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스러운 도자기 공방과 축제의 마을

40일간의 멕시코 일주 : 과달라하라

by 김다영
과달라하라에서 시간이 너무 많으면
저렴하고 아주 맛있었던 시장 과일


본격 멕시코 여행을 떠나기 전, 쉬어가는 도시로 생각했던 과달라하라는 예상보다도 더 심심한 곳이었다. 물론 달리 말하면 평화로운 곳! 해발 1500미터 넘는 곳에 위치해 있어 여름에도 그리 덥지 않다. 우리는 구글맵에 재미있어 보이는 장소들을 콕콕 찍고 마치 탐험하듯 현지인의 일상 속으로 녹아들었다.



한 번 더 가고 싶었던 집 앞 브런치 가게. 요거트볼부터 부리또, 음료 2잔까지 넉넉하게 배를 채웠다. 이렇게 먹어도 2만 원 안쪽! 중심지까지 30분 넘게 걷는 와중 아이스크림 가게에도 가고, 한적한 공원에서 숨을 돌리기도 했다.



가장 유명한 과달라하라 대성당! 1541년에는 흙벽돌에 초가지붕이었는데 여러 번의 보수와 증축을 거치면서 지금의 멋을 얻게 되었다. 마을 주민들에게 총도 맞고 두 번의 지진에 크게 부서지며 오랜 기간 손상된 상태로 남아있기도 했다고. 산전수전 다 겪은 성당인 셈이다!



중심가에는 언제나 그렇듯 알록달록 기념품과 옷을 파는 가게들이 있다. 나는 옷에 관심이 없는 편인데, 딱 하나 너무 예쁜 멕시코풍 드레스가 눈에 들어왔다. 디테일이 정말 예뻤다. 가격은 다른 드레스보다 비쌌고 돈 없는 여행자였지만 큰맘 먹고 구매 완료. 멕시코 여행 내내 입었으니 뽕은 제대로 뽑았다고 볼 수 있다!



순조로웠던 여행을 가로막은 건... 다름 아닌 한식. 어느 날 아침 눈을 뜨니 미친 듯이 김치찌개가 먹고 싶어 근처 한식집을 찾았다. 김치볶음밥과 김치찌개를 주문한 후 음식이 나오기까지 얼마나 떨리던지!


펄펄 끓는 찌개와 색이 이상한 볶음밥을 한 입 먹었을 때 드는 생각은... 아 이건 김치가 아닌 것 같은데?! 배추를 김치 모양으로 만들긴 했는데 간장 맛이 났고, 쿰쿰한 향에 매운맛은 하나도 없었다. 한 입 먹자마자 나와 친구는 서로의 눈을 보며 으악! 을 외쳤다. 서빙해 주시는 분을 불러 김치 맛이 너무 이상하다고 했지만, 한국인 사장님은 없으시고 멕시칸 아르바이트생이 만들었는지... 전혀 소통이 안되어 결국 식당을 나올 수밖에 없었다는 슬픈 이야기.



신기하게 멕시코에도 공차가 있다! 가격은 비싸지만, 우리는 한식당에서 받은 상처를 커다란 망고 스무디로 치료해야만 했다.



하루 종일 시내를 쏘다닌 떠돌이 여행객이 받은, 선물 같은 노을. 멕시코는 이 노을이 기가 막히게 아름답다. 이 시간에 맞춰 높은 성당들에도 조명이 켜지니 시내 풍경이 더 이국적으로 보였다.



아직도 배가 고픈 우리는 한인마트에서 구매했던 귀한 비비고 냉동 김치 만두를 구워 먹고, 벌써 세 번째 방문하는 동네 빵집에서 산 빵을 먹었다. 신선한 과일이 가득한 마트에서 구매한 딸기와 체리도 한가득 먹으니 드디어 만족스럽게 잠에 들 수 있었다.


두 번째 근교 여행 : 또날라



과달라하라 근처엔 수공예품으로 유명한 작은 도시들이 있다. 테킬라 투어와 마찬가지로 중심지를 걷다 보면 투어를 광고하는 사람들을 마주하게 된다. 다만 우리는 작은 마을들을 설명 없이 그냥 걷고 싶어서, 교통수단만 따로 예약해서 자유여행을 떠났다.



마을에 도착하면 길 양 옆에 도자기를 내놓고 파는 크고 작은 공방이 있다. 이 공방에서 우리는 잊을 수 없는 추억을 쌓았다.



시작은 가게 안에 켜켜이 쌓인 온갖 그릇들이었다. 분명 손으로 만들었겠지만 그 양이 어마어마하게 많아, 그릇을 하나씩 구경하다 보니 가게 깊숙한 곳까지 걸어 들어가게 됐다. 신기했던 건, 마치 나니아 연대기처럼 어두운 가게 끝에 환한 빛이 보였다는 것이다! 알고 보니 가게라고 생각했던 벽들은 바깥에서 안쪽을 잇는 통로였고, 사람들이 굳이 들어가지 않는 깊은 곳에는 거대한 도자기 공장이 위치해 있었다.



