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일은 따로 또 같이
화요일 아침은 분주하다.
남편이 '가톨릭시니어합창단' 가는 날이라
서둘러 아침을 차렸다.
좋아하는 합창을 하러 가는 남편을 배웅하고,
나는 두 팔을 번쩍 든다.
오후 5시까지 혼자만의 시간이다.
40여 년 전 연애시절에는 헤어지기 싫어서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다, 막차를 놓칠 때도
많았다.
지금은 퇴직 후 24시간 삼시 세끼를
같이 하다 보니, 가끔은 혼자 있을 때가 좋다.
남편 역시 말은 안 해도 마누라 잔소리가 없는
합창하는 시간이 행복할 것이다.
우리는 지난 1년 동안 이인삼각 경기를 하듯
붙어 다녔다.
도서관도 같이 가고, 복지관 수업도 같이 듣고,
주일에는 성당에서 봉사도 같이 한다.
취향이 비슷하고 가치관이나 정치관마저
같아서 의견충돌은 거의 없다.
의견충돌은 없어도 여늬부부와 같이
사소한 일로 티격태격한다.
직장을 다닐 때는 같이 있는 시간이 적으니
사소한 일로 부딪히는 일도 많지 않았다.
퇴직 후 같이 있는 시간이 많다 보니
서로에게 사소한 잔소리를 하게 된다.
안 봐도 될 행동들을 보게 되기 때문이다.
남성호르몬이 감소하는 남편은 동네 아줌마가
되었고, 여성호르몬이 감소하는 나는 아저씨가
되었다.
그나마 사이좋게 지낼 수 있는 건
36년간 삶의 전쟁터를 같이 헤쳐 나온
전우애 덕분이다.
1년 동안 매주 화요일 합창 연습을 했던
남편은 2번의 합창 발표회를 했다.
10월에 서소문성지역사박물관 콘솔레이션홀
에서 16곡을 발표하는 모습을 보니 뭉클했다.
사는 대로 살아온 세월이 지나
생각한 대로 살아내기 시작한 삶의 첫 결과물.
남편은 물론 나에게도 기쁨이 되었다.
오늘은 혼자 차를 끓여 마시고,
책을 읽고, 글을 썼다.
그러다 문득 하루종일 한 마디도 하지 않음을
깨달았다.
삼시 세끼 하기 힘들어서 주말부부했던 때를
그리워도 했는데, 고작 한나절만에 남편이
없음에 허전함을 느낀다.
같이 있는 시간 티격태격하는 게
삶의 활력소였구나!
아이들도 다 성장해서 자기 살기 바쁜데
하긴,
남편이 아니면 누가 내 얘기를 들어줄까,
남편이 아니면 누가 나랑 같이 밥을 먹을까,
남편이 아니면 누가 나랑 TV를 보면서
같이 웃고 떠들까.
반복되는 일상의 고마움을 잊고 살다
티격태격할 수 있는 남편이 있다는 게
감사한 마음이 든다.
'따로 또 같이' 한 오늘
남편이 돌아오면 여성호르몬이 듬뿍 담긴
목소리로 반갑게 맞아야겠다.
사랑이란 서로 마주 보는 것이 아니라
둘이서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것이다
-생텍쥐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