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을 뛰어넘은 우승 서사

최가온과 김주형이 증명한 프로페셔널 멘탈리티

by Dylan Kim

2026 밀라노 코르티나 동계올림픽의 리비뇨 스노파크. 눈발이 잔잔하게 흩날리는 하프파이프 결승전에서 17세 소녀 최가온은 첫 런에서 코스의 립에 걸려 거꾸로 추락했다. 의료진과 가족은 철수를 권고했다. 전광판에는 'DNS(출전 포기)' 표시가 떴다. 그러나 그녀는 포기하지 않았다. 두 번째 런에서 또다시 넘어졌음에도, 세 번째 런에서 안정적으로 기술을 선보이며 90.25점을 기록, 올림픽 3연패를 노리던 스승이자 멘토인 클로이 김(88.00점)을 제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클로이 김의 평창올림픽 당시 최연소 기록(17세 10개월)을 경신한 17세 3개월 만의 기록이자, 한국 스키·스노보드 역사를 새로 쓴 순간이었다.


133403059.1.jpg 금메달 불모지였던 스노보드 종목에서 사상 첫 금메달리스트에 등극한 최가온

이처럼 비록 출발이 좋지 못하더라도, 위기를 극복하고 결과로 증명한 케이스는 골프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2022년 8월, 노스캐롤라이나주 세지필드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윈덤챔피언십. PGA 투어 루키의 당시 20세 김주형은 1라운드 파 4 첫 홀에서 쿼드러플 보기를 범하며 최악의 출발을 했다. 하지만 이후 17개 홀에서 버디 7개를 기록, 2라운드에서도 보기 단 한 개만을 적어내며 주말라운드 진출에 성공했다. 최종 라운드에선 무려 9언더파 61타를 쳐내며 9타를 줄이는 데 성공했고, 최종 합계 20언더파 260타로 임성재와 존 허를 5타 차로 따돌리며 PGA 투어 데뷔 첫 우승을 거머쥐었다. 2000년 이후 출생한 선수로는 PGA 투어 최초의 우승자이자, 현대 골프에선 조던 스피스에 이어 역대 두 번째 최연소 우승자라는 기록까지 세웠다.


최가온과 김주형의 서사는 어쩌면 드라마틱한 한 방 역전승처럼 보인다. 두 선수가 정상에 오를 수 있었던 이유는 극한 상황에서 다스린 멘탈 덕분이다. 잭 니클라우스는 "골프는 90%가 멘탈이고, 나머지 10%도 멘탈이다"라고 말했다. 스노보드 하프파이프처럼 순간적인 에어리얼 기술이 요구되는 종목도 멘탈이 핵심이지만, 골프는 더욱 세밀하고 장기적으로 접근한다. 4시간 넘는 라운드 동안 맞이하는 코스마다, 매번 다른 상황에 놓인 샷마다 심리적 압박이 쌓인다. 그렇게 4일이라는 시간을 철저하게 매니지먼트해야 한다. 첫 홀 쿼드러플 보기의 충격은 프로 골프세계에선 출발선에서 의지가 꺾일 정도로 비관적인 상황이나 다름없다.


프로와 아마를 막론하고, 이런 상황이 닥친다면 경기를 풀어나가기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이 마음 한편에 자리 잡을 수도 있다. 하지만 김주형은 윈덤 챔피언십이 열리기 직전 대회였던 로켓 모기지 클래식에서 PGA 투어 카드를 확보한 상태였다. 이 부분이 쿼드러플 보기를 일종의 해프닝으로 웃어넘길 수 있었던 계기가 되었다. 이런 홀가분하고 부담감 없는 상태로 경기를 이어나가며 빠르게 멘탈을 회복할 수 있었고, 무서운 집중력과 기세로 71홀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2022-Wyndham-Championship-Tom-Kim-Wins-4.jpg 김주형은 이 우승으로 PGA 투어 9번째 한국인 우승자 명단에 올랐다.

프로 골퍼들은 멘탈 관리를 위해 다양한 방법을 활용한다. 루틴을 통해 스윙과 샷에 일관성 확보하며, 호흡법을 통한 긴장 완화, 긍정적 자기 대화, 그리고 과정에 집중하고 결과는 내려놓는 마음가짐 등이다. 김주형이 최종 라운드 전반 9홀에서 무려 8타를 줄여냈다. PGA에 막 입성한 신예라기엔 믿기지 않을 정도의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그는 단지 스윙이 좋았던 것뿐만 아니라, 1라운드의 실수를 말끔히 잊어버린 완벽한 심리적 안정상태에 진입했기 때문이다.



결국, 챔피언의 멘탈이란 실수를 하지 않는 능력이 아니라, 실수 이후의 대처능력이다. 김주형은 1라운드 1번 홀의 기억을 삭제하고 최종 라운드의 몰아치기 기억만을 뇌에 각인시켰다. 최가온 또한 앞선 두 번의 실패를 잊고 오직 3차 시기의 완벽한 착지만을 시각화했다.


이들이 보여준 서사는 우리에게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살면서 마주하는 수많은 역경과 고난을 헤쳐나가야만 한다. 2025 마스터스 토너먼트를 우승하며 14년이라는 세월에 걸쳐 그랜드 슬램을 달성한 로리 매킬로이도, 골프와 단절하며 어려운 시기를 보냈지만 5795일 만에 다시 정상에 오른 앤서니 김도 그랬다. 절대로 포기하지 말라. 역경을 받아들이고, 멘탈을 재정비하고, 다시 일어서는 용기. 그것이 바로 최가온과 김주형이 남긴 가장 값진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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