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일간의 멕시코 일주 : 과달라하라
멕시코에서의 첫 일정, 테킬라 투어!
오늘은 멕시코에서의 첫 공식 일정이 있는 날. 시내 돌아다니다 예약한 테킬라 투어를 떠나는 날이다. 과달라하라 시내를 이리저리 돌아다니다 보면 투어를 열심히 판매하시는 상인분들이 있는데, 우리는 이 유혹에 넘어가지 않고 카페에서 추천받은 대리점으로 들어갔다.
원래 1인 500페소 정도 하던 걸 이리저리 잘 깎아서 400페소, 인당 3만 원대로 예약 성공! 언제 어디서 만날 지를 알려주시니 시간 맞춰 광장으로 나가면 된다.
만나는 장소에 가면, 묘하게 투어를 떠날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있다. 모두 스페인어로 진행되는 투어라, 몇몇 외국인들과 우리는 테킬라? 테킬라?라고 외치며 우리를 데리러 온 기사님과 가이드를 찾았다.
차에 타니 이게 웬걸, 뒷자리에 너무 귀여운 멕시코 남자아이가 있었다! 이름은 호세..였나?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아무튼 이 글에서는 내 멋대로 호세라고 부르겠다. 호세 아빠처럼 보이는 남성분과 대화를 나누었는데, 자기는 호세 엄마의 남자친구라고 한다. 남편이랑은 이혼하고 새 남자친구를 만나셨다고. 아이가 아저씨를 너무너무 잘 따라서 친아빠인 줄 알았지 뭐야. 옹알이처럼 스페인어를 쏟아내는 아이와 대화하며 한참을 놀았다.
한 시간 정도 달리니 나온 첫 증류소,
Don Valente
돈 발렌테는 가족들이 전통적인 방식으로 데낄라를 만드는 증류소다. 입구에 들어가자마자 데낄라 원료인 뾰족뾰족한 아가베가 가득 쌓여 있다. 테킬라를 만들기 위해 농장은 아가베를 최소 6년 이상 재배해야 한다. 독특하게도, 우리가 지금 머물고 있는 멕시코 할리스코 지역에서만 아가베를 재배할 수 있으며 잎은 모두 잘라내고 중심부만 사용한다. 가시를 다 잘라내고 남은 중심부터는 마치 파인애플처럼 생겼다! 그래서 실제로 이름이 스페인어로 piña, 파인애플이다.
가이드님은 엄청나게 빠른 스페인어로 증류소 투어를 진행해 주셨다. 까막귀인 우리는 점점 정신이 혼미해지는 빠른 스페인어를 이해하려고 애쓰기보단, 따로 이곳저곳 둘러보며 시설들을 탐험했다.
테킬라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꽤나 긴 시간, 그리고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먼저 긴 기간 재배한 아가베의 잎들을 모두 잘라낸 후, 대형 오븐에서 로스팅을 한다. 이 과정에서 파인애플처럼 생긴 아가베의 줄기, 피냐는 달콤하고 부드럽게 변한다. 이렇게 변한 피냐는 위에 사진에서도 보이는, 돌로 만든 물레를 사용하여 착즙 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주스를 모스토라고 한다.
그리고 발효의 시간. 모스토는 발효 탱크에서 물, 효모와 결합하여 알코올로 변하기 시작한다. 발효된 모스토는 두 번의 증류 과정을 거치는데, 첫 번째보다 두 번째에 더 맑고 깨끗한 증류주가 나온다.
마지막은 가장 중요한 숙성 단계이다. 갓 증류한 원액으로부터 2개월 미만으로 숙성된 상태는 '블랑코'라고 불리며, 가장 독하기 때문에 스트레이트로는 잘 먹지 않는다. 2-12개월 숙성된 금색의 '레포사도'는 우리가 흔히 마시는 테킬라. 1년 이상 숙성되면 '아녜호'라고 불리며 셋 중에서 가장 부드럽다. 3년 이상 숙성되면 가격은 더 올라가고 테킬라 특유의 향은 사라지지만, 숙성에서 나오는 풍미가 일품이라고 한다.
테킬라 마을에 왔으니 기념으로 술 한 잔은 사가야지! 나는 손바닥만 한 병에 담긴 테킬라를 숙성 기간별로 하나씩 구매해 보았다. 블랑코, 레포사도, 아녜호까지. 나중에 한국으로 돌아와 친구들과 한 입씩 먹고 맛을 비교해 봤는데, 신기하게도 들었던 설명대로 각각의 무게와 풍미가 전부 달라 신기했다.
테킬라 투어의 장점(?)이라면, 무제한 테킬라 드링킹이 가능하다는 것. 차 뒤에서 끊임없이 커다란 보틀에 담긴 테킬라가 공급된다. 술을 잘 못하는 나는 한두 잔만 마시고 호세랑 놀았는데, 덩치 큰 아저씨들은 부어라 마셔라 즐기고 얼굴이 빨개졌다.
두 번째 증류소, Tres Mujeres와
진짜 테킬라 마을
Don Valentes에서 한차례 양조장 투어를 마치고, 옆에 있는 Tres Mujeres라는 양조장에도 방문했다. 전체적인 구성은 유사했다. 양조장 앞에 상인들이 물건을 가득 펼쳐 놓고 기념품을 팔았는데, 수공예품들이 정말 예뻤다.
마지막 코스는, 기대하던 테킬라 마을! 테킬라 마을에서 테킬라를 마시는 날이 오다니. 일단 무더위와 오디오를 꽉 채운 스페인어에 지친 우리는 마을에서 평점 좋은 식당에 들러 타코로 먼저 배를 채웠다.
테킬라 마을의 슬로건(?)은 바로 'Pueblo Magico', 마법의 마을. 그것도 그럴 것이, 마을 전체가 아름다운 한 판의 축제 같았다. 프리다 칼로를 떠올리게 하는 멕시코풍의 벽화, 반쯤 취해 행복해 보이는 사람들, 곳곳에 파는 저렴한 디저트와 음식까지! 신나는 행진에 몸이 먼저 이끌리듯 마을을 한 바퀴 돌며 멕시코에 왔다는 사실을 온몸 가득 느꼈다.
해가 지고 약속된 시간이 다가오자, 아쉬운 마음을 안고 가이드님과의 만남의 장소로 향했다. 무더위가 가시고 노을이 지는 마을은 또 얼마나 아름답던지. 내 마음과 같이 한껏 신난 사람들은 각자 신청곡을 하나씩 말하고, 기사님은 귀가 터질 듯 크게 노래를 틀며 신나게 과달라하라로 복귀했다.
이제는 헤어질 시간! 내 카메라를 가지고 실컷 사진을 찍어대던 호세와, 더듬더듬 스페인어를 하는 우리를 함박웃음으로 바라보았던 유쾌한 사람들과의 이별이다. 멋진 단체 사진을 한 장 남기고 멕시코에서의 첫 투어를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