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문

by 셔블

개삼신이 외고 다니는지, 오늘 밤에도 어김없이 수컷들의 한바탕 격투가 지나갑니다. 마늘까기 인형처럼 한자리에 앉아 한 시간 넘게 부지런한 손을 놀리시던 요도쿠 여사는 아직 곤한 침수에 들어 계십니다.


창밖에는 흐릿한 전갈자리 별들이 빛나고, 싱가폴이나 말레이시아 랑카위에서나 들릴 법한 새소리가 풀벌레 베이스와 함께 전혀 새로운 이국적 정취를 만들어 냅니다.


세 가지 품종의 배가 놓인 테이블에선 시식평이 한창이고, 여전히 향기로운 부추꽃 화병과 흠씬 너그러워진 동리 유지들의 표정이 이제 지리멸렬했던 시절의 끝이 다가오는 것일까 작은 희망을 품게 합니다.


키아프로 들썩이는 강남 한복판, 조금 비켜난 호젓한 강남구청역 어느 주소지 한곳을 네비게이션에 찍어 둡니다. 용한 한의원을 찾아갈 날이 멀지 않았음을 느껴보는 까닭입니다.


“사랑은 모든 허물을 덮나니…” 한 구절을 읖조려 보며, 기침 거동하시는 요도쿠 여사님과 인사를 나누고, 잠시 창밖의 인공위성과 날씨에 대해 도란도란 나즈막히 몇마디 더 나눕니다.


울음소리 그칠 시각이 다가오는지 기세는 떨어졌지만, 밤새 힘껏 노래하던 풀벌레들은 여전히 쉬지 않고 울어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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