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불어와도 꺾이지 않을 4가지 기준

가꿈바꿈 8호 (18.08.06)

by 김꿈

바람이 불어와도 꺾어지지 않을 나의 4가지 기준



현재 위치, 대한민국. 대한민국에 살아가는 국민에게 오지랖의 민족이라는 별명이 있다. 사람들은 나 이외의 다른 사람에게도 관심이 많으며, 관심에 그치지 않고 한 마디 얹기를 좋아하는 특성을 보인다. 한국에서 정해진 루트를 벗어나게 된다면 꽤 골치가 아프다. 대학교 졸업생이 취업에 큰 뜻이 없다고 한다면, 부모님께서 사업을 하시냐는 호구조사부터 시작해서, 혹자는 그렇게 생각 없이 살다가는 망한다며 먼 미래를 먼저 그려주기도 한다.

궤도에서 벗어나는 일은 꽤 용기가 필요하고 멋진 일임과 동시에 두렵고 귀찮은 일이다. 한국에서 부지런히, 성실히, 착하게 살아온 한 학생이었던 나는 그들이 바라는 대로 살아왔다.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를 졸업하고, 또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어디든 가야만 하는 대학을 가기 위해 노력했다. 대학에 가서는 1학년 때 놀아야만 한다기에, 왠지 놀지 않으면 시간을 허투루 쓰는 것 같은 압박감에 부지런히 놀았고, 2학년 때는 대외활동을 해야 한다고 하기에 많은 사람을 만나고, 지나치게 바쁘게 살곤 했다. 3학년이 끝나자 휴학을 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조성되었고 그 분위기에 합류해서 덜컥, 휴학했고 누군가처럼 인턴 자리를 구해서 인턴을 하기도 했다.

그렇게 퀘스트를 깨는 것처럼 살아오다 보니, ‘네가 진짜로 원하는 게 뭐야?’라는 광고의 짧은 카피 문구에도 답을 하지 못하는 머저리가 되어 있었다. 다음, 다다음 단계에도 주변의 누군가가 무엇을 하느냐에 따라서 결정되는 삶이란 얼마나 생명력이 없는가!에 대한 문제를 서서히 인식하게 되었다.

이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던 중, 주변 사람들의 폭풍과 같은 부러운 이야기가 귀로 밀려들어왔다.

A. 대외활동에서 만난 지성과 미모를 겸비한 친구였다. 그녀는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바로 금융권에 취직했고, 업계 최고의 연봉을 자랑하는 누구나 이름을 들으면 알 법한 좋은 회사에 다니고 있다. 그녀의 안정이 부러웠다.

B. 학교에 다닐 때부터 시간표를 몰아 알차게 짜서 공강을 활용해 여행을 다니던 친구였다. 늘 여행을 다녔기에 집에서 지원을 해주는지 알았지만, 아니었다. 자신이 틈틈이 아르바이트를 한 돈을 모아서 부지런히 세계 곳곳을 누볐던 것이다. 대학교에 졸업하고 나서 돈을 모아 미국으로 워킹홀리데이를 떠났다고 한다. 그녀의 추진력이, 용기가 부러웠다.

C. 학교에서 홍보대사를 할 정도로 예쁜 외모를 지녔던 그분은 대학에 졸업하기도 전에 결혼했다. 우연히 타고 들어간 SNS를 통해 보았을 때는 남편이 결혼 선물로 외제차를 멋지게 운전하고 있었다. 앞으로 그녀는 소비 앞에서만큼은 주저하지 않아도 되겠지? 자본주의 안에서 쉽게 살 수 있을 것 같아 부러웠다.

각기 다른 삶을 자신의 방법으로 살아가는 이야기들을 들으며 부지런히 흔들렸다. 그들을 부러워하다가 어느새 못난 기질을 발휘하여 상대방을 깎아내리기도 했다. ‘쟤는 매일 야근에 찌들어 살지 않을까?’’ ‘워킹홀리데이 다녀와서 뭐할 건데.’ ‘여자도 경제력이 있어야지, 남자가 바람 피우면 어떻게 해.’

그랬다. 내가 그토록 싫어하는 대한민국의 국민처럼, 오지랖을 부리며 얼굴도 모르는 사람의 먼 미래를 걱정하고 있었다. 어느 순간 깨달았다. 내가 누구보다 싫어하는 사람들의 얼굴을 하고, 그들처럼 말을 하고, 생각하고 있었다는 것을. 이렇게 살고 싶지는 않았다. 세모 눈을 하고 나와 다른 사람들을 한없이 우러러보기만 하며, 부럽다에 이은 비난을 일삼으며 살고 싶지는 않았다.



나는 왜 이렇게 바람이 불어올 때마다 흔들리는 것일까.

왜 미어캣처럼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내가 아닌 누군가를 부러워하기만 하는 것일까. 고민 끝에 내가 찾은 답은 여태까지 나만의 가치 판단 기준이 없었다는 것이다. 수많은 가치 중, 내가 정한 가치의 우선순위가 없었기에 가지지 못한 모든 것을 그토록 부러워하며, 탐내 했던 것이 아닐까. 내 삶에서 소중하게 지키고 싶은 가치들이 무엇인지 4가지를 정해보았다. (2018년 05월 13일 기준)

하나, 자유
자유로워지고 싶다. 여러 단체에 속해보며 나라는 사람에게 자유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있다. 답답하고 숨 막히는 것은 딱 질색이다. 불합리한 규율, 문화에 얽매이지 않고 온전한 개인으로 살고 싶다.

둘, 도전
고여있고 싶지 않다. 반복되는 일에 마침내 적응했을 때, 그곳에서 오는 권태가 두렵다. 도전과 처음은 달콤한 만큼 답이 없는 단어이지만 그 두려움마저 즐기고 싶다. 끊임없이 새로운 곳에 문을 두드리고 성장하며, 호기심에 반짝일 수 있는 눈을 잃고 싶지 않다.

셋, 여유
생각할 수 있는 여유가 있었으면 한다. 일도 좋고, 발전도 좋지만 나는 태초부터 일만 하는 기계도 아니었고 끊임없이 발전할 수 있는 AI가 아니었다. 주어진 상황에 온 힘을 다하되, 생각하는 법을 잃지 않는 여유가 있었으면 한다.

넷, 대가
어떤 일을 하더라도 받은 만큼은 가치를 창출하자. 동시에 어떤 경우에도 일한 만큼의 대가는 받고 싶다. 받은 대가를 허영심을 충족하는 것에 사용하기보다는 나를 위해,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의 행복한 시간을 위해 사용하고 싶다.

최소한 내가 정한 4가지의 가치를 지키려고 노력하며 살다 보면, 먼 훗날 젊은 날의 내가 그래도 잘 살았다고 스스로 인정해줄 수 있으리라 믿는다. 삶에서 선택의 기로가 있을 때 위의 가치들을 잣대로 사용할 수 있기를 바란다.




by. 김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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