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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팍끌림 Apr 17. 2024

카카오톡이 이어준 딩크부부 이야기

딩크족 다이어리 프롤로그


올해로 5년 차에 접어든 우리 부부의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여행을 좋아하는 우리는 여행 오픈카톡 모임에서 만났다. 여행 동행을 하는 모임은 아니었고 정보만 공유하는 모임이었는데 오프라인 모임을 하면서 같은 인천에 사는 우리는 갠톡하는 사이가 되었다.


혼자 하는 여행도 즐겨하던 우리는 독립적이고 개인주의적인 성향이 있는 편이었는데 연인이 되어 여행을 함께 가보니 둘이 같이 하는 여행이 참 즐거웠다. 34살, 39살이었던 우리는 관계가 깊어지면서 결혼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우리 둘은 정말 신기하게도 각자의 이유로 딩크족을 원하고 있었다. 또 원가족으로부터 완전히 독립된 결혼과 가정을 원했다.


나는 결혼은 해야 된다고 생각했지만 결혼을 위해 누군가를 만나고 싶진 않아서 결혼이 급하진 않았다. 그때는 '마흔이 되기 전에만 시집가면 되지' 했었는데 지금은 '나이가 중요한가?'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렇게 나의 인생계획보다 빠르게 결혼을 해야겠다 결심한 어느 날 가족들과 밥 먹는 자리에서 얘기를 꺼냈다.


" 나 집 살 거야 "

" 뭐????????  네가 돈이 어디 있어? "

" 결혼할 거야 "

" 뭐????????????!!!!! "


나는 부모님에게 남자친구가 있다고 얘기를 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그런 내가 걱정이 되던 우리 아빠는 혹시 동성취향이냐 조심스럽게 물어본 적도 있었다. 그런 내가 남자친구가 있다고 얘기하는 것도 아니고 결혼할 거고 집을 살 꺼라고 통보하니 우리 부모님 입장에서 얼마나 황당했을까 싶다.


이렇게 양가에 인사를 하고 결혼을 준비하게 된 우리는 대부분의 결정을 둘이 했다. 결혼 날짜, 시간, 예식장 등등,,,

둘 다 결혼 못 할까 봐 걱정하던 부모님들은 결혼을 하겠다고 하니 무조건 믿고 지지해 주셨고 결혼 후 여행을 즐기는 삶에 대해서도 많은 응원을 해주셨다.


그러던 어느 날, 우한 폐렴이라는 전염병이 돌기 시작했다. 잠깐 그러다 말겠지 했던 전염병이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었다. 학교, 회사들은 재택근무가 시작되었고 사회적 거리 두기가 시행되면서 단체로 모임을 할 수도 없게 되었다.

우리의 결혼식은 2020년 4월. 1월부터 많은 사람들이 결혼식을 미루기 시작했다. 신혼여행도 다 준비가 끝난 상태였고 언제 끝날지 모르는 이 코로나 상황을 예측해서 결혼식 날짜를 미루는 게 쉽지 않았다.

고민을 하고 있던 찰나 웨딩홀에서 전화가 왔다.


" 신부님, 신부님 예약하신 날 다른 타임은 다 예식을 미루셨어요. 신부님은 어떻게 하실지 여쭤보려고 전화드렸습니다. "

" 저희도 꼭 미뤄야 하는 걸까요? "

" 아,,,,  그건 아닌데요,,, "

" 그럼 상의해 보고 다시 전화드릴게요 "


우리가 예약한 날 우리만 예식을 한다면 여유 있고 오실지 모르는 손님들도 덜 위험하지 않을까 싶어서 결혼식을 예정대로 진행하기로 했다. 결혼 준비를 하면서 결혼식에 대한 큰 로망이나 기대가 없었기 때문에 손님이 안 와도 상관없었다.


그리고 며칠뒤 항공사로부터 메일을 받았다.


' 예약한 항공편이 코로나 이슈로 결항되었고 재취항 일정은 아직 미정이다 '


아,,,ㅋㅋㅋㅋ 정말 내 맘 데로 되는 게 없구나 싶었지만 결혼식을 미루는 사람들은 신혼여행도 예약 변경하느라 엄청 수수료를 많이 냈다고 한다. 불행 중 다행으로 우리는 항공편이 결항되어 강제 취소 당했기 때문에 호텔 등등 모든 예약을 수수료 없이 취소할 수 있었다.


우여곡절 끝에 결혼식 날이 다가왔고 감사하게도 많은 손님들이 오셔서 축하해 주시고 식사도 많이 하고 가셨다. 신혼여행을 갈 수 없게 된 우리는 신혼집에서 모임 사람들과 파티를 하기로 했다. 신혼여행은 가지 못 했지만 우리는 뒤풀이 파티를 지인들과 같이 즐기면서 더 좋은 시간을 보냈고 오래도록 좋은 추억으로 남겨지고 있다.


우리의 결혼으로 오픈채팅방 공식 부부가 탄생했고 우리의 신혼집은 모임 사람들의 아지트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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