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25여 년의 마침표가 아닌, 새로운 시작
25여 년이라는 시간은 단순히 숫자로 정의하기엔 너무나 무거운 무게를 가집니다.
누군가에게는 한 세대이며, 누군가에게는 청춘의 전부였을 그 시간 동안 저는 줄곧 '정답'을 말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칠판 위에 하얀 분필 가루를 날리며 미지수 x의 값을 찾아내고, 흐트러진 공식을 바로잡아 명쾌한 결론을 도출해 내는 일.
그것이 제 삶의 근간이었고, 제가 세상을 돕는 유일한 방식이라 믿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저는 그 익숙한 마침표를 찍고, 정답이 없는 세상으로 첫발을 내딛으려 합니다.
정답의 안도감 속에서 보낸 25여 년
수학의 세계는 명료합니다. 원칙을 지키면 반드시 결과가 나오고, 복잡한 문제도 결국은 단 하나의 숫자로 수렴됩니다. 교육자로서 제가 아이들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은 '길을 잃지 않고 정답에 도달하는 법'을 가르쳐주는 것이었습니다.
빨간 펜을 들고 동그라미를 칠 때마다 느꼈던 안도감. 그것은 학생뿐만 아니라 제 자신에게도 해당되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지금 옳은 길을 가고 있다", "나는 누군가에게 확실한 답을 주고 있다"는 확신이 저를 지탱해 온 힘이었습니다.
하루하루가 경쟁인 강남과 송파의 한 교실에서 수많은 아이의 눈빛을 마주하며 보낸 시간은 제게 훈장과도 같았지만, 동시에 '정답'이라는 틀 안에 저를 가두는 보이지 않는 울타리이기도 했습니다.
미지수가 가득한 '정답 없는 삶'을 마주하다
인생의 큰 매듭을 짓기로 결심한 순간, 가장 먼저 찾아온 감정은 해방감이 아닌 '막막함'이었습니다.
교과서 밖의 세상은 공식대로 흘러가지 않으니까요. 물론 수학이 아닌 입시라는 이름으로 아이들과 학부모님을 만나는 건 여전하지만
또 하니의 새로운 무대에서 어르신들을 위한 이야기를 고민하고, AI와 대화하며 새로운 콘텐츠를 창조하고, 나만의 캐릭터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일들. 이곳엔 채점해 줄 선생님도, 해답지도 없었습니다. 내가 만든 영상이 누군가에게 닿을지, 내가 설계한 새로운 비즈니스가 성공할지 그 누구도 확정적인 답을 주지 않았습니다.
처음에는 두려웠습니다. 0점이 나오면 어쩌나, 오답을 고르면 어쩌나 하는 습관적인 걱정이 발목을 잡았습니다. 하지만 깨달았습니다. 인생은 수학 시험지가 아니라, 아무것도 그려져 있지 않은 캔버스라는 것을요.
마침표는 새로운 문장의 시작일 뿐
25여 년의 수학 교육자 생활을 마무리하고 입시진로와 시니어 및 AI교육의 새로운 교육자로 변화하며 저는 이제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정답이 없기에, 오히려 무엇이든 답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영상 편집 기술을 익히고, 시니어 세대의 마음을 읽으며, 디지털 세상 속에서 저만의 새로운 브랜딩을 시작합니다. 누군가는 늦었다고 말할지 모르는 이 도전이 제게는 그 어떤 수학 공식보다 흥미롭습니다.
정답만 가르치던 사람이 정답 없는 길을 걸을 때 비로소 만나는 풍경들이 있습니다. 그것은 실수해도 괜찮다는 너그러움이며, 예상치 못한 우연이 주는 즐거움입니다.
제 인생의 1막이 명쾌한 '수식'이었다면, 앞으로 펼쳐질 2막은 따뜻한 '에세이'이기를 바랍니다. 여전히 미지수 x로 가득한 매일이지만, 이제는 그 미지수를 풀어내야 할 숙제가 아닌, 설레는 선물로 받아들이려 합니다.
25여 년의 마침표가 아닌 새로운 오늘, 저는 비로소 진짜 여행을 시작합니다.
글을 마치며
혹시 여러분도 지금 익숙한 무언가에 마침표를 찍고 계신가요? 그 뒤에 이어질 문장이 무엇일지 두려워 마세요. 정답이 없다는 것은, 우리가 쓰는 모든 것이 곧 답이 된다는 뜻이니까요.
작가의 한마디
25여 년간 잡았던 분필 대신 이제는 마우스를 쥐고 새로운 세상과 소통하려 합니다. 교육자로서의 책임감은 그대로 간직한 채, 방식만 조금 바꿔보려 해요. 이 글이 새로운 시작을 앞둔 모든 분께 작은 응원이 되었으면 합니다.
매주 수요일 연재(휴재 3월에 다시 돌아올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