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던 스피스'라는 종목에 대하여

고점과 저점 그리고 길고 긴 횡보

by Dylan Kim

올해로 89번째를 맞이한 마스터스 토너먼트는 로리 매킬로이의 그랜드 슬램 대관식으로 마무리되었다. 저스틴 로즈와 73번째 홀까지 가는 접전 끝에 마지막 퍼트 후 그린에 엎드려 어깨를 들썩이며 흐느끼던 모습은 전 세계 골퍼들에게 깊은 감동을 선사했다.

전 세계 단 5명밖에 없었던, 그리고 50년 동안 타이거 우즈를 제외하면 누구도 달성하지 못한 대기록을 세운 순간이었다.


로리 매킬로이의 위닝 퍼트 이후


PGA 투어 4대 메이저를 모두 제패하는 그랜드 슬램은 골프 선수라면 누구나 꿈꾸는 최고의 업적이다.

25년 만에 이 기록이 다시 쓰이면서, 다음 그랜드 슬래머로 유력한 조던 스피스가 언급되고 있다.

한때, 타이거 우즈의 뒤를 이을 차세대 황제로도 불린 그였다.

본격적으로 우승컵을 들어 올린 2015년 기록을 살펴보자.


3월, 발스파 챔피언십에서 연장 접전 끝에 그 해 첫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4월, 마스터스에서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하며 2014년 준우승의 아쉬움을 씻어냈다. 첫 메이저 대회 우승 트로피였다.

6월, U.S오픈. 4라운드 17번 홀에서 더블 보기를 적어내고 더스틴 존슨과 공동 1위로 들어선 18번 홀에서 2.4미터 버디 퍼트를 성공하며 5 언더로 마무리. 반면, 더스틴 존슨은 1미터도 안 되는 버디 퍼트를 놓치며 1타 차로 무릎 꿇고 만다. 메이저 트로피를 하나 더 추가한다.

7월, 2013년 생애 첫 우승을 안겨줬던 존 디어 클래식에서 다시 정상에 오르며 시즌 4승을 기록했다.

9월, 시즌 최종전 페덱스컵 투어 챔피언십에서도 우승하며 메이저 2회 포함 시즌 5승으로 마무리한다.

그렇게 한 해 벌어들인 우승상금만 1200만 달러였다. 당시 대회 상금규모를 고려해도 압도적인 금액이었다.


물론, 아쉬움도 있었다.

5월 PGA 챔피언십에서 준우승, 7월 디 오픈 챔피언십은 공동 4위에 그쳤다.

그러나 한 해 모든 메이저 대회에서 TOP4를 기록한 선수는 2005년 타이거 우즈 이후 처음이었다.


2015 마스터스 토너먼트 우승 후 그린 재킷을 입은 조던 스피스


이듬해 열린 마스터스 토너먼트에서도 역사상 전례 없는 2 시즌 연속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하지만 최종 라운드가 진행된 4월 10일 일요일, 아멘 코너 12번 홀인 골든 벨에서 대참사가 일어났다.

티 샷이 그린 앞에 흐르는 래의 개울에 빠져버리고 만다. 드롭존에서 친 웨지 샷도 다시 물속으로 자취를 감췄다. 5번째 샷을 겨우 그린 뒤 벙커로 보내고 끝내 쿼드러플 보기를 기록하며 7타 만에 홀을 마무리했다.

이후 선두 자리에서 내려오며 그대로 준우승이라는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이 사건을 이후로 경기력은 흔들리기 시작하고, 오랜 심리적 부담을 안고 가게 되는 시작점이 되었다.

인터뷰에선 “이 경험을 통해 더 나은 선수가 될 것”이라고 밝혔지만, 마음속에 새겨진 상처는 예상보다 깊었고, 절대자의 모습은 점점 사라지고 있었다.


2016 마스터스에서 캐디 마이클 그렐러와 실의에 빠진 조던 스피스


2017년, 잠시 반등이 있었다.
페블비치 프로암, 트래블러스 챔피언십 그리고 디 오픈 챔피언십 등 굵직한 대회에서 정상에 오른다. 한 해 3승을 쓸어 담으며 과거의 기세를 다시 끌어올리는 듯 보였다.

