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본사를 둔 호텔스닷컴, 에어비앤비 등을 다른 지역처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없는 쿠바는, 내가 다녀왔던 그 어떤 여행지보다도 '입소문'을 통해 숙박을 해결해야 했다. 이렇게 된다면 평소처럼 후기나 별점을 알 수 없기에, 더욱 안전한 숙소를 예약하는 데에 예민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남미 사랑' 카페에서 까를로스 까사에 대한 후기를 읽게 되었다.
https://cafe.naver.com/nammisarang/206662
쿠바만의 숙박 형태인 '까사(Casa)'의 개념은 에어비앤비와 거의 동일하다. 주인이 현재 살고 있는 집의 일부를 빌려 숙박하는 것이다. 까를로스 까사는 나름 신뢰하는 카페에서 추천받은 곳이기도 하고, 가격도 위치도 아주 양호해 바로 인스타그램으로 연락을 드려 날짜를 예약해 머물게 되었다. 주인 분과 함께 생활하는 것이기에 아주 자유롭게 집을 이용할 수는 없지만, 나의 경우에는 이것저것 여쭤보고 도움받을 수 있어 만족스러웠다. 어디에 머물러야 할지 고민하고 있을 여행자들을 위해, 내가 머문 까를로스 까사를 소개한다!
집의 위치
https://goo.gl/maps/S3nEeJLsPgyqbtLc9
주소 : Virtudes #210(apto 1, 1er piso) e / Amistad y Agula, Centro Habana, Cuba.
쿠바는 와이파이 찾기가 별따기이므로, 만약 데이터가 터지지 않는다면 일단 인터넷이 되는 곳에서 구글맵에서 위치를 핀으로 고정해놓거나 혹은 최소한 주소라도 메모장에 복사해놓고 가야 한다.
나는 아무 생각 없이 주소를 알아놓지 않고 바라데로 리조트를 떠나 와서, 숙소를 찾느라 한참을 헤맸다. 원래의 계획은 프라도 호텔에서 와이파이를 연결해 까사에 연락하는 것이었는데, 프라도 호텔은 숙박객에게만 인터넷을 제공했다. 내가 아는 것은 왓츠앱 번호뿐이었는데, 지나가던 어떤 아저씨께서(아마도 시가 호객꾼이신 것 같았지만) 전화를 빌려 까사 주인에게 연락하고 주소를 파악해 우리를 그 앞까지 데려다주셨다.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운이 좋았다!
까를로스 까사는 하바나 비에하(하바나 구시가지)의 중심에 자리 잡고 있다. 조금만 걸어도 말레꼰 비치든, 프라도 호텔이든 닿을 수 있어 택시비가 부담스러운 여행객의 입장에서는 최고의 위치라고 볼 수 있다. 바로 앞에 유명한 갈리카페가 있고, 하바나의 아름다운 골목이 한눈에 보여 사진 찍기에도 좋았다.
만약 하바나 공항에서 택시를 탄다면 '210 Virtudes'라는 주소만 기억해 기사님께 알려드리면 된다. 하바나 비아술 정류장에 내린다면 사실 걸어가도 무방한 거리이지만, 캐리어를 끌고 구시가지를 걷는 순간부터 수많은 호객꾼들과 캣콜링에 혼이 빠질 수도 있다! 정확히 위치를 찍은 다음 귀 막고 이동하는 것을 추천한다.
숙박비와 집의 구조
가격은 USD로 2인 20불, 1인이 이용한다며 15불이다. 오로지 현금으로만 받으시니 숙박할 예정이라면 미달러를 넉넉하게 챙겨 가는 것을 추천한다(유로나 캐나다달러밖에 없다면 미리 여쭤보기).
제공하고 있는 방은 두 개이고, 그 안에 침대는 두 개이며 따라서 한 방에 최대 두 명까지 머물 수 있다.
침대는 푹신하기보단 딱딱한 편인데, 불편할 정도는 아니었다. 이불은 얇지만, 쿠바가 더워 이것도 잘 덮지는 않았다.
