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감기

가꿈바꿈 19호 (18.10.29)

by 김꿈

부정문은 이제 그만


마음에 지독한 감기가 왔다. 언젠가부터 내 입이 긍정적인 말을 하기보다 부정적인 말을 뱉었고, 나도 모르는 새 네모난 말을 탄생시켜 주변인들에게 상처를 주기도 했다. 내가 하는 생각 또한 뱉는 말과 다르지 않았는데, 우울한 생각들과 부정적인 생각들은 점점 더 깊어졌고 헤어나올 수 없는 늪으로 빠지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깊어지는 우울감은 나를 미워하기엔 충분했다. 나는 왜 이것밖에 되지 않는 걸까, 나는 왜 이렇게 보잘것없을까, 왜 이런 못난 행동을 해서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아프게 할까. 내 안의 어두운 부분에 집중하자 모난 부분들이 끊임없이 발견되었다. 나는 참 못난 사람이구나. 바깥 세상에 나의 마음을 투사하기 때문에 최악의 결과를 기대하거나 보기도 했다. 심하게는 가까운 사람들이 나처럼 행복하지 않았으면 하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인상을 잔뜩 찡그린 부정적인 사람이 되어가고 있었다. 새로운 것을 도전하는 것에 대해 재미있는 일이라고 여기기 보다는 귀찮고 성가신 일이라며 일찍이 학을 뗐다. 어떤 사안이든지 장점보다는 단점을 찾아 마음대로 가능성을 폄하하고, 어차피 안될 일이라며 쉽게 포기했다. 예상하지 못했던 난제를 만났을 땐 해결하려고 노력하기보다는 마음대로 되지 않는 상황에 분노가 차올라 비속어를 습관처럼 내뱉었다.

부정 탓에 싫어하는 것들이 많아지자 살아감이 버거워졌다. 내 안의 어딘가 오작동하고 있다는 문제점을 자각했다. 이대로는 안 될 것 같아 변화를 시작하려 한다. 이제부터는 의식적으로 부정문을 차차 줄여볼 것이다. 특히, 나에 대한 부정은 이제 그만두고 싶다. 싫어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 자체가 에너지 소모가 제법 큰 일인데, 싫어하는 사람이 난데 싫어함을 하고 있는 사람도 나인 이상한 상태. 누군가 나를 싫어하는데 그게 나라서 어떤 모습을 싫어하는지 잘 알게 되니 정말이지 우울하다. 내가 나를 피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같이 있으니 또 싫은 점만 보이고 그렇다.

이제는 좀 좋아해주려고 한다. 생각나지 않는 것을 억지로 쥐어짜 적어보는 부정적이기보다는 긍정적인 나의 모습들.



나는 동사다.

새로움과 낯섦을 찾아 이곳과 저곳으로 움직인다. 모바일로 대리만족하는 것보다는 직접 움직여 궁금함을 해결하는 것을 지향한다. 낯선 곳에서는 마음껏 길을 잃으며 목적지를 찾아가는 과정을 즐긴다.



나는 노력한다.

마음속으로 하고자 하는 바는 해내려고 한다. ‘해내고 싶다’라는 생각을 이루기 위해 방법을 찾는다. 가장 자신이 있는 노력은 꾸준함이다. 꾸준하게 한발 한발 나아간다.



나는 잘 보고 잘 느끼고 잘 듣는다.

처한 상황을 광각렌즈를 사용하듯 넓게 본다. 함께 하는 사람들이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불편한 표정을 짓고 있다면 그를 어떻게 하면 더욱 편하게 할 수 있을지 고민한다. 힘든 이야기를 하는 이의 이야기를 진심으로 듣고, 내가 그 사람의 상황이라면 어땠을지 상상하여 공감하고 위로한다.



나는 발견한다.

하늘을 본다. 매일 다른 모습을 하는 구름의 모습을, 계절별로 오묘하게 다른 석양의 아름다운 빛을 발견한다. 차가워지는 바람의 소리를, 져가는 낙엽이 다음을 기약하는 소리를 발견한다. 일상 속 자연이 함께 하고 있음을 발견한다.





아아- 최근 썼던 어떤 글보다도 어려운 글짓기였다. 좋아하지 않는 사람(=나)의 장점을 억지로 끄집어내야 했기 때문이다. 중간마다 ~지만 ~하지 않는다<예를 들면 ‘노력하지만, 성과를 내지 않는다.’식의 부.정.문> 라고 적고 싶은 충동을 꾹꾹 눌러 담았다. 부정만이 내 세상인 지금을 지나 부정과 긍정을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그날이 올 때까진 억지로 부정을 부정해보려 한다.

나는 마음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주는 세심한 사람이니, 곧 나아질 거다. 곧 좋아질 거다.




by. 김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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