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슬란드 2주살이 : 드디어 얼음의 섬에 오다
나도 아이슬란드 갈래!
엄마, 아빠가 4년 넘게 짝사랑한 아이슬란드. 답답한 코로나 기간 여행을 생각하며 버텼고, 어디로 갈지 고민하다 아이슬란드에 푹 빠졌다고 했다. 몇 년 사이 집에는 아이슬란드 에세이, 가이드북, 음반이 채워졌고, 작년 드디어 여행 날짜가 잡혔다. 원래는 둘만 가기로 했으나 어느새 동생이 합류했고, 한창 유튜브 알고리즘에 아이슬란드 여행이 뜨던 나도 긴 휴가를 떠나보기로 결심했다!
일 년 연차 18개 중 10개를 탈탈 털어 떠나게 된 아이슬란드 2주살이. 바로 어제가 첫 24시간이었고, 감동이 가시기 전 매일 담백한 하루 일기를 남겨보고자 한다.
18시간 날아가기
인천 - 헬싱키 - 레이캬비크로 이어지는 18시간의 긴 여정. 핀에어를 이용했는데 생각보다 깔끔하고 기체도 커서 편했다! 내가 근무하는 마이리얼트립에서 133만 원 정도에 예약했고, 운 좋게 두 항공편 모두 비상구 좌석을 배정받아 다리를 쭉 펴고 올 수 있었다.
공홈이 아닌 OTA에서 예약했더라도 미리 핀에어 앱을 깔고, 회원가입 후 구매 정보를 등록하면 편하다! 체크인도 빠르게 할 수 있고 랜덤일 수 있지만 좋은 자리를 얻을 가능성도 높아지는 듯하다.
첫 비행기는 밤 11시에 출발해 14시간 정도 타야 하는데, 바로 직전까지 밤을 새우며 회사 일을 해서 그런지 9시간을 내리 잤다.
기내식은 처음 타서 한 번, 내리기 전에 한 번 주는데 맛은 정말 없었다. 삶은 냉동 야채와 방부제맛 밥을 먹는 느낌...! 짐 검사 후 공항 편의점에서 삼각김밥이라도 미리 사서 오는 것을 강력 추천한다. 비행기 타는 내내 배고팠는데, 헬싱키 환승할 때도 시간이 짧아 뭘 먹기엔 어려워 도착할 즈음엔 거의 쓰러질 뻔했다.
헬싱키에서 입국 심사를 미리 다 해서, 아이슬란드 공항에 도착했을 땐 바로 짐만 찾으면 됐다! 핀에어 연착에 대한 안 좋은 후기도 많던데, 내가 탔을 땐 정시 출발 정시 도착이어서 너무 좋았다. 짐도 금방 나왔다!
레이캬비크에 도착하자마자 한 것은 다름 아닌 맥주 구매. 공항 밖에서는 술 구하기도 어렵고 비싸다고 해서 공항 구매를 추천한다고 한다. 제일 유명한 굴 맥주(Gull)를 한 박스 샀다. 가격은 12개에 4만 원 정도!
파워 J인 아빠 덕에 모든 것은 계획이 다 되어 있었다. 아빠만 그냥 따라가면 되는 것... 밖으로 나오니 로투스 렌터카 직원이 팻말을 들고 서 있었고, 봉고차를 타고 차를 빌리는 곳으로 이동했다.
우리가 빌린 차는 기아 스포티지! 한국인들에게 인기 차종이라 예약이 빨리 된다고 해서 거의 몇 달 전에 예약했다고 했다. 12박 빌리는 데에 210만 원 정도고, 제일 비싼 걸로 해서 보험료만 거의 80만 원이라고. 그래도 차 안에서 쓸 수 있는 와이파이도 주고 내비게이션도 한국어라 엄청 편했다.
오늘 레이캬비크 날씨는 정말 최고 중에 최고! 2월 중순인데도 영상이라 따뜻했고 쌓인 눈도 없었다. 답답한 기내에 있다가 나와 쌩쌩 달리니 속이 풀렸다. 공항 근처의 넓은 벌판과 멀리 보이는 설산이 정말 아름다웠다! 드디어 우리가 지구 반대편 얼음섬에 왔구나.
일단 체크인까지 4시간 정도 남아서, 도심으로 이동해 주차를 하고 시내 구경을 하기로 했다. 아이슬란드는 신기하게 주차 구역이 4개로 나뉘는데, P1은 제일 비싸고 P4는 저렴하거나 무료다. 숫자가 작을수록 비싼 땅이라는 뜻! PARKA라는 어플을 깔면 현재 위치로 주차 구역이 P 몇에 해당하는지 알 수 있고, 돈을 내야 하는 경우 카드를 연동해 바로 지불도 가능하다.
주차해 놓고 달려간 곳은 핫도그 맛집! 가격은 살벌한데 배고픈 상태로 먹어서 그런지 너무너무 맛있었다. 특별한 맛은 물론 아니지만 빵은 촉촉하고 부드러웠고, 소시지가 진짜 탱글했다! 그 위에 발린 갈색 소스와 후레이크도 잘 어울렸다.
레이캬비크에는 보송보송 건강한 고양이들이 많다. 집에서 관리는 받되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바깥냥이들 같다.
그다음 들른 곳은 보누스마트! 물가 비싼 아이슬란드에서 12일을 외식하면 상당히 부담스럽겠지만, 해 먹는다면 가격이 그렇게 나쁘지 않다. 소스는 집에서 다 갖고 오고 사과, 파, 양배추, 양상추, 계란, 바나나, 버섯, 양파, 삼겹살, 요구르트 등등을 샀는데 7만 원 정도. 과일 담는 비닐봉지도 돈을 받는 것 같던데 이거 제외하면 한국마트에서 장 볼 때랑 얼추 비슷해진다.
특히 스키르 SKYR이라는 요거트가 진짜 맛있었다! 큰 통으로 사두고 아침마다 먹으면 엄청나게 든든할 듯. 사과도 달고 오이도 신선해 기분이 좋았다. 엄마도 신선한 야채와 과일을 먹으니 살 것 같으시다고. 장 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다음에는 빵에 소시지만 사서 핫도그를 만들어 먹어봐야겠다!
이다음으로는 레이캬비크 시내를 구석구석 돌아다녔다. 작고 아름다운 마을인데 날씨가 좋아서 천국에 온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