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킹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침체된 영화 시장은 정말 암울한 분위기이다. 침체된 영화 산업과 반대로 OTT 서비스 가입자 수는 급격하게 늘어났다. 넷플릭스, 왓챠, 웨이브, 쿠팡플레이, 티빙 등이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OTT 서비스이며, 2021년 올해에는 디즈니플러스를 비롯해 HBO맥스, 애플TV플러스 등의 글로벌 OTT 서비스도 우리나라에 서비스를 오픈할 예정이다.
수많은 OTT 서비스 중 명실상부한 1등은 단연 넷플릭스이다. 넷플릭스는 2020년 2억 360만 명의 유료 가입자를 확보하며 2019년 1억 6천700만 명 대비 3천700만 명이 증가했다. 4분기에만 850만 명이 늘며 2017년 1억 명을 돌파한 후 3년 만에 2억 명을 넘어섰다. 모바일앱 분석업체 와이즈앱은 국내 만 20세 이상 신용카드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표본조사를 한 결과 지난해 10월에 넷플릭스의 월간 결제금액은 총 514억 원, 유료 결제자는 362만 명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와 같은 넷플릭스를 포함한 OTT 서비스의 성장은 앞으로의 영상 플랫폼 산업에 어떤 요소로 적용할지 지켜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넷플릭스는 우리나라 콘텐츠에 아낌없는 지원을 하고 있다. 2015년 이후 현재까지 약 7,000억 원에 육박하는 금액을 투자한 넷플릭스는 앞으로 우리나라의 오리지널 콘텐츠 생산에 힘 쏟을 예정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진 수많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가 있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가장 이슈가 되었던 작품은 <킹덤>이다. 조선시대 배경의 좀비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 일명 K좀비라는 새로운 장르를 선보인 <킹덤>은 국내외로 수많은 파급효과를 일으켰다. <킹덤>은 LA 할리우드와 뉴욕 타임스퀘어에서 옥외광고를 통해 홍보되기도 했다. 또한 뉴욕타임스에서 최고 인터내셔널 TV쇼 TOP10에 선정되었다. 그 외에도 IMDB 평점 8.9점으로 기생충보다 평점이 높고, 넷플릭스 서비스를 지원하지 않는 중국에서는 인기 콘텐츠 TOP7에 진입, 미국 주간지 옵저버에 따르면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사회적 격리 기간 동안 미국에서 가장 많이 본 넷플릭스 콘텐츠 9위를 차지했다고 한다.
좀비 장르는 동양보다 서양에서 먼저 인기를 끈 장르이다. <워킹데드>, <28 시리즈>, <레지던트 이블 시리즈>, <월드워Z> 등이 좀비 장르의 성공을 이끌었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진 좀비 콘텐츠인 <곡성>, <부산행>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도 각광을 받았다. 이 좀비 콘텐츠들의 공통점은 대부분 현대라는 시대적 배경에서 일어나는 서사를 지니고 있다. 때문에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시대에서 창궐할 수 있을 법한 좀비의 모습을 볼 수가 있다.
<킹덤>의 성공 요인은 여러 가지겠지만 대표적인 요인은 K좀비라는 장르의 탄생과 희소성일 것이다. <킹덤>의 시대적 배경은 우리나라 조선시대이다. 때문에 외국인들에게는 조선시대의 모든 것들이 생소할 것이며 한복, 기와집, 궁궐, 마을이라는 공간은 우리나라 사극을 접하지 않았더라면 다소 신기한 문화일 것이다. 또한 기존의 좀비 콘텐츠에서 좀비와 맞서는 인물들이 사용하는 무기가 대부분 총인 반면에 <킹덤>에서는 주로 칼과 활, 조총, 심지어 솥뚜껑이 사용된다. 때문에 인간과 좀비와의 혈투에서 총의 쾌감 외에 다양한 무기를 사용한 액션이 재미있는 볼거리를 선사한다. 이처럼 조선시대라는 시대적 배경은 우리나라 시청자뿐만 아니라 외국인들에게 신기하고도 생경한 좀비 장르의 분위기를 연출한다.
