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강남 모처의 건물에서 면접을 봤다. 이모저모 질문들에 유야무야 대답하던 중 면접관은 돌연 피식 웃었다. 취미가 말 걸기세요?
우리는 이력서에 아무 의미도 없는 취미와 특기를 적어낸다. 독서, 영화 감상 등등. 누구나 할 법한 이야기들. 지난해 기자를 준비하면서부터 난 이력서의 이 항목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진짜 취미를 적으면 해외축구 보기, 혼자 축구하기, 헬스하기인데. 그런 걸 궁금해나 할 건가. 그래서 좀 튀고 싶었다. 작년 6월 이후로 난 이력서에 이렇게 적기로 했다. 취미 말 걸기.
그 이후로 면접만 가면 취미 얘기가 나왔다. 뭐 나름대로 성공한 전략이랄까. 한 줄이라도 궁금증을 자아냈으니. 원래 면접은 궁금증 만들기 싸움이다. 나에 대해 더 궁금해 하면 이기는 거다. 취미가 말 걸기냐는 말은 그래서 날 크게 당황하게 하는 질문은 아니었다. 능숙하게 답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취미가 그렇다고, 그래서 주점이나 카페를 가면 사장들과 친해지고 단골이 되는 건 물론이고 옆자리 손님과도 친해진다고. 이 말에 면접관은 꽤 흥미로웠나보다. 비법이 뭐냐고 물었고, 난 명분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부담을 주지 않고 명분이 있게 말을 걸어야 한다고.
나는 최근에 취미를 아주 잘 실천하고 살고 있다. 지난주엔 집 앞에 한 요리 주점에서 처음 보는 두 명에게 말을 걸어 세 명이 동시에 떠드는 사태(?)도 발생했다. 처음 온 손님은 인사할 사람이 되고 두 번 본 손님은 지인이 되며 세 번 본 사람은 친구가 된다. 지인이 한도 없이 늘어나지만 연락하고 지내진 않고. 나름대로 나쁘지 않은 일상이다.
그래서 취미가 말 걸기라는 건 취업에도, 일상에도 나쁘지 않다. 생각보다 말 거는 것도 어렵진 않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도 주변의 고독을 즐기는 사람에게 말을 걸어보는 게 어떨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