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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교환학생을 끝내고, 멕시코로!

40일간의 멕시코 일주 : 과달라하라

by 김다영
교환학생의 끝은 멕시코


기왕 캐나다까지 왔으니 특별한 여행지를 가면 좋지 않을까, 해서 갑자기 꽂히게 된 중남미.


원래는 그 유명한 페-볼-칠-아 코스를 돌려고 했는데, 계획을 짜보니 도저히 두 달 안에 둘러보는 것은 어려워 보였다. 막상 떠난다고 생각하니 갈라파고스 섬도 가고 싶고, 칠레 작은 마을에서 며칠은 머물고 싶고, 마추픽추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고 싶어지는 느긋한 여행자의 마음이랄까.


그래서 나는 선택과 집중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아무래도 절대 포기 못하는 쿠바는 2주 동안 넉넉히 둘러보고, 다른 나라 말고 멕시코에 한 달 반을 있기로 결심한 것이다!


멕시코만 둘러보기로 마음을 먹으니 일사천리로 계획이 짜졌다. 구글맵으로 꼭 가야겠다 싶은 주요 도시를 찍고 연결하면 끝! 각 도시에 얼마나 머물지는 네이버 ‘남미사랑’ 카페에 조언을 구하며 다듬어갔다.


그렇게 해서 나오게 된 나의 매우 러프한 여행 계획. 놀랍게도 이 계획에 첫날 숙소와 비행기표만 예약하니 여행 준비가 끝났다. 놀 만큼 놀고, 더 머무르고 싶으면 며칠 더 있고, 계획에 얽매이지 않고 멕시코를 탐험하다 오는 것이 계획이 되었다.


하필 왜 멕시코야?


왜 멕시코를 골랐냐면... 상대적으로 안전하고, 도시마다 특색이 뚜렷하고, 스페인어를 쓰면서 음식이 맛있고 물가가 저렴한 나라라고 해서! 내 기준 완벽한 여행지였다. 칸쿤 바다에서 수영하고 지상 최고의 타코를 먹어야지!


캐나다에서 멕시코로!


모든 것이 순조로웠다! 출발일 전까지는... 비행기를 타기 직전까지 나는 엄청난 일정을 소화해야 했는데, 일단 이 시기는 코로나 여파가 남아있을 때라 관련 절차가 꽤나 힘들었다. 특히 떠나기 몇 시간 안에 신속항원검사 양성이 나와야 했다! 그래서 출발일 아침 공항으로 미리 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검사를 받았다.



캘거리 공항에 마련된 작은 검사 공간. 덩치 큰 간호사가 우리의 코를 엄청나게 깊이 찔렀다.



그 뒤로도 짐 체크인을 마치고, 멕시코 페소를 인출하고, 몇 박스나 되는 캐나다 교환학생 짐을 한국으로 보내는 일정을 마치고서야 비행기에 오를 수 있었다.



우리는 휴스턴에서 경유를 하는 비행기였다. 시간은 많고 돈은 없는 학생이니 경유 시간도 아주 길게. 오전 일찍 출발해 일출을 봤는데, 경유지에서는 일몰을 봤다. 공항에 머무니 우리가 드디어 모험을 떠난다는 생각에 가슴이 뛰었다.



첫 번째 도시는 과달라하라!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생소한 도시였지만, 캐나다에서 출발하는 많은 비행기들이 이곳으로 향했다. 공항에 내리니 늦은 시간이었음에도 사람들이 가득했고, 많은 여행자들은 손에 티켓처럼 보이는 종이를 들고 있었다. 알고 보니 공항에서는 우버를 부를 수가 없고 미리 택시비를 선결제하고 줄 서 있는 택시들을 하나씩 이용해야 했다. 멕시코에 도착하자마자 택시비 흥정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부담을 느끼고 있던 나로서는 다행이었다.



택시를 기다리려고 보니 문제는, 우리가 너어무 배가 고팠다는 것. 가까운 편의점에서 멕시코 첫 핫도그를 사 먹었는데, 사진은 없지만 이게 예상보다 진짜 미치는 맛이었다! 2천 원도 안 하는 가격에 빵은 촉촉, 소시지는 탱글하고 육즙이 팍팍 터졌다. 그 뒤로 이 핫도그는 우리의 멕시코 최애 간식이 됐다!



여행자들은 이렇게 줄을 서서 택시를 탄다. 공항에서 숙소까지, 이때 환율로 2.5만 원 정도를 냈다.



