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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작가 나혜옥 Nov 07. 2024

한국관광협회 <꿈꾸는 여행자> 서울 30기

한국관광협회 <꿈꾸는 여행자> 서울 30기

퇴직을 하기 전 우리 부부는 머리를 맞대고

버킷리스트를 작성했다.

퇴직하면 하고 싶은 게 참 많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버킷리스트를 작성하니, 한 두 가지 쓰고

서로 얼굴만 쳐다보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베이비부머 세대인 우리 부부는

한 반에 60~70명씩 되는

콩나물시루 같은 교실에서 공부했고,

산업근대화의 역군으로

일하는 건 잘해도

노는 건 할 줄 모른다.

20년 전에는 토요일도 근무를 했고,

여름휴가 말고는 연차를 내서 평일에

여행을 다닌다는 건 생각도 못해 봤다.


서울대 최인철교수님은 '행복한 삶이란 여행을

자주 하는 삶이다'라고 말한다.

행복한 사람들은 애초부터 행복한 일을 많이

하는 사람들이고, 행복한 일이란

의미와 재미 모두를 높은 수준으로

충족하는 일이라고 한다.

여행이 가장 대표적이며, 운동, 먹기, 대화, 명상,

봉사 등인데, 여행에는 이 모든 것이 포함돼 있다.


퇴직하기 1년 전

나는 남편에게 2022년 한 해동안

여행장소, 관광지 탐방 코스, 맛집 등

여행 계획을 짜보라고 했다.

30년이 넘는 결혼생활 내내 내가 늘 앞장서 나갔다.

성격이 급한 탓도 있고, 생각을 하면 바로 실행하는

돈키호테형이라 늘 선봉장을 맡았다.

그러다 보니 남편은 당연히

내가 모든 걸 준비하려니 한다.

퇴직하면 남편이 앞장서게 하고

나는 뒷짐을 지고 살겠다고 마음먹었다.


2022년에 1월에 강릉, 3월에  결혼기념일을

제주도에서, 9월에 군산, 11월에 연천을 다녀왔다.

나는 남편에게 여행을 갈 때마다 현지 가이드보다

잘한다고 폭풍칭찬을 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더니 남편은 신이 나서

한 달에 한 번씩 여행을 가자고 조르기 시작했다.


남편이 퇴직을 하고 한가한 일상을 즐기던 중,

한국관광협회가 60세 이상 장년의 건강한

여행 문화 조성을 위해 <꿈꾸는 여행자>

수강생을 모집했다. 나와 남편이 나란히 신청을

했는데, 나는 떨어지고 남편은 서울 30기로 뽑혔다.


<꿈꾸는 여행자>는

3번의 비대면교육과 4번의 대면교육이

있고, 5만 원의 실습경비가 지원된다.

이번 기회에 여행학교를 통해

잘 노는 법을 배우기로 했다.


남편은 1주 차, 2주 차 교육을 받으며

무척이나 즐거워했고, 동기들의

다양한 여행 경험을 들으며

자신의 여행 계획도 세워나가기 시작했다.


3주 차 교육이 있기 전에 여행실습으로

강사님이 추천한 곳 중의 한 곳인

진천의 천년 된 농다리를 보고 맛집이 있는

붕어마을에서 붕어찜을 먹기로 했다.


농다리는 고려 초에 축조된 것으로 천년이 넘은

가장 길고 오래된 돌다리다. 다리가 물살을 거슬러

올라가는 지네 형상이라서 지네 '농(籠)'자를 붙여

농다리라 불려진다.

하늘의 28수 별자리를 따라 28칸 돌 교각으로

만들어졌다.

작은 돌을 물고기 비늘처럼 쌓아 올린 후

지네 모양을 본떠 길게 늘여 만들어졌으며

석회를 바르지 않고 그대로 쌓았다


고려초 만들어진 다리가 유실되지 않고

천년을 이어 오고 있음이 놀라웠다.


오늘날에도 다리의 기능을 훌륭히 수행하고 있어

농다리를 통해 미호강을 건널 수 있다.

매년 4월에는 진천 농다리 축제가 열린다.


농다리를 건너 산길을 따라 전망대 가는 길은

평일이라 한적했다.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풍경이 한가롭고

평화스러워, 마음을 풀어놓고 쉬었다.


내려오는 길에 만난 메타세쿼이어길은

힘겹게 올랐던 산길에 대한 기억을

잊게 했고, 나무의 늠름함에 매료되어

나무 사이를 서성거렸다.

점심으로 초평저수지 붕어마을 맛집에서

붕어찜으로 허기진 배를 채웠다.

처음 먹어보는 붕어찜은 푹 무른

시래기와 같이 먹으니, 궁합이 잘 맞아

밥 한 그릇을 뚝딱 게눈 감추듯 먹었다.


퇴근길 교통정체를 피해 일찍 올라와서

아쉬움이 남았다.

이번 진천 여행은 유명한 관광지가 아니어도

역사가 있고 예쁜 산책길이 있어 여행의

새로운 발견이었다.


인생 2막 여행이 시작됐다.

인생 마지막에 가져갈 것은 추억뿐임을 알기에,

오늘도 추억을 만들기 위해 하루의 여행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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