인상 깊었던 것은 청결도! 까를로스의 아내분이신 일리아나가 정말 깔끔하셔서, 부엌뿐만이 아니라 침구류와 화장실 등 모든 공간을 깔끔하게 정리해두셨다. 그리고 가장 걱정했던 벌레는 한 마리도 없었다.
화장실은 방과 붙어 있고, 나만 이용할 수 있는 개인용이라 편리했다. 수압도 좋고 따뜻한 물도 잘 나왔으며, 샤워 공간도 넉넉했다. 로션 등을 비치할 수 있는 트레이도 있고, 헤어드라이어와 화장지도 제공된다.
수건과 손비누는 까사에서 제공되는데, 기타 세면도구는 모두 가져와야 한다(샴푸, 바디워시, 치약 등). 샴푸를 사기 위해 외화 전용 마트에서 한 시간씩 줄을 서야 하는 쿠바의 경제 상황을 고려한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객실 내에는 작은 미니 냉장고가 있고, 작동은 아주 잘 된다. 그 아래 네모난 서랍장이 있어 귀중품은 이 안에 보관했다. 콘센트도 두세 개 있는데, 쿠바는 110 볼트와 220 볼트 전압을 혼용하기에 멀티 어댑터는 매우 유용하게 쓰인다.
냉장고 옆에는 위아래로 여닫을 수 있는 창문이 있는데, 바깥과 연결되어 있다. 옆집과 붙어 있어 낮이면 자잘한 말소리, 티비소리를 비롯한 소음이 있을 수 있다. 개인차가 있겠지만 그렇게 신경 쓰일 정도는 아니었다.
방은 꽤 넓고 쾌적한 편이지만, 탁 트인 창문이나 에어컨은 없기 때문에 답답함을 매우 잘 느끼는 사람이라면 방에 오래 머무는 것은 조금 힘들 수 있다. 낮에는 매우 더운 쿠바에서 에어컨이 없다는 건 아쉬웠지만, 사실 냉방시설을 갖춘 까사는 거의 없기 때문에 1일 2인 20달러라는 가격과 비교하면 타협할 수밖에 없는 조건이라고 생각했다. 만약 더위를 많이 타는 사람이라면 까를로스에게 선풍기를 요청해볼 수는 있을 것 같다.
나는 더울 때면 거실과 테라스에 나와 있었다. 거실 소파도 편하지만 작은 테라스가 되게 좋았는데, 위에서는 하바나 구시가지가 전부 내려다 보이기에 사람 구경하는 것이 재미있었다. 바로 오른쪽 집에 사시는 아주머니와 대화를 하기도 했다. 밖에 나가기 어려운 어두운 시간에도, 하바나의 밤을 엿볼 수 있어서 좋았다!
방에서 코너를 돌아 나가면 부엌이 있는데, 주로 일리아나가 여기서 머물며 요리를 하신다. 망고를 깎아 먹고 싶어 까를로스에게 칼을 빌렸는데, 직접 잘라 접시에 담아 주시기도 하고 따뜻한 물을 요청하면 전자레인지에 돌려 방까지 가져다주시기도 했다.
까를로스 까사는 2층에 위치해 있는데, 보안이 굉장히 철저한 편이다. 건물의 1층에는 관리실이 있고 직원이 상주해 있으며, 공동현관문 또한 열쇠로 열어야 한다. 2층으로 올라오면, 집 앞에 있는 철문을 열고 그 안의 현관문을 다시 열어야 한다.
빨래는 일리아나에게 부탁드리면 된다. 속옷은 방에다 말리고, 겉옷은 테라스 바깥쪽의 빨랫줄에 널면 되는데 까를로스가 잘 너는 방법을 알려주신다. 날씨가 더워 반나절이면 보송보송하게 마른다.
