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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어느 오후-2020]

by 생각전사

시간은 움켜쥔 손가락 사이로 흩어지고
바람은 산 모퉁이에 걸려 쉬고 있다.

한 때 낙락장송은 어쩌다 그루터기가 됐고 목숨을 부지한 나무는 하늘로 치솟는다.

떠난 이들의 땅에
꿈꾸는 이들의 집이 들어서고
속없는 호객꾼은 나그네를 유혹한다.

아직 겨울이 한창인데 대지에선 벌써 봄기운이 돌고

급할 것 없는 냇물은 천천히 아주 천천히 흐르고 있다. (2020년 세모)

큰 나무는 영문도 모른 채 베어졌고 누군가의 욕망으로 그 옆에 빌딩 숲이 들어섰다. 시간에 따라 무엇은 가고, 무엇은 남고, 무엇이 온다. 나는 그 시간속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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