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매미는 울지 않는다.

가꿈바꿈 7호 (18.07.30)

by 김꿈


암매미는 울지 않는다.




벌써 두 번째다. 뜨겁기도 뜨겁지만 시끄럽기도 시끄러운 여름, 나무 아래에서 매미의 주검을 만났다. 도시에서 쭉 살았던 이들은 매미가 어떻게 생겼는지 모를 수도 있다. 나도 매미의 소리는 잘 알았어도 생김새는 몰랐다. 시골에 놀러 갔을 때, 동네에 계신 분이 매미를 잡아서 손에 넘겨준 적이 있었다. 매미는 생각과 좀 달랐는데, 그는 아주 커다랬다. 파리를 100배 정도 확대해두면 그 크기쯤 될 것 같다. 또 매미가 울 때 진동은 얼마나 강력하던지, 아침을 깨우는 알람으로 사용하면 지각할 일은 없을 것 같았다.

박꿈과 이번 주제를 ‘여름’으로 정하고, 매미에 대한 글을 써볼까 했다. 매미는 7년을 땅속에서 살다가 1달만 지상으로 나와 살다가는 곤충으로 잘 알려졌다. 내가 길에서 만났던 매미의 시체들은, 지상으로 나오기 위해 준비했던 7년과 지상에서의 한 달이 끝난 안타까운 생명체들이었겠지. 그들을 기리기 위해 매미라는 곤충에 대해 알아보기 시작했는데, 생각지도 못한 생물학적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암컷 매미는 울지 않는다. 아니, 울지 못한다. 오직 수컷만 운다.
암컷은 나무에 구멍을 뚫고 알을 낳아야 해서
배 부분이 발성기관 대신 산란기관으로 채워져 있어서 울지 못한다."




암컷 매미는 울지 않는다. 아니, 울지 못한다. 오직 수컷만 운다. 암컷은 나무에 구멍을 뚫고 알을 낳아야 해서 배 부분이 발성기관 대신 산란기관으로 채워져 있어서 울지 못한다. 누군가에게 잡히면 귀가 터질 정도로 비명을 질러대는 수컷과 달리, 암컷은 소리도 못 내고 그저 발버둥 친다.

그러니까, 여름이라 시끄러운 매미 소리는 종 유지를 위해, 암컷에게 구애하는 세레나데와 같은 소리였고 암컷은 매미이지만 소리를 내지도 못하고 그저 알을 낳고 생을 마감할 뿐이다.

***

불과 몇십 년 전까지만 해도 인간 세상도 똑같았다. 내가 읽었던 1940년대 단편 소설에는 남편에게 큰소리를 쳤다가 쫓겨나 동네 사람에게 강간을 당하고 결국 자살을 아내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다. 많이 나아졌다고 하는 지금도 크게 다르지는 않은데, 몇 년 전 연예인 하연수는 검색해보지 않고 무례한 질문을 단 사람에게 ‘잘 모르시면 센스있게 검색을 해보신 후 덧글을 써주시는 게 다른 분들에게도 혼선을 주지 않고 이 게시물에 도움을 주시는 방법이라 생각됩니다.’라는 댓글을 달았다가 싸가지가 없다며 욕을 바가지로 먹었다. 그 후 그녀는 인스타그램에 자필 사과문을 올리기까지 했다.

매미의 사례도 그렇고 인간 세계의 사례도 그렇고, 목소리를 낸다는 것은 어쩌면 누군가를 불편하게 한다는 거와 같다. 목청껏 세레나데를 부르는 매미들의 떼창은 여름내 사람들의 귀를 따갑게 하곤 한다. (여기서 tmi, 매미는 자신의 청각을 보호하기 위해 청각 스위치를 끄고 켤 수 있다고 한다. 그니까 매미는 자기가 시끄럽게 하면서 귀는 닫고 있다는 것..) 여성이 더 많은 힘을 가지고 있는 남자에게 반기를 들었을 때, 인상을 가득 찡그린 누군가의 ‘어디서 여자가 큰 소리를 내!’라는 소리를 듣기도 한다.

태초부터 여성에게 신체적, 사회적으로 더 많은 지위를 부여하지 않은 이놈의 세상도 어쩌면 매미 세계와 같이 여자들이 목소리를 내지 못하도록 생겨먹은 걸 수도 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인간계의 진보를 통해 이룩한 물질 우선주의(*돈 많은 사람에게는 성별을 제외하고 무엇을 하던 군말을 못 한다.) 와 디지털 매체(*베스트 댓글, 페이스북, 트위터, 유튜브 등)를 통해 목소리를 낼 조그만 가능성이라도 생겼다는 거다.




"암매미처럼 조용히, 있는 듯 없는 듯이 평생을 누군가 불편하게 하는 소리를 내지 못하고 살아왔다.
착한 아이, 말 잘 듣는 조용한 여자애가 살기 편했기 때문이다."




무엇인가 불공평하게 세팅된 이 사회에 불만을 느끼고 있는 지금도, 상대를 불편하게 하는 바른말은 너무나 어렵다. 한 마디 한 마디 내봐야지 다짐한다. 머지않은 미래에 모두가 틀림을 틀림이라고 다름을 다름이라고 소리 낼 수 있기를.







by. 김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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