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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삼일 프로젝트 Jul 24. 2015

파리를 사랑하기 위한 여행

글/사진, 지원국

‘여자 친구의 어디가 좋은가요?’ 라고 누군가 물었을 때, 그녀를 진심으로 사랑한다면 나는 바로 대답하지 못할 것이다. ‘파리의 어디가 그렇게 좋아요?’ 라고 누군가 묻는다 해도 마찬가지다. 나는 바로 대답하지 못한다. 한참을 고민한 후 ‘그냥 좋아요’라고 말한다.


파리는 정말 사랑스러운 도시다. 누군가는 더러움과 불친절함이 가득한 도시라고 질색하기도 하지만 내게 파리는 연애를 막 시작했을 때의 설렘을 주는 곳이다. 사실 이 곳이 왜 이리 좋은지 그 이유는 잘 모르겠다. 왜 여행을 하다 보면 아무 이유 없이 좋은 곳이 있지 않은가. 내겐 피렌체와 잘츠부르크, 리스본이 그랬듯 파리 또한 그랬다.


파리는 유명한 관광 포인트가 많은 곳이다. 에펠탑, 루브르 박물관, 오르세 미술관, 샹젤리제 거리, 개선문, 세느강 등 파리를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사람에게도 익숙한 곳들이다. 대게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주요 관광지만 돌아다니고 파리를 여행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것은 파리를 ‘여행’ 한 것이 아니라 ‘관광’을 한 것이다. 파리와 사랑에 빠지고 싶다면 보는 것이 아닌 느끼는 ‘여행’을 해야 한다.     



Paris ⓒ 지원국
Paris ⓒ 지원국


정해진 길에서 벗어나 보기     


정해진 인생의 길에서 잠시 벗어났을 때 비로소 삶의 재미를 찾았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듯이 파리 여행 또한 그렇다. 거대한 명품샵과 관광객들이 붐비는 샹젤리제 거리와 생 제르망 거리를 걷다가 잠시라도 후미진 골목길에 호기심을 가져보자. 명품샵이 아닌 아기자기한 물건들을 판매하는 작은 가게들과 소소한 스냅 사진을 찍을만한 요소들이 많다. 무엇보다 파리가 이렇게 한적한 곳이기도 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파리의 오래된 거리 중 하나인 무프타르(mouffetard)는 조용한 파리 골목의 대표 격이다. 한국인들에게 유명한 몬쥬 약국 근처에 있는 이곳에는 와인 가게부터 과일가게, 레스토랑과 카페들이 줄지어 서 있고 이들 모두 하나같이 작고 예쁘다. 프랜차이즈들이 들어서기 전 삼청동이라고 생각하면 쉽게 이해된다. 파리의 고즈넉함이 물씬 풍기는 이 길을 찬찬히 걷다 보면 마치 이곳에 거주하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기도 한다.


퐁피두센터가 있는 마레지구 또한 파리를 느끼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다. 파리의 젊음을 느낄 수 있는 이곳은 퐁피두센터를 중심으로 포진되어 있는 카페와 레스토랑의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시간이 부족한 관광객들은 퐁피두센터만 잠시 들리고 마레지구는 스쳐 지나가기 마련이다. 여유가 있다면 마레지구를 걸어보자.   




Paris ⓒ 지원국

  

에펠탑을 위한 숨겨진 명소     


파리가 있어 지금의 에펠탑이 있고 에펠탑이 있어 지금의 파리가 존재한다. 그만큼 에펠탑을 빼놓고 파리를 논할 수 없다. 거대한 고철덩어리로 보이기도 하지만 이상하리만치 매력적인 이 구조물에 파리의 시민들과 여행객들은 깊이 빠져있다.


사람들은 에펠탑의 세 가지에 놀란다. 생각보다 큰 크기에 놀라고, 보면 볼수록 점점 더 예뻐 보여 놀라고, 반