재미있는 일화는 <킹덤>에서 수많은 등장인물들이 쓰는 갓이 아마존닷컴에서 불티나게 팔렸다고 한다. 또한 외국인들은 <킹덤>에 나오는 각양각색의 모자를 보고 우리나라를 ‘모자의 나라’라고 불렀으며, 뉴욕한국문화원 사이트에서는 조선을 모자의 나라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킹덤>은 외국인들에게 우리나라의 생소한 문화를 접할 수 있는 하나의 콘텐츠를 넘어 우리나라의 사극 콘텐츠를 해외에 알릴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할 것이다.
<킹덤>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몰입감이다. 일단 <킹덤>은 재미있다. <킹덤>의 해외 시청자들이 많은 이유도 낯선 시대적 배경을 불문하고 몰입감과 재미가 뛰어나기 때문이다. 그 재미는 탄탄한 스토리텔링에서 온다. 조선 땅을 지배하려는 조 씨 가문에 맞서는 세자 이창과 그를 돕는 무리들의 대립, 그리고 그 사이에서 창궐하는 좀비는 탄탄하고 조밀한 이야기 구성을 가진다. 수많은 관계가 엮여있지만 그 관계가 복잡하거나 느슨하지 않아 시청자들이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다. 또한 군더더기 없는 빠른 전개는 앞으로의 시즌 전개가 이루어질 것이라는 예측 하에 장점으로 작용한다. 조 씨 가문과 세자 이창의 대립은 시즌2에서 끝났지만 앞으로의 또 다른 전개, 세계관의 확장은 새로운 에피소드를 기다리는 시청자를 애타게 한다.
<킹덤> 속 캐릭터들이 남긴 수많은 명장면도 한몫을 한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명장면이라고 할 수 있는 시즌2 안현대감이 좀비로 변한 장면은 배우 허진호만이 뽐낼 수 있는 웅장함을 과시한다. 그 외에도 세자 이창의 원테이크 액션 씬, 배우 진선규와 김성규의 입체감 있는 캐릭터도 볼거리 중 하나이다.
마지막으로 권력 다툼에 관한 이야기를 통한 사회 비판적인 메시지이다. <킹덤> 속 조 씨 가문과 세자 이창은 왕이라는 자리를 앞두고 권력 다툼을 한다. 조 씨 가문은 권력을 차지하기 위해서 모든 계략을 꾸미는 악(惡)의 세력이지만, 세자 이창은 백성들을 위하는 마음이 먼저인 선(善)의 세력이다. 이러한 선과 악의 대립은 현시대의 사회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사회 시스템 구조 중 하나이다. 높은 계급 간의 권력 다툼에서 결국 가장 큰 피해를 입는 무리는 낮은 계급의 서민층 즉, 백성들이다. 이러한 계급투쟁, 빈부격차, 생존에 관한 이야기는 전 세계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사회 비판적인 메시지를 품고 있으며, 최근의 <기생충>의 성공 요인과도 교집합을 이룬다고 할 수 있다. <킹덤>이 단순히 좀비 장르의 오락영화였다면 지금처럼 전 세계에서 각광을 받지는 못했을 것이다.
<킹덤>의 성공은 우리나라 영상 산업에 굉장히 고무적인 사례가 아닐 수 없다. 넷플릭스는 <킹덤> 이후 수많은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했다. 넷플릭스라는 양탄자를 탄 새로운 한류 바람이 불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우리나라의 영상 콘텐츠가 다양한 포맷으로 수출 중이라는 점은, 전 세계에 우리나라의 문화를 소개할 수 있는 하나의 장(場)이 열린다는 사실이다.
OTT 서비스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영화관에 쉽게 가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최적의 영상 콘텐츠 서비스가 되었다. OTT 서비스에서 메이드 인 코리아 작품이 해외로 뻗어나갈 수 있는 길을 <킹덤>이 열어주었다. 영화 산업이 침체되었다는 점은 정말 가슴 아픈 일이지만 OTT 서비스를 통해 우리나라의 콘텐츠가 해외에서 큰 호응을 얻게 된다면 조금이나마 위안이 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