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과 봄을 지냈다. 22년도 이제 절반이 지났구나.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25살의 겨울과 봄은 닻이 바다 모래를 긁듯 상흔을 남기며 지나간 것 같다. 숱한 사람들과 이별을 겪었지만, 대신 또 좋은 사람들과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뜻밖의 기회들이 찾아왔다. 만남이라는 게 참 신묘하다. 다시는 나와 잘 맞고 귀중한 인연을 만나지 못할 거라 비관하다가도 좋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더라.
이번 학기 가장 나에게 좋았던 수업은 사회학 전공과 우리 과 전공 중 오늘 마친 수업이었다.
사회학 전공은 성 불평등에 본래 관심이 많았기에 다른 학우들에게 더 배우고자 수강 신청한 전공 수업이었다. 기대 대로 생각지도 못한 부분들을 배웠고 고통스러웠지만 알찬 조 모임을 겪었고 생각이 비슷한 사람들과의 공론장을 가졌다. 또 앞으로가 기대되는 사람들과 기대되는 미래를 꿈꾸게 됐다. 새로운 지식을 얻는 것도 즐거웠지만 좋은 사람들을 알게 되고 같이 미래를 꿈꾸게 되는 것도 즐거운 일이다. 앞으로도 내가 애정하는 무리가 될 수 있기를 간절히 희망한다. 여름에도 내가 무언가 더 반성하고 공부하고 배우기를 희망한다.
오늘 마친 전공 수업은 기사를 쓰는 수업이었다. 여러 생각이 교차했다. 교수님이라기보다 제자를 생각해주는 선생님을 뵀고 선생님 덕분에 기자라는 미래를 꿈꾸고 싶어졌다. 수업을 들을 수록 내가 잘하는지 희미해졌지만 이루고 싶은 비전만큼은 점점 분명해졌다. 수업을 마치고 선생님께서 사주신 점심을 먹으며 벅차오르는 감정을 억눌렀다. 감사하고 감사하고 감사했다. 낭떠러지가 눈 앞에 보일 때 손을 내밀어준 유일한 선생님이었다. 다음 학기에도 수업을 들을 수 있다면 좋겠다.
참 살다가도 모르겠더라. 멈춰지지 않는 추락에서 무엇이든 해낼 수 있을 것만 같은 효능감과 가슴이 벅차는 자존감까지 모든 걸 경험할 수 있던 계절들이었다.
내려가도 올라올 길이 있던 계절들이었기에 앞으로의 계절들이 기대가 된다. 여름이다. 푸르고 청량한 계절, 짙게 내리는 어둠조차 따스한 계절. 하고 싶은 일들과 해보고 싶은 일들에 집중하고 무엇이든 쌓아올릴 수 있는 한 때가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