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꿈바꿈 20호 (18.11.05)
본 것: 보헤미안 랩소디
I won’t be a rock star, I will be a legend.
며칠 전, 엄마가 토요일에 영화를 보러 가자고 했다. 꼭 보고 싶은 영화라고 하길래, 무슨 영화인지도 모르고 좋다고 답했다. 영화를 보러 가는 길에 엄마에게 영화 제목에 대해 물었다. <보헤미안 랩소디>라고 하셨다. 영화관에 들어가기 전에 꼭 커피 한잔을 사서 들어가야겠다고 생각했다. 보헤미안이라는 단어를 듣자마자 엄마가 종종 보는 예술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영화가 주는 사회적 의미가 있지만, 잔잔하고 또 잔잔하여 나도 모르게 잠이 솔솔 와서 2시간이 제법 괴로운 그런 영화일 것이라고 예상하며 마음의 준비를 했다.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는 사전 지식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보게 되었다. 보고 나서 찾아보니, 현재 박스오피스에서 예매순위 2위를 하고 있는, 재미있다고 입소문을 타고 있는, 예술 영화보다는 상업 영화에 가까운 영화였다. 영화를 보고 나오며 챙긴 포스터에 <120분간의 클라이막스>라는 카피가 적혀있었다. 누가 썼는지 모르겠지만 정말 잘 썼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렬한 음악을 계속 듣다 보니 지루할 틈이 없었고, 살아생전에 승승장구하던 밴드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잘 되는 이야기만 나오기도 했다. 롤러코스터 같은 극적인 요소가 없었더라도 <보헤미안 랩소디>는 정말이지, 오랜만에 다시 보고 싶은 영화였다.
알고 있지만 몰랐던 전설의 밴드 ‘QUEEN’
<보헤미안 랩소디>는 영국의 락밴드 QUEEN에 관한 영화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밴드의 보컬이자 큰 인기를 끌었던 프레디 머큐리의 서사를 담은 음악 영화이다. 나는 음악에 큰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QUEEN이라는 밴드는 머리털 나고 처음으로 들어봤다. 하지만, 영화에서 재생되는 그들의 음악들은 다른 어떤 팝송보다 친숙했다. (속으로 ‘헐, 나 이거 알아! 들어봤어!를 여러 번 말했다.) 광고에서, 영화에서, 드라마에서 최소한 한 번 이상은 접해봤던 음악들이었다. 특히나 ‘WE WILL ROCK YOU’라는 노래는 리메이크된 곡으로 자주 들었던 노래였는데, 그 노래의 원작자가 바로 QUEEN이었다. 영화 속에서 재생되는 그들의 노래는 알았지만, 밴드의 존재는 몰랐었다. 내가 알고 있는 노래가 1970년대에 만들어진 노래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 명작은 세대를 뛰어넘는다는 말이 틀린 말이 아니다.
그땐 그랬지, 불편하고 편했던 1980년대
영화는 밴드 QUEEN이 활발하게 활동하던 1970년대와 80년대를 시간적 배경으로 하는데, 영화가 구현한 그때 그 시절은 꽤 실감이 난다. 기억에 남는 재현은 그들이 연락하는 수단으로 ‘공중전화’와 ‘집 전화기’를 사용했다는 것이다. 이 소품들로 스마트폰이 주는 편리함과 불편함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QUEEN은 관객과 호흡하는 것으로 유명한 밴드였기 때문에 영화 안에서 공연을 즐기는 관객의 모습이 자주 나왔다. QUEEN의 공연을 보는 사람들은 그들의 공연을 눈으로 담고, 가수와 같은 공간에서 음악으로 소통했다. 그 모습이 그렇게 좋아 보일 수 없었다. 공중전화의 사라짐을 야기한 스마트폰은 언제 어디서나 사람들을 잇는 순기능을 가져왔지만, 동시에 언제 어디서나 순간에 집중하지 못하게 하기도 하는 물건이기도 했다.
누군가의 감동에 공감할 수 있다는 것
엄마의 차에 타서 함께 QUEEN의 노래를 들으며 집으로 향했다. 밴드 QUEEN이 주로 활동했던 때, 엄마는 학창시절을 보냈다고 한다. 노래는 시절을 회상하는 매개체의 기능을 한다. 엄마의 10대 때 CD나 라디오로 그들의 노래를 자주 들었고, 워낙 유명했던 세계적 스타였기 때문에 영화에 나왔던 소문들 역시 이미 알고 있던 이야기들이라고 했다. 엄마는 영화를 보고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간 듯 보였다. 신이 나서 QUEEN과 관련된 일화를 말하는 모습이 좋아하는 가수에 대해 말하는 10대 소녀 같기도 했다. 나 역시 살아보지 못했던 시대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재미있었고,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엄마의 감동에 진심으로 공감해줄 수 있었다는 거다. 영화를 보지 않았다면 구닥다리 옛날 밴드의 이야기를 한다고 할지도 몰랐겠지만, 영화를 통해 그 시대를 간접적으로 체험하고 나니 지금 엄마가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을지 어렴풋이 이해가 갔다.
이 영화, 참 좋았다. 삶의 서사마저 남달랐던 천재 뮤지션 프레디 머큐리의 이야기, 퀸의 음악들, 그 시절을 재현하기 위해 노력한 세심한 장치들. 한동안은 퀸뽕에 차오른 채로 살아갈 것 같다. 영화를 볼 것이라면 밤에 보기를 추천한다. 감성이 차오르는 새벽, 퀸의 공연 영상을 찾아보며 감동하기 적절할 테니 말이다.
by. 김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