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의 일이다. 친구를 만나러 갔던 아들이 돌아와서 말했다.
"엄마, 우리 반 Y를 길에서 만났는데 진짜 깜짝 놀랐어요."
"왜?"
"아! 진짜 믿어지지가 않아서. 내가 잘못 본 건지도 모르겠어요."
"아들 뭘 봤길래 그래?"
"엄마 Y를 봤는데 걔 입에서 하얀 연기가 나오는 거를 봤는데 설마 아니겠지 했거든요. 그런데 맞는 것 같애요. 걔 담배 피우고 있었던 것 같애요. 와~~진짜!"
"진짜? 길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고?"
"네. 설마 아니겠지 했는데 입에서 계속 하얀 연기가 나와서 혹시 입김인가 생각했는데 아닌 것 같애요. 와..진짜 충격!"
아들은 정말 충격을 받은 듯 그 이야기를 몇 번이나 반복해서 했다. 아들이 놀란 것도 무리는 아니다. Y는 아들과 초1부터 지금까지 한 번을 제외하고 6년을 같은 반이었다. 아주 어릴 때부터 봐오던 친구의, 구구단을 같이 외우던 친구의 흡연을 목격했으니 놀라는 것이 당연하다. 아들과 어릴 때는 같이 놀이터에서 놀기도 하고, 전화통화를 자주 하기도 했었다. 그러다가 중1에도 같은 반이 되었으니 정말 인연이 깊은 친구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 친구의 흡연을 목격하고 아들은 많이 놀란 것 같았다. 나는 놀라서 충격을 외쳐대는 아들에게 다소 무심한 듯 말했다. 너희 학교 계단을 보면 놀랄 일도 아니지 않냐고. 아들의 학교 계단에는 칸마다 금연 문구가 붙어 있다. 처음에 나도 그 계단을 보고 놀라긴 했다. 초등학교때와는 확실히 다르구나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하긴 텔레비전 금연광고에 십 대가 등장하는 것도 이제는 익숙하다. 그래도 아들의 친구가 흡연자라는 사실이 충격인 것은 나도 마찬가지다. 도대체 Y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
아들과 산책을 하면서 가끔 Y와 마주친 적이 있었다. 나는 반가워서 인사를 했는데 아들이 좋아하지 않았다. 인사하지 말라고 강하게 말했다. 나는 친군데 인사해야지 왜 그러냐고 물었다. 그때 아들이 말했다. Y는 이제 예전의 그 친구가 아니라고. 몸은 그대로지만 머리가 통째로 바뀐 것 같다고. 이제야 그때 아들이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그 후로도 몇 번 더 그 아이와 마주쳤지만 더 이상 나는 인사를 하지 않았다. 그 아이도 아들과 나를 모른 척 지나쳤다. 마치 전혀 모르는 사람처럼. 그럴 때마다 나는 항상 웃으면서 인사하던 그 아이의 엄마가 생각났다. 최근에도 버스에서 우연히 만나서 인사를 나눴는데 아이들끼리는 같은 반에서 수업을 하면서도 모르는 타인처럼, 아니 서로를 투명인간처럼 대하고 있었다.
Y는 학교에서도 자주 수업을 방해하거나 예의 없는 행동으로 지적을 당한다고 아들이 종종 말했었다. 그래서 머리가 통째로 교체되었다는 표현까지 썼던 것이다. 그 아이는 초등학교를 다닐 때에는 수업시간이나 쉬는 시간에 지나칠 만큼 조용했다고 한다. 그런 아이의 놀라운 변화가 아들도 그렇겠지만 나도 낯설다. 친구의 흡연을 목격하고 며칠 후에 담임선생님이 흡연검사를 했다고 한다. 반전체 학생을 한 것은 아니고 의심 가는 학생만 했는데 Y는 흡연자로 나왔다. 담임선생님께 어젯밤에도 담배를 피웠다고 말했단다. 길에서도 숨기지 않고 담배를 피우고, 선생님께도 당당하게 흡연사실을 밝히는 것이 당연한 시대다. 흡연을 비난하자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미성년자에게 담배를 팔 수 없게 하고 있다. 미성년자의 흡연을 권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그 아이들은 어떻게 담배를 구하는 것일까? 부모님의 담배에 손을 대는 것일까? 중1이 이 정도면 앞으로는 어떤 모습으로 변할까? 모든 것이 염려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