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개월만에 백수에서 공무원이 된 이야기
2020년, 나는 스물아홉이 되었다.
스무 살 무렵 상상했던 스물아홉과는 너무도 다른 모습이었다.
지방 4년제 공대를 입학했고, 남들이 하니까 나도 한 휴학은 의미 없이 흘러갔다.
딱히 전공에 애정이 있었던 것도 아니라, 졸업 후에도 취업 준비보단 그냥 알바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흘러가버린 20대.
29살이 되었을 땐, 아무런 타이틀도 없이 백수였다.
불안은 생각보다 훨씬 큰 파도로 다가왔다.
같이 놀던 친구들은 하나둘씩 자리를 잡고, 직장을 다니기 시작했다.
그 사이, 나만 멈춘 것 같았다.
30살이 되는 게 두려웠다.
이대로 백수로 30대를 시작하면, 결국 내가 가게 될 곳은 육체노동 현장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중년이 되어 동창회에 가서 내 직업을 말하지 못하고 머뭇거릴 나 자신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키가 큰 내가 스스로 작아지는 상상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그 무렵, 여동생이 행정직 공무원에 합격했다.
우리 가족에게 ‘합격’이라는 단어가 처음으로 찾아온 순간이었다.
모두가 함께 울었던 것 같다. 진심으로 기뻤다.
그러나 동시에, 맏이인 나는 더 부끄러워졌다.
그때 묘한 반발심이 생겼다.
"지금 내가 가진 건 시간뿐인데, 이걸로 한번 뒤집어보면 안 될까?"
내 시간, 일론 머스크보다 많았으니까.
그래서 시작했다. 네이버에 ‘공무원 단기합격’을 수없이 검색하면서.
내게 남은 시간은 딱 8개월이었다.
고득점을 요구하는 행정직은 맞지 않다고 판단했고, 기술직렬 중 토목직렬이 눈에 들어왔다.
몇몇 해에는 커트라인이 60점대까지 내려간 적이 있었는데, 그걸 보는 순간
‘이거, 나도 할 수 있겠는데?’ 하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 생겼다.
하지만 그 희망이 나를 움직였다.
그렇게 공무원 학원에 등록했고, 비전공자로서의 전략을 짜기 시작했다.
전공과목은 공부하면 어떻게든 되겠지 싶었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따로 있었다. 바로 한국사.
생각해 보니 고등학교 1학년 이후로 한국사를 본 적도 없었고,
솔직히 말해 고려와 조선 순서도 구분 못하는 상태였다.
학원에서 한국사 수업을 5개월 정도 듣고 모의고사를 쳤다.
점수는 15점.
그게 2월이었다. 눈앞이 막막했다.
한편으론 웃겼다.
남들은 '그거 찍어서 나온 점수 아니야?' 하겠지만,
나는 풀어서 맞은 게 15점이었다.
그때 깨달았다.
공부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했구나.
그래서 바로 인강을 결제하고, 다시 시작했다.
그렇게 시작한 공무원 준비.
힘들었지만, 결국 나는 8개월 만에 합격했다.
이 이야기를 쓰는 이유는 단 하나다.
그때의 내가 해냈으니, 지금의 당신도 할 수 있다는 걸 전하고 싶어서.
이 글은,
백수였던 내가 8개월 만에 공무원이 되기까지의 기록이다.
솔직하고, 구체적이고, 가끔은 웃긴 이야기.
이 기록이 누군가의 하루에 작게나마 불씨가 되길 바란다.
[다음 편 예고]
→ "비전공자의 전략: 내가 선택한 직렬, 과목, 그리고 현실적인 공부 루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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