 발휘해 색으로 재미진 인기몰이 장사를 척척해냈다는 ‘동수엄마’ 이야기가 또 나왔다.


60년대 초, 화물운송업을 하던 동수아빠와 별도로 ‘고춧가루’ 장사에 나선 동수엄마는 고추씨를 빻아 유난히 고운 색이 도는 고춧가루로 차익 많은 대량 생산을 한 다음 소매를 하곤 했는데, 비결이 바로 색소첨가였다고.


당시엔 거칠게 절구에 빻는 자가제조 방식의 고춧가루를 쓰는 가정이 많아 어떤 장삿꾼들은 망개를 섞고 가루에 색을 입혀 팔기도 했다나. 빨간 열매를 썼는지, 말린 잎을 썼는지 모르겠지만 참 대단한 시절이었던 모양이다.


제법 빳빳한 초록 몸집에 총각 구렛나루 나듯 거뭇거뭇해 보이는 청개구리 두 마리는 여차하면 방안으로 들어 올 심산인지, 방충망 턱에 꼼짝않고 앉아 있다.


새벽 비 예보가 있지만, 오늘이 보름인지 동쪽 야트막한 저녁하늘에 둥실둥실 유난히 동그란 달이 웃는다. 넉넉한 품이 참 예쁘다.


참 길고 긴 토요일 하루였음을 스스로 보고하고, 잠에 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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