까를로스 까사를 추천하는 이유
가격에 비해 좋은 위치와 시설도 마음에 들었지만, 이 까사를 추천하는 이유의 8할은 까를로스와 일리아나 때문이다. 일단 정말 너무너무 친절하셨고, 또 유심 개통, 환전 등과 관련한 실질적인 도움도 정말 많이 주셨다. 와이파이를 찾아온 하바나를 헤맬 예정이었던 우리들에게, 유심 개통을 도와주신 것은 정말 커다란 선물이었다!
환전은 1:50으로 했는데, 사실 이보다 더 좋은 조건(1:80 이상)으로 길에서 가능했어서 그렇게 추천하지는 않는다. 일부러 낮게 받으신 것 같지는 않고, 까를로스가 밖에 나가 길에서 시세를 여쭤봐 주셨는데 1:50이 이상적이라는 답변 덕에 이렇게 교환해주신 것 같다.
또 나와 일행이 길에서 짝퉁 시가를 구매할 뻔했는데, 이때도 까를로스와 일리아나가 적극 말려주셔서 돈내기 직전에 빠져나올 수 있었다. 현지인들의 조언이 없었다면 눈 깜짝할 사이에 150불을 날릴 수도 있었기에 아직도 아찔하다. 이 사기 일당 관련해서는 또 브런치에 써서 올릴 예정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대망의 짐 옮기기. 코로나19 걸리기에는 아마도 거의 최악의 장소일 쿠바에서 양성이 나왔는데, 까를로스가 격리시설까지 우리 짐을 몽땅 챙겨 옮겨주셨다. 간단하게 적었지만 사실 얼마나 암담했는지 모른다. 낯선 땅 쿠바까지 여행을 왔는데, 달랑 손소독제와 마스크, 여권이 든 가방과 함께 격리당하다니. 심지어 휴대폰 배터리도 없어 페이스톡으로 겨우 소식을 전했다. 그리고 정말 어렵게 짐을 부탁드렸는데, 흔쾌하게 바로 다음날 아침에 택시를 타고 와주시겠다고 했다. 코로나 환자 짐을 만지기에도 싫을 수 있는데, 방 곳곳에 널려 있던 옷과 짐을 모두 정리해 택시로 병원까지 날라 주셨던 것이 아직까지도 정말 감사하다. 물론 감사한 마음은 현금으로 정말 두둑하게 챙겨 드렸다! 격리 끝나고도 안부를 자주 물어주셔서, 아직까지도 까를로스를 생각하면 마음이 따뜻해진다.
정리하자면, 까를로스와 일리아나가 있다면 하바나 여행이 든든하다는 것. 이것이 까를로스 까사를 추천하는 이유다.
예약 방법
인스타그램 DM으로 : 인스타그램 아이디는 casa_carlos_e_iliana이다.
왓츠앱 번호로 : 왓츠앱 번호는 +53 5346-6909이다. 번호를 추가해 메시지를 보내면 된다. (해외여행 시 왓츠앱은 매우 유용하게 쓰이니, 꼭 다운받아 가는 것을 추천한다!)
이메일로 : jcarlos27@nauta.cu((이 방법으로는 연락해 본 적이 없어서, 일단은 위의 방법을 더 추천)
연락드릴 때는 먼저 위에 적힌 가격이 맞는지를 확인하고(가격은 변동될 수 있으므로), 아래 정보를 정확하게 말씀드리면 된다.
- 숙박하고 싶은 기간이 언제인지
- 숙소 도착 예정 시간은 몇 시인지
- 몇 명이 머물 예정인지
+ 까를로스와 인스타그램 맞팔을 하게 되면, 스토리나 게시글 좋아요를 아주 많이 누르실 수 있다! 나도 조금 당황스럽기는 했다. 하지만 별 다른 의미는 없으니 걱정하지는 않아도 된다. 그냥 한국인을 좋아하시는 듯.
여행의 반을 차지한다고 보아도 무방한 숙소. 호객꾼들이 많아 지치고 또 무더운 쿠바에서, 마음 놓고 쉴 수 있는 편한 집을 찾을 수 있었던 건 참 행운이었다. 만약 하바나에서 숙소 고민을 하고 있다면, 몸은 시원해지고 마음은 따뜻해질, 까를로스 까사를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