너무 안쪽까지 들어간 건 아닐까 싶어 급하게 나오려던 찰나, 갑자기 수염 난 아저씨가 우리를 불러 세웠다. 뭔가 잘못했나? 여기 위험하지는 않나?라는 생각에 망설이는 차에 아저씨는 갑자기 '도자기 만드는 거 궁금해?' 하며 말을 걸었다.


어리둥절한 우리를 데리고 아저씨는 점토에서부터 단단한 그릇이 되기까지의 모든 과정을 하나하나 설명해 주시기 시작했다. 영어도 스페인어도 아닌 바디랭귀지로! 아저씨는 거대한 점토 덩어리의 일부를 사람 머리만큼을 떼어내, 도예로 다져졌을 거대한 근육으로 흙을 마구 치대더니 납작한 접시 모양 틀에 넣고 모양을 잡았다. 5분도 되지 않아 섬세한 그릇 하나의 모양이 갖춰졌다. 그릇은 층층이 쌓여 바싹 마르고, 색이 옅어진 그릇은 다시 훌륭한 솜씨로 알록달록 칠해져 가마로 들어갔다.



거의 돈 받는 투어처럼 원래 하던 작업도 중단하시고 화려한 손기술을 보여주시는 모습에 나는 신기하고 감사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불안했다. 이러다 어마어마한 팁을 요구하시면 어쩌지! 돈을 낼 때까지 공방에서 못 나가게 하면 어쩌고... 온갖 상상 끝에 나는 그냥 먼저 가격을 여쭤봐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아저씨가 그릇을 가마에 넣고 이제 굽기만 하면 완성이라며 나를 뿌듯하게 쳐다보시는 때에 맞춰, 나는 'Cuanto cuetsta...' (얼마예요?)라고 하며 말을 흐렸다. 놀랍게도, 아저씨는 깜짝 놀라시더니 'Free!!'라고 외쳤다. 자기는 자신이 사랑하는 일을 보여주고 싶었을 뿐이라고. 멕시코와, 자신의 마을과, 자신의 문화에 관심을 가져줘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의심한 것이 미안할 정도로 감동을 받았던 우리는 황급히 지갑에서 약간의 팁이라도 드리려고 지폐를 꺼냈지만 아저씨는 절대 절대 받지 않으셨다. 어쩔 수 없이 우리는 영어와 스페인어를 마구 섞어 Thank you... Gracias... Mucho... Really... 라며 마음만큼은 꼭꼭 전달하고 이 공방을 떠났다.



한껏 기분이 좋아진 우리는 공예품으로 가득한 이 아름다운 마을을 걷고 걸었다. 사고 싶은 것이 산더미였다! 기내용 캐리어 하나 들고 앞으로 한 달 넘게 멕시코를 유랑해야 하는 우리의 입장에서, 무거운 도자기는 완전한 사치였지만. 그래서 눈으로 사진으로 풍경을 담았다.



멕시코 대통령도 와서 구매해 갔다는, 몇 대에 걸쳐 아주 섬세한 도자기를 만드는 공방도 구경했다. 지금 현업에서 뛰고 계신 아드님이 자신이 소개된 책과 도자기를 자랑해주시기도 했다. 투박한 손과 대비되는 순박한 눈망울이 정말 예뻤던 예술가였다.


세 번째 근교 여행, 뜰라께빠께



또날라 바로 옆에 있는 도시 뜰라께빠께. 과달라하라에서도 30분이면 간다. 여기는 또날라보다는 좀 더 관광지의 느낌이 강했는데, 멕시코 특유의 알록달록한 색이 온 동네에 물들어 사진 찍기 좋았다. 위에 찍은 사진에서 입은 옷이 바로 며칠 전 시장에서 지르고 만 바로 그 드레스!



어딜 가든 흥겨운 마리아치의 노래가 들리고, 사람들은 내킨다면 대낮에도 술도 없이 춤을 춘다. 저렴한 가격에 배불리 먹을 수 있는 달달한 간식들과, 지갑 열기 직전까지 나를 데려다 놓는 공예품들까지. 도시였던 과달라하라와 달리 뜰라께빠께는 흥겨운 축제 같았다.





과달라하라에서의 아주 여유로운 며칠이 어느새 지나갔다. 낡은 숙소에서는 박멸 불가능한 개미떼 때문에 골머리를 앓았고 오래 일정을 잡아둔 이 도시에서는 긴 시간 딱히 할 게 없어 심심했다. 다만 우리는 낯선 곳에서 환전을 했고, 유심을 샀고, 마트에서 장을 봤고, 요리를 해 먹고, 근교 여행을 떠났고, 이렇게 어리바리 적응기를 거쳐 차츰 멕시코의 속도와 온기에 녹아들어 가게 되었다.


이제는 다음 도시, 과나후아또로 떠날 시간. 칸쿤 다음으로 잊지 못할, 영화 '코코' 속 그 아름다운 도시를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