아주 밤이 되어서야 도착한 숙소. 지금은 여행에서 숙소의 중요도가 높아졌지만, 이때는 진짜 잠만 잘 수 있으면 된다는 생각에 중저가 에어비앤비를 예약했다. 미리미리 알아봤으면 더 저렴하고 좋은 숙소가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은 남는다. 왜냐면 이 집에서 개미들과의 사투를 벌였기 때문... 멕시코에는 개미가 진.짜. 많다!



밤에 만났던 멕시코는 설렘 반 걱정 반으로 두려웠는데, 아침에 눈을 떠 테라스로 나와보니 내가 상상한 그 색감과 풍경이 펼쳐졌다.



핫도그 말고는 먹은 게 없었을 뿐만 아니라, 긴장이 풀려 아주 늦잠을 잤기 때문에 일어나니 배고프다는 생각밖에 안 들었다. 일단 동네를 걸어보자는 생각으로 나왔다가 만난 빵집!



빵이 진짜 많고 화려한데 가격은 너무나 저렴했다. 든든한 빵 두 개에 우유까지 샀는데도 2300원이라니!



그 뒤로 우리는 여유로운 도시 탐험의 시간을 가졌다. 과달라하라는 도시 자체로는 볼 게 별로 없고 주변 마을이 관광지라 보통 오래 머물지 않는데, 시간 부자인 우리는 5일이나 여기 있기 때문에 마음이 느긋했다. 생소한 형태의 건축물, 여기저기에서 들리는 라틴 음악과 스페인어, 강렬한 향신료의 냄새까지! 여기가 멕시코라는 사실을 온몸으로 체감했다.



나무에 그려진 그림, 걷는 내내 눈에 띄는 그림까지도 멕시코다웠던 곳.



무작정 걷다 보니 배가 고파 한 타코 집에 들어오게 됐다. 예상치 못한 거센 비가 내렸는데 훌륭한 대피소를 만난 셈! 타코 하나에 천 원도 하지 않은 매우 저렴한 가격이어서 우리는 최대한 여러 종류를 주문해 보았다.



멕시코에서 타코를 먹으면 정말 다양한 종류의 살사를 준다. 초록 토마토와 할라피뇨로 만든 살사 베르데, 빨간 토마토와 고추로 만든 살사 로하는 기본! 여러 종류를 가득 올려 먹을 때 한가득 느껴지는 이국적인 맛이 환상적이다.



추적추적 내리는 비를 보며 먹는 첫 타코 맛은 감동 그 자체였다.



배를 채운 뒤 기분이 좋아진 우리는 빗속에서도 거리를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그리고 앞으로의 멕시코 여행을 위한 여러 준비를 하기도 했다.



그 유명한 테킬라 마을을 가기 위한 투어 예약이 첫 번째. 마을에서 픽업해서 하루 종일 근교 투어를 가는 일정인데, 한 사람당 2.5만 원 정도다. 인터넷에서 예약하는 것보다 현지에서 직접 가격 비교를 하는 게 훨씬 싸다! 그렇다고 아무 업체나 가기엔 위험할 수 있어 우리는 인터넷을 뒤져 한국인 추천 업체를 찾고, 직접 방문해 가격 상담을 했다. 결과적으로는 대만족!



유심 사기가 너무너무 어려웠던 쿠바와 다르게, 멕시코에서는 아무 편의점에서나 유심을 구매할 수 있다. 직접 직원이 유심을 끼우고 인터넷 연결이 되는지까지 확인해 준다.



멕시코에 도착한 후 인터넷이 안되어서 답답했는데, 생각보다 아주 간단했던 유심 개통! 쿠바에서는 유심을 사려면 현지인이 동반해서 뒷돈(?)을 찔러 넣어야 했는데 여긴 이렇게 쉽다니.



그 뒤론 기분 좋게 마트 쇼핑을 했다. 크고 달달한 망고는 2천 원이고 신선한 과일과 야채가 가득해서 신이 났다.



멕시코답게 엄청나게 다양한 소스와 향신료들도 있다.



수질이 안 좋기로 유명한 멕시코에서는 무조건 커다란 물을 사야 한다. 이 닦을 때도 이 생수를 쓰고, 샤워할 때에도 반드시 입을 꾹 닫아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행 내내 꾸르륵거리는 배를 안고 다녀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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