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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길

생각이 멈추는 그 순간까지

by 생각전사

1978년 나는 군인이 되었다. 내가 원한 것이 아니라 국가가 요구한 길이었다. 나의 스무 살 그 해 여름, 나는 빠르게 퇴색되어 가는 나의 청춘을 보았다. 그래서 도망치 듯하다가 운명처럼 평생 군인의 길을 걸었다. 거기서 외길이라고 외친 것은 길들여진 덕분이기도 하고 살기 위한 것이기도 했다. 그 길은 2014년 목숨을 부지한 채 끝이 났다. 36년, 긴 시간이었다.


그 이야기를 모아 2016년 책을 냈다.(소년과 장군, 샘터사) 그리고 그 해 고위공무원이 되었다. 다시 국가를 위한 길이었다. 얼마간 또 그렇게 그 길을 가야 했다. 이제는 그야말로 자유와 행복의 길에 있다.


책을 냈으니 누군 나를 작가라고 했다. 하지만 나는 작가라고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었다. 증명되지 않았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에 브런치에서 나를 작가로 인정해 줬다. 출간한 책과 그동안 블로그에 썼던 글들이 근거가 된 것이다. 기쁘고 감사한 일이다.


이제 나는 작가의 길을 간다. 누가 원해서가 아니라 내가 원한 길이다. 내가 좋아서 선택한 길이다. 죽어가던 세포가 살아나며 의욕이 앞선다. 그러면서 걱정이 뒤따른다. 실력이 모자라기 때문이다. 그래서 서두르지 않으려 한다. 생각을 많이 하려 한다. 게으르지 않으려 한다. 과거에 얽매이지도 않고, 어설프게 새로 배운 것을 자랑하지도 않으려 한다.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을 살피고 살피며 쓰고자 한다. 왜냐하면 나는 생각이 멈추는 그 순간까지 글이 점점 좋아지는 늙은 작가이고 싶기 때문이다.


뒤늦은 작가의 길이 누가 원한 것이 아니라 내가 원한 길이라는 것이 무엇보다 기쁘고 기쁘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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