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시를 아시나요?

가꿈바꿈 6호 (18.07.26)

by 김꿈


부천시를 아시나요?



6월 선거유세 동안 ‘이부망천’이라는 신조어가 생겼다. 이부망천은 ‘이혼하면 부천, 망하면 인천’이라는 뜻으로 한 뉴스 프로그램에 출연한 자유한국당 정태옥 아재가 “지방에서 올라온 사람들이 직업을 가지면 서울로 가지만 그렇지 못하면 인천으로 간다.”, “서울에서 목동이나 양천구 같은 곳에서 잘 살던 사람들이 이혼하면 부천으로 간다. 그러다 살기 어려워지면 인천 중구나 남구 이런 쪽으로 간다”고 말하며 생긴 말이다.

이 말을 듣고, 부천 시민으로서 굉장히 분노했다. 안 그래도 부천이라는 도시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그때문에 부천시에 대한 부정적인 프레임이 생겨버렸다. 이제 ‘저 부천 살아요.’라고 말하면 속으로 ‘이부망천의 그 도시?’라고 생각할 지도 모를 일이다.

1살부터 지금까지 20년 넘게 쭉 부천에 거주한 나는 나의 도시가 이렇게 존재감이 없는 도시일 줄 몰랐다. 대학교 첫 오티 날, 각기 다른 지역에서 온 대학 동기들과 어색함을 깨기 위해 말을 걸었다. ‘너는 어디서 왔어?’ ‘서울’ ‘부산’ ‘대전’ 과 같은 굵직한 도시들 사이에 낀 ‘경기도 부천시’는 누구도 잘 알지 못했다. 친구들은 입을 모아 부천이 경기도에 있는 한 도시라는 건 알겠는데,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부천시민 이외의 사람들에게 부천의 인지도는 정말 낮았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 ‘부천시민’이라고 말하면 ‘뭐? 부평?’이라고 되물은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부평은 ‘구’고 부천은 ‘시’인데!!) ‘부평 아니고 부천이요. 서울이랑 인천 사이에 있어요.’ 라고 친절하게 설명하면 ‘아아, 서울이랑 인천 중간에도 뭐가 있었구나.’라고 대답하는 사람도 있어 종종 도시의 존재가 부정당하는 느낌을 받기도 했다.(흥!)

이런 도시가 나의 나와바리였다.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고, 주로 서울에서 활동하게 된 이후로는 나의 도시가 종종 부끄러웠다. 말해봤자 아무도 모르는 것 같았고, 쟁쟁한 도시들 사이에서 보잘것없다-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새로운 사람들을 많이 만나던 20대 초반이 지나고, 만나던 사람들을 계속 보게 되는 20대 중반이 되었다. 새로운 곳에 간다는 설렘보다는 익숙하지 않은 곳에 찾아가야 한다는 귀찮음이 더 커지고 있는 요즘이다. 망원동, 경리단길, 성신여대 로데오 거리 등 서울의 핫플레이스에 머물다 부천에 오면 마음의 안정이 찾아온다. 이젠 서울에 가볼 곳도 거의 다 가본 것 같고, 사람 득실득실한 그곳보다 익숙하고 편안한 내 도시가 좋아지고 있다.

부천이 좋은 이유 첫번째, 산책로가 잘 개발되어 있다. 아파트 단지를 따라 부천시 내에는 ‘시민의 강’이라는 작은 내천과 산책로가 있다. 내천 안에는 물고기도 산다. 가끔 거짓말 약간 보태서 1m 50cm 정도 되는 학이 날아와서 산책로를 걸어 다니기도 한다. 오리들이 꽥꽥 되며 강 위를 떠다닌다. 규모는 작고 아담하지만, 정감 있다. 나름대로 서울에 한강 부럽지 않다.

두번째, 부천은 문화의 도시다. 매년 부천국제영화제를 연다. 2018년에는 22회 부천국제영화제가 개막했고, 7월 22일 막을 내렸다. 작년에도, 재작년에도 영화제 덕분에 평소에 접하지 못할 예술 영화를 볼 수 있었다. 올해 영화제에는 청소년들이 제작한 단편영화걸작선을 보았다.

아, 그리고 사담을 붙이자면, 문화의 도시라 그런가 연예인을 많이 배출했다. 어린 시절, 아홉살 인생의 주인공 이세영님과 같은 초등학교에 다녀 그가 선도부에 서는 걸 봤었다. 걸그룹 라붐으로 활동하는 배진예(ZN)과 같은 반이었다. 그리고 AOA 설현은 우리 동네에서 예쁘기로 유명한 예쁜이였다. 마지막으로 이하이와 같은 수학학원에 다녔었다. (안타깝게도… 이들 중 연락이 되는 이는 없다. )

세번째, 부천에 살며 무던함을 얻었다. 부천은 웬만한 서울은 다 멀다. 그나마 가까운 서울은 신촌, 홍대 정도? 1시간 정도 걸리기에 가깝다고 칭할 수 있다. 성북구에 있었던 내 학교까지는 편도 1시간 30분, 왕복 3시간이 걸렸다. 지하철에서 수많은 시간을 보내다 보니 지하철 고수가 되었다. 지하철에서 시간을 보내는 나름의 요령도 터득했고, 자다가 내릴 역이 되면 깨는 스킬까지 가지고 있으니 이젠 오래 걸리는 곳에 가는 것이 두렵지 않다. (다만 귀찮을 뿐이다.)

마지막으로, 부천이라는 도시는 김꿈의 추억 박물관이라고 칭할 수 있다. 20년 넘게 한 도시에서 살다 보니, 도시 곳곳에 추억이 남아있다. 고등학교 때 친구들과 학원 째고 갔던 노래방, 친구들과 20살 넘어서 처음 술 먹었던 술집, 우리 가족이 즐겨 외식하던 음식집, 강아지가 제일 좋아하는 산책 스팟. 추억이 깃든 장소를 우연히 지나갈 때면 나도 모르게 시간 여행에 빠지곤 한다. 주로 저기서 뭘 먹었는데 진짜 맛있었다던가 그 때 저기서 강아지랑 산책하다가 놓쳐 아찔했었는데 라던가 그런 소소한 기억들이다. (그렇지만 사람은 그런 추억을 원동력으로 살아가지 않는가!) 부천에 처음 오는 사람이라면 내가 좋아하는 장소들이 그저 그런, 어디서나 볼 수 있다고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나에겐 다르다. 이곳에서 머물렀기 때문에 가질 수 있는, 장소와 나의 특별한 관계가 있기에 부천이 참 좋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어제도 봤었고 오늘도 봤고 내일도 볼 부천시가 펼쳐질 거다. 지겹지만 싫지는 않다. 익숙해서 사랑스러운 나의 도시, 부천! 그러니 이제 부천을 부평이라고 말하지 말아주세오.. 부천시 그리고 87만 명의 부천 시민이 서운해하고 있으니까요. T.T




by.김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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