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번의 다이어트 성공, 그리고 남은 것들

가꿈바꿈 10호 (18.08.20)

by 김꿈

생각한 것: 다이어트 후유증
3번의 다이어트 성공, 그리고 남은 것들


A는 158에 65kg였다. 상의는 66, 하의는 L을 입었으며, 별명에는 줄곧 ‘돼지’가 붙여졌다. 어렸을 때부터 뚱뚱했던 탓에 타인의 눈치를 심하게 보고 나서지 못하는 편이었지만, 음식 앞에서는 이야기가 달라졌다. 뷔페에서 먹다가 토한 적이 있을 정도로 식탐이 넘쳐나는 아이였다. 매끼 맛있는 걸 마음껏 먹었고, 음식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은 적은 딱히 없었다.

통통해도 사랑스럽던 어린 시절이 지나고, 고등학교에 들어간 A는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했다. 친구들과는 다른 자신의 몸 때문이었다. 그도 스키니진이 입고 싶었고, 교복을 딱 맞게 줄여 입고 싶었다. 용기를 내 옷을 사러 갔다. 가게에서 스키니진을 고르자 점원을 위아래로 그를 훑었다. 사이즈를 물어보자 30을 답했고, 점원은 그 사이즈는 없다며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사이즈가 있는 다른 가게에 들어가서 스키니진을 피팅해보았지만 거울 앞에 선 자신의 모습이, 울퉁불퉁한 바지핏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누군가가 보고 저 다리에도 스키니를 입는다고 수군거릴까 두려웠다.

18살의 A는 다이어트를 결심했다. 네이트판을 보니 다이어트 성공 후기가 올라와 있었다. 여러 후기를 읽고 공통으로 1. 밥을 절반만 먹는 반식 2. 6시 이후에는 금식 3. 간식 끊기라는 팁을 제시했다. 그는 열심히 그들의 비법을 따라한다. 그렇게 좋아하던 빵과 초콜릿을 끊고, 먹는 양을 줄이고, 6시 이후에는 먹지 않는다. 처음엔 무척이나 힘들었지만, 섭취가 줄어드니 몸무게가 먼저 변화를 알아차렸다. 매일매일 눈에 보이게 줄어드는 수치에 탄력을 받아 점점 더 안 먹게 된다. 탄수화물 섭취를 줄이고, 음식을 권하는 엄마에게 성질을 낸다. 친구들이 과자를 꺼내면 먹게 될까 봐 쉬는 시간에 몰래 자는 척을 한다.

결국 A는 17kg의 감량에 성공했다. 다이어트 성공. 확연히 달라진 겉모습. 주변 사람들의 몰라보게 예뻐졌다, 날씬하다, 말랐다는 칭찬. A는 한때, 자신의 특기가 다이어트라고 생각했다. 안 먹는 노력을 통해 달라지는 겉모습은 꽤 기분이 좋았고, L사이즈에서 M사이즈, S사이즈로 점점 더 수치가 작은 옷을 입으며 가치 있는 여자가 되었다는 생각했다.




다이어트 성공 이야기, 어쩌면 해피엔딩.
그런데, 이 글은 다이어트 성공에 대한 글이 아니다.
3번의 다이어트 성공이 A에게 남긴 것을 이야기하는 글이다.



현재의 A는 다이어트에 집중하지 않는다. 여러 이유가 있는데, 가장 큰 이유를 뽑는다면 나에게는 ‘입는 행복’보다 ‘먹는 행복’이 크기 때문이다. 두 번째 이유는 뚱뚱하든 날씬하든 A는 A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빼고 보니 극심한 인내를 견디며 살을 뺀다고 해서 A는 아이돌처럼 예뻐지는 것이 아니었다. 그냥 부피가 줄어든 A였다.

그런데, 다이어트를 하지 않는 지금도 A는 다이어트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첫째로, 그토록 좋아하는 음식을 두려워하게 되었다. 한동안 A에게 금기처럼 여겨졌던 밥을 반만 먹는 ‘반식’이나 ‘6시 이후 금식’은 신경을 쓰고 싶지 않아도 신경이 쓰이는 요소가 되었다. 밥을 반 공기 이상 먹거나 배부르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밥을 먹는다면, 왠지 모를 불안감이 습격한다. 그 식사가 폭식을 한 것도 아니고 식당에서 '1인분'이라고 제공하는 식사를 온전히 먹은 것인 것 뿐인데도 말이다. 건강에는 안 좋지만 먹을 때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야식 앞에서도 먹으면서 죄책감을 느끼기도 한다. A의 입으로 치킨이 향할 때, 맛있지만 마음 어딘가 불편하다. 치느님 앞에서도 100% 행복하지 못한다.

둘째로, 몸무게와 옷을 두려워하게 되었다. 다이어트할 때 A는 매일 매일 몸무게를 쟀다. 몸무게가 빠지면 기분이 좋았지만, 찌면 그 날의 기분은 더러웠다. 하루종일 왜 몸무게가 늘었는지 고민하며 보낸 날도 있었다. 다이어트의 허망함을 깨달은 후에 A는 몸무게 위에 일부러 올라가지 않는데, 내 몸무게 수치를 알게 된다면 극한의 우울함이 찾아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살이 빠졌을 때 샀던 옷을 입는 것을 두려워하기도 하며, S사이즈가 맞지 않는 어떤 날엔 진지하게 A의 몸을 싫어하기도 한다.

음. A가 진정으로 두려워하는 것은 그때로 돌아가는 거다. 옷가게 앞에서 머뭇거리던, 돼지라고 놀림당하여도 사실이기에 아무 대꾸를 할 수 없던, 거울 보기를 싫어하던 그 때. 다이어트 후 후유증에 시달리는 A지만 뚱뚱한 자신을 자신으로 받아들이는 것을 할 수 없다. 사랑받지 못하고, 누군가는 틀렸다고 간주하는 뚱뚱함 자체를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만약 틀린 몸매가 없는 세상이었다면 A는 반식과 금식을 하며 다이어트를 했을까,
그리고 다이어트 후에도 어떤 죄책감들에 시달리며 살았을까?


by. 김꿈

keyword
작가의 이전글인간은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