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에 우리가 놓친 창작자의 철학
매일 글쓰기를 한다. 한 문장을 쓸 때마다 산고의 고통을 느끼면서 쓰거나 단어 하나의 뜻에 따라서 하루 종일 생각하고 고민한 뒤에 한 문장이 만들어진다. 읽고 또 읽어보고 나의 글쓰기로 옮겨져서 공개 글이 되면서 수많은 사람들의 공유와 공감을 일으키고 때로는 치유의 글이 되기도 한다. 작가로서 가장 행복하고 뿌듯한 순간이 자신의 글이 탄생하여 세상으로 퍼져나가는 것이다.
하루에도 수많은 글들이 업로드되고 글을 읽고 책 읽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매일 새로운 글과 작가의 글을 읽으면서 감흥을 받거나 위로받고 치유된다. 글에서 위로받고, 누군가의 그림 앞에서 메시지를 읽어 내는 사람은 창작의 힘을 아는 사람이다. 눈앞에 보이는 문장과 이미지에는 작가의 노동의 시간이 고스란히 들어있고 그 힘은 결코 쉽게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끝없이 고치고, 지우고, 때론 포기하고 싶어지는 과정 속에서 작가가 만들어낸 작품이다. 그런데 요즘, 그런 고요한 시간들이 너무도 쉽게 삭제되고 복제되어 있다.
우리는 지금 ‘AI 생성 시대’에 살아가고 있다. 인공지능은 질문하는 사람의 요구에 맞게 단 몇 초 만에 글을 만들고, 그림을 그린다. 단지 컴퓨터에 명령어 하나 입력했을 뿐인데 풍경을 바꾸고, 문체를 바꾸고, 심지어 화풍조차 재현해 낸다. 정말 놀라운 일이지만, 그 놀라움 뒤편엔 과연 AI는 이 글을 어디에서 가져왔을까 하는 의문이 있다. 우리는 이런 AI 생성 기술의 근본을 의식하지 않거나 이제는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이기도 한다. 그렇게 자주 묻히는 존재들이 작가들이다. 이름 없는 작가의 사색과 사상 그리고 그의 화풍과 진통 끝에 만들어낸 디자인이 도용되고 버젓이 원래부터 있었던 것처럼 보인다. 이 그림이 어느 화가의 선을 닮았는지 어느 시인의 깊은 뜻을 품은 단어인지 묻는 사람이 없다면 누군가의 이름이, 누군가의 수고가 조용히 지워지고 있다는 것이다.
글을 쓰는 작가들은 블로그에 매일 글을 쓰고 공유하게 된다. 수많은 블로그 이웃들과 서로의 글을 공유하고 같이 공감하면서 서로에게 댓글을 달아주고 함께 성장하고 위로받는다. 어느 암 환자는 병상에서 하루 일상과 투병 일지를 블로그에 매일 일기를 쓰듯이 블로그에 글 업로드를 하였다. 그는 이웃들의 댓글로 아픔을 견디면서 투병 생활을 이겨내고 위로받으면서 길고 긴 암 치료 과정을 견딜 수 있었다. 치료를 마치고 어느 날 서점에서 암 투병 기와 관련된 책을 한 권 발견하고 읽어 내려갔다. 놀라운 것은 그가 썼던 글들이 책에 몇 글자만 고쳐져서 담겨 있었다. 페이지만 다를 뿐 모든 이야기와 글의 전체적인 내용이 그가 매일 블로그에 올렸던 글의 내용 그대로였지만 어이없는 것은 자신의 글이라고 주장할 수 있는 법적 근거는 미약한 것이었다.
실제로 많은 작가들이 자신의 스타일이 무단으로 복제되고 흉내 내지고, 상업적으로 사용되는 현실 앞에서 분노하고 있지만 개인이 대항하기에는 힘이 미약하다. 작가 자신의 존재를 세상에 알리기 전에는 누구에게도 보호받지 못하는 경험들이 있다고 한다. 더구나 생성형 AI가 만들어내는 글과 그림, 디자인들이 인간이 만들어낸 창작물을 데이터라는 이름으로 수집하여 재조합하고 다시 드러내는 것을 우리는 놓치고 있다. 이것은 개인의 콘텐츠를 빼앗기는 것뿐만 아니라 작가들의 창작 동기 자체를 흔드는 것이다. 창작은 만들어낸 사람 고유의 세계가 있고 맥락이 있다. 창작의 의지를 잃고 펜을 꺾는 일이 생긴다면 단지 직업의 위기가 아니라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상상력과 표현의 다양성이 사라지는 것이다.
현대 사회에서 생성형 AI를 간과하고 살아갈 수는 없다. 하지만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 사람이 만들어내는 것을 AI가 대체할 수 없다는 것을, 인간의 따뜻한 본질과 감정의 온도들을 유지하는 것은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창작자의 특권인 것이다. 유사한 표현이 있다면 반드시 출처를 밝히는 노력과 AI에 대한 법적 규제를 만들면서 ‘창작자를 존중한다’는 사회적인 규범과 제도를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는 저작권과 창작 윤리에 대해 더 많이 공부하고, 나누고, 때론 질문해야 한다. 창작은 법 이전에 관계의 문제다. 내가 쓴 문장을 누가 그대로 가져다 쓰지 않도록 윤리적인 경계선을 지켜주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윤리적인 실천이라고 생각한다.
AI의 생성 기술은 앞으로도 빠르게 진화할 것이다. 더 멋진 디자인과 완성도 높은 이미지, 고급스럽고 매끄러운 문장을 만들어낼 것이다. 그 속에서 우리는 점점 창작하는 작가와 AI 생성물 사이의 경계를 잃어버릴지 모른다. 하지만 우리가 ‘누가 만들었는가’에 대한 질문을 잊지 않고 창작자를 존중하는 마음을 잃지 않는다면 AI와 함께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