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과달라하라에서 만난 한인마트

40일간의 멕시코 일주 : 과달라하라

by 김다영
한인마트 들렀다가 요리하니 하루 끝!


멕시코에 오기 전 우리의 일정이 워낙 힘들었다 보니, 여행을 와서는 축 늘어지게 됐다. 모든지 천천히 여유롭게 처리하는 멕시코의 분위기와는 오히려 잘 맞았다고 해야 할까. 마음껏 자고 먹고 낯선 도시를 헤매는 시간이 나는 너무나도 행복했다.


그래서 미리 경고하자면, 나의 멕시코 여행기는 그다지 치열하지는 않다. 늦은 오후까지 아무것도 안 하다가 설렁설렁 걸어서 밥만 먹고 온 날도 있었고, 하루 종일 타코 맛집만 찾아다닌 날도 있다. 이런 느슨한 여행기를 기록할 생각이다.



과달라하라의 우리 집. 건물 안으로 들어가서 계단을 오르면 작은 옥탑방이 나온다. 물도 잘 나오고 그리 덥지도 않았다.


다만! 불행하게도 주방에 개미가 살았다. 이 얘기는 다음 글에 할 예정이지만, 줄지어 기어 나오는 작은 개미 때문에 우리는 온갖 사투를 벌여야 했다... 치약으로 벽을 막고 편의점에서 개미 사진을 보여주면서 약을 사서 뿌렸다. 역시 저렴한 에어비앤비에 머물면 대가를 치러야 한다! 그래도 가난한 여행자는 어쩔 수 없지. 좋은 위치에 괜찮은 방을 얻으려면 개미 정도는 적응해야 하는 것 아닐까?



오늘은 어제 들른 빵집에 다시 가서 간단히 빵을 사 먹고, 구글맵에서 가르쳐주는 한인마트에 가보기로 했다. 이 낯선 도시에 익숙해질 겸, 먼 곳에 있는 마트를 찍고 한참을 걸었다.



큰 도시여서 그런지 낮이라면 시내 어디에든 사람이 많다. 멕시코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와는 다르게, 막상 이 안에 들어오면 생각보다도 마음 편하게 돌아다닐 수 있다. 아이들이 엄마 손 잡고 뛰어다니고, 길 곳곳에 가게들이 즐비한 도시다.



우리는 30분 정도 걸어서 AJU라는 한인마트로 향했다. 사진으로 보면 알겠지만, 눈 돌아가는 한식 재료들이 정말 한가득이다! 고추장, 쌈장부터 부침가루, 각종 양념, 라면과 한식 과자까지 다양했다. 캐나다 물가랑 비교했을 때에도 그렇지 비싸지 않은 가격이라, 여행하는 내내 사용할 양념들 위주로 쇼핑을 했다.


나는 해외에만 나오면 한식이 그렇게나 그립다. 멕시코 곳곳에 기가 막힌 타코가 있어도, 먹고 싶은 한국 음식이 없으면 입맛이 똑 떨어져 버린다. 캐나다에서의 생활을 정리하고 멕시코로 향하는 여정이 꽤 고되었던지라 푸짐한 한식이 그리웠는데, 한인마트에 오니 고향에 온 기분이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엔 로컬 마트에 들러서, 냉동 새우와 식빵, 그리고 약간의 과일을 샀다. 캐나다에서 살았을 때 새우 멘보샤를 만들어 먹은 적이 있는데, 그 맛이 그리워 똑같이 만들어보기로!


만드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에어비앤비에 있는 낡은 조리도구도 문제였지만, 특히 소스에 필수인 마늘이 없어 집 앞 시장에서 통마늘을 사 와야 했다. 말이 안 통하니 손짓 발짓으로 소통하다 결국 사진을 보여주고 얻었는데 약간 바가지도 쓴 것 같다. 몇 알 안 되는 마늘에 3천 원을 내다니!


멕시코는 무조건 입에 닿는 모든 물을 생수로 써야 한다. 우리는 정수기에 거꾸로 꽂을 수도 있을 것 같은 커다란 생수통을 사 와서, 조금씩 쏟아가며 야채를 씻었다. 심지어 야채를 손질하는 손도 이 물로 닦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멕시코 이틀차부터는 잔잔한 배탈에 시달렸지만...


이렇게 온갖 공을 들여 야심 차게 만들었으나 결과는... 대실패! 고생했으니 맛이라도 있으면 좋을 텐데, 올리브유로 낮은 온도에 튀겨서 그런지 기름이 가득해서 한 입만 먹어도 느끼했다. 아직도 이 기억 때문에 멘보샤를 잘 못 먹는다는 비하인드 스토리.




우당탕탕 보냈던 하루였지만,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도 아직 나는 이 날을 떠올린다. 중식당에서 멘보샤를 볼 때마다, 깨끗한 물로 야채를 씻을 때마다, 이태원의 옥탑방들을 볼 때마다.


실수하고 넘어지면서도 우린 어찌저찌 멕시코에 적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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