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300
퇴사를 결심했습니다. 약 300일후 퇴사를 하려고 해요.
퇴사를 왜 결심했는지 그리도 대단한 퇴사냐? 약 300일후에 퇴사하는 이유가 뭐냐? 등등
이런 애기들을 브런치에서 해보려고 합니다.
우선 저는 다른 사람과는 조금 다릅니다.
넓은 범주에서 보면 직장인으로 일하는건 맞지만
지금 다니는 회사는 공동창업자로서의 역할을 하고, C-Level로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퇴사를 결심한 이유는
내 능력의 한계에 부딪혀서도 있지만
다양한 이유가 나의 퇴사 결심에는 존재합니다
공동창업자인데 왜 그만두는지 의아하실거에요. 그만큼의 지분도 있을것이고 그만큼의 대우도 받지 않냐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타트업 6년차의 회사에서 느끼는 것은 구조적 한계입니다. 스포티파이의 내용을 다룬 넷플릭스 드라마 <플레이리스트>를 보면 결국 그 드라마는 스타트업의 성장기에서 어떻게 기업이 되어과는 과정, 그리고 그 안에서 여러 사람들이 어떻게 들어오고 어떻게 나가는지를 다루고 있습니다.
결국 스타트업은 성장을 해야하고 성장한 스타트업은 이익을 남기는 기업이 되야 합니다. 그 안에서 여러 사람들이 들어오고 여러 사람들이 나가면서 이익을 남기는 기업이 되어가는데요. 이 과정에서 거의 모든 스타트업이 필연적으로 초기 멤버나 공동창업자가 떠나게 됩니다. 어떻게 보면 N번째 추진 로켓이죠. 이유는 같이 시작할때는 비슷한 느낌이었지만 기업이 커가면서 창업자와 창업자가 아닌 사람들이 바라보는 시야가 달라지게 됩니다. 창업자는 회사를 바라보게 되고, 창업자가 아닌 사람들은 개인의 이익과 삶을 따라갈 수 밖에 없습니다. <재벌집 막내아들>에서도 진양철 회장이 가장 사랑하는건 순양이라고 하는것과 같은거죠.
저는 어느순간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실제로 내가 처음에 원하던 모습의 회사가 되어가고 있는가? 그리고 창업자가 그것을 원하는가? 결과적으로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기에 더 남아 있더라도 내가 원하는 모습, 내가 다니고 싶은 모습의 회사는 되지 않을것이라는 확신이 생겼습니다. 슬프긴 하지만 이제는 자연스러운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퇴사를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저도 저의 시간을 살아야 하니까요. 리더로써, 그리고 공동창업자로 하루중에 회사에 할애하는 시간이 평균적으로 12시간 이상인데, 그것의 결과가 단순히 월급 받는게 아니라 원하는 환경/모습/방향/가치의 회사가 있어서 시작한것인데, 그게 안된다면 나는 그만둬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왠 AI시대 애기냐고 생각하실 분들이 있을텐데요.
ChatGPT, Claude, Grok 같은 AI 그리고 거기서 파생되는 AI툴들도 사용해보면서 느끼는 점은 만약 지금 사업을 시작한다면 이 많은 사람들이 필요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람이 많다는건 절대 좋은게 아니에요. 필연적으로 더 많은 인건비와 부대비용 그리고 그에따른 가파른 매출 상승 곡선이 필요합니다.
투자 받으면 되지 않냐고요?
투자 받으면 그 기울기가 가파르면 가팔랐지 덜 해지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의사소통 비용이 많이 들고 점점 더 느려집니다.
이전에는 이런것들이 필연적이었지만 AI시대에 과연 그럴까요? 저는 최근 그리고 앞으로의 1-2년내에 대부분의 화이트컬러의 커리어들이 굉장히 많이 바뀔 시대로 보고 있습니다. 전통적인 거대 IT 기업들은 점점 작아지고 더 많은 작은 기업들이 생겨날 것이고, 중간 관리자는 점점 줄어들 것 입니다. 마케팅, 개발 등은 대부분 AI 에이전트로 대체 될 것 입니다.
어느순간 부터 하루에 Google 보다 ChatGPT를 더 많이 들어가고 있으니까요.
점점 더 가속화 될 것이고, 이런 세상에서 현재 시점의 기업에 계속 다니는게
남은 저의 삶의 생존을 위해서 맞는가에 대한 의문이 들었습니다.
칸예웨스트의 말처럼 인생에는 죽음 외에는 약속 된게 없죠.
그렇다면 내가 진짜 하고 싶은건 무엇일까요?
8번을 이직을 했고, 다양한 일과 직책에서 일을 해봤는데요.
회사 경험은 이제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내가 원하는 일과 삶. 그게 멍청한 망상이든 상상이든 아니면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이든간에.
결국 나는 내가 쓰고 좋아하는 서비스를 만들고 그 안에서 돈을 벌고
자유롭게 회사와 회사가 아닌 공간에서 일을 하고
더 적은 피곤한 사람들을 만나도
더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진심으로 좋은 시간들을 보내고 싶습니다.
거창한가요? 거창할수도 아닐수도 있죠.
무엇이 되었든
내가 진짜 하고 싶은것을
해야하는 시기가 온다고 느끼고 있어요.
그래서 저는 퇴사를 결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