하지만 이는 완전한 복귀가 아니었다. 일시적인 반등이었다. 그야말로 ‘데드 캣 바운스’였다.
한때 11승까지 찍으며 정점을 향해 달리던 종목 ‘조던 스피스’는 반등 이후 점점 하락 추세에 접어드는 차트와 같았다.


2017 디 오픈 챔피언십에서 클라레 저그를 들고 우승 포즈를 취하는 조던 스피스


그 해, 절친한 사이로 알려진 저스틴 토마스가 PGA 챔피언십 우승 트로피를 차지한다.

조던에겐 이 PGA 챔피언십 트로피가 간절했다. 그랜드 슬램을 위한 마지막 퍼즐 조각이었기 때문이다.

이 퍼즐 조각을 맞추기 위해 리빌딩을 시작했다. 그러나 이 리빌딩은 독약이 되었다. 약점으로 꼽히던 드라이버 정확도는 더 떨어지고, 강점이었던 퍼터는 더 이상 강점이 되지 못했다. 전성기 시절 최상위권이었던 퍼팅 주요 지표는 190위권까지 떨어지고 만다.

오랜 부진은 멘탈도 어지럽혔다. 인터뷰에선 아쉬움과 문제점만 늘어놓기 바빴다.


그런데 사실 이 퍼즐은 거의 맞춰질 뻔했었다.

10년 전, 조던과 함께 시즌 5승을 기록한 호주 출신 제이슨 데이는, 당시 20 언더라는 역대 최저 타수로 PGA 챔피언십 정상에 오르며 첫 메이저 대회 우승 신고식을 치렀다. 당시 조던은 2타 차 뒤진 채 파이널 라운드를 시작했지만, 끝내 타수를 좁히지 못하고 준우승에 만족해야만 했다.

비록 우승은 놓쳤지만, 대회 직후 스피스는 세계 랭킹 1위에 올랐다. 이때만 하더라도 퍼즐을 맞추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처럼 보였다.


2021년, 디 오픈 이후 3년 9개월 만에 발레로 텍사스 오픈에서 우승을 거뒀다. 이 우승은 2016 마스터스 이후 심리적 회복의 결과라고 밝혔다. 과거 실패를 바탕으로 자신감을 되찾으려 오랜 시간 노력한 결실을 맺은 순간이었다. 이듬해 열린 시그니처 대회 RBC 헤리티지에서도 정상에 오르며 아픈 기억을 우승으로 채워나가고 있었다. 그러나 또다시 3년이 넘는 시간 동안 우승 없이 긴 공백기를 보내고 있다.




앞날이 창창했던 젊은 유망주는 고점을 너무 일찍 찍어버렸다. 하지만, 마스터스라는 큰 무대에서 대기록을 앞두고 돌이킬 수 없는 실수와 함께 서서히 무너지기 시작했다. 디 오픈에서 정상에 오르고 반등하는가 싶더니 그래프가 아래로 꺾이고 만다. 한 순간 실수가 심리적 압박감으로 이어지고, 쉽게 아물지 않는 깊은 상처가 되었다.


이제, 조던의 복귀를 기다리는 팬들의 염원이 닿을 시간이 왔다. PGA 챔피언십 준우승의 아픔을 씻어낼 기회는 매년 있었지만, 2019년 공동 3위를 끝으로, 단 한 번도 TOP10에 들지 못했다.

작년 8월, 세인트 주드 챔피언십 직후 1년 넘도록 미뤄온 왼 손목 수술을 받았다. 시즌 아웃을 선언하고 다음 시즌 복귀를 위해 회복에 전념했다.

그리고 올시즌, 10개 대회에 출전해 TOP10을 세 차례 기록하며 서서히 상승 그래프를 그리고 있다.


다가오는 107번째 PGA 챔피언십에서 마지막 퍼즐을 맞추고 7번째 그랜드 슬래머로 거듭날 수 있을지, '조던 스피스' 종목의 신고점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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