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에게 선택 받는 법

가꿈바꿈 21호 (18.11.12)

by 김꿈


생각한 것: 반려견
댕댕이에게 선택 받는 법


나는 4살배기 강아지의 누나다. 우리 집 강아지의 이름은 복덩이, 수컷이다. 아기 때만 해도 발랄함이 지나쳐 놀아주기 힘들었는데 이젠 집에 들어와도 달려와서 안기기는커녕 ‘왔니?’의 표정으로 슬쩍 쳐다보고 움직이지도 않을 때도 잦다. 복덩이는 가끔 늦둥이 막내아들과 같다고 여겨진다. 정말로 사람 같다. 일단 강아지인데 베개를 베고 잔다. 가끔 코도 곤다. 또, 사람처럼 자기 마음대로 되지 않으면(예시: 산책 도전 실패, 탈출 도전 실패) 삐쳐서 불러도 오지 않는다. 편식은 또 얼마나 심한지 좋아하지 않는 음식이면 주어도 먹었다가 뱉는다.

게다가 엄청난 ‘편애’쟁이다. 복덩이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것은 언니다. 잘 때도 언니 옆에서 자고, 언니가 집에 있으면 언니만 졸졸 쫓아다닌다. 언니 무릎 위에 있는데 내가 데려가려고 하면 ‘크르릉’하면서 이빨을 보이고, 움직이지 않으려고 온 몸에 힘을 준다. 슬프게도 복덩이의 이름을 10번 정도 부르면 1번 정도 온다. 어떤 날엔 약이 잔뜩 올라 강아지 앞에서 맛있는 음식을 혼자 먹으며 놀리는 유치한 행동을 하기까지 했다.

요즈음 복덩 픽이 바뀌었다. 자러 들어갈 때면 나를 졸졸 쫓아와서 옆에 찰싹 붙어서 자고, 내가 집 안을 왔다 갔다 하면 나를 졸졸 쫓아다니기까지 한다. 가족들은 이런 변화에 놀랄 노자를 표했는데(그만큼 복덩이는 나를 따르지 않았었다.), 가족들에게도 공개하지 않았던 댕댕이에게 간택 받는 나만의 비법을 적어보려 한다.




하나, 가능한 한 많은 시간을 보내시오. 그리고 눈을 보고 대화하시오


과거를 돌이켜보면 나는 복덩이를 필요할 때만 찾는 나쁜 주인이었다. 스마트폰에 더는 볼 것이 없어지면 괜히 복덩이를 부르거나, 찾았다. 사실, 복덩이가 필요했다기보다는 복덩이의 털이 필요했다. 복덩이의 부드러운 털을 만지면 기분이 좋아지기 때문이었다. 만져주면 배를 발라당 까고 누워있는 복덩이를 쓰다듬어주며 견주로서 할 도리는 다한다고 오만한 생각을 하기도 했다.

아니었다. 아빠와 다투고 혼자 방에서 울던 어떤 날, 복덩이가 옆으로 찾아와서 발로 툭툭 건드렸다. 우연히 강아지의 눈을 보게 되었는데 같은 언어를 공유하진 않지만 분명 그는 나에게 위로의 메시지를 보냈다. (주작 아닙니다.) 그리고는 손을 핥아주는데, ‘괜찮아.’라는 말보다 더욱 따듯하고 와 닿는 위로였던 것 같다.

그 이후로 강아지와 눈을 많이 맞추려고 노력한다. 강아지가 나와 눈을 맞추며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보이지 않지만, 나는 우리 집을 지켜주는 강아지의 하루가 행복하기를 진심으로 바라는 소망을 담은 눈빛을 보낸다.


둘, 뛰게 해주시오.


강아지는 활동 의지가 높은 동물이다. 매일 산책을 시켜주지는 못하더라도, 최대한 자주 함께 나가려고 노력한다. 산책하러 가지 못하는 날엔 인형을 15번 정도 던져준다. 누가 이기나의 마음으로 주어오는 걸 세어봤는데 15번 이후부터는 지쳐 하는 것이 눈에 보이더라. (TMI를 말하자면, 나는 5번 이후부터 지친다.)



나만의 히든 비법 셋, 혼나고 난 후 틈새를 노리시오.


만국공통으로 강아지들은 종종 사고를 친다. 우리집 강아지는 쓰레기통을 뒤집어 놓거나, 엄마가 아끼는 화초를 뜯어 먹는다. 사고를 친 것이 발각되고 가족 구성원에게 혼나고 난 직후가 기회다. 혼나서 풀이 죽은 강아지에게 누구보다 빠르게 달려가 괜찮다고 우쭈쭈 해준다. 단, 가족들 앞에서 예뻐해 주는 모습을 보이면 안 된다. 불똥이 튈 수도 있기 때문.



이 비법들을 겸비한다면 강아지의 사랑을 얻을 수 있다. 어떤 애견인이 보기엔 당연한 이야기라고 볼 수도 있겠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반성문이다. 여태까지 복덩이를 ‘나의 강아지’라고 생각했었다. 불러도 오지 않았을 때 화가 났던 이유는, ‘네가 내 강아지인데 안 와?’라는 마음이 기저에 깔렸었기 때문이다. 그런 마음으로 감정을 온몸으로 느끼는 생명체를 대하는데 강아지가 나를 잘 따를 리가 없다. 나에게 벌어지는 온갖 불합리한 일은 참지도 못하고 버럭 화를 내면서 고작 인간이라는 권력을 가지고 강아지에게 갑질을 했던 것이다.

사랑해주는 방법을 이제야 알게 된 이기적인 주인은 그래도 강아지가 이 세상을 떠나기 전에 알게 되어서 다행이라는 계산 먼저 한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꼬리를 힘껏 살랑이는 내 동생 복덩이에게 배울 것이 많다.




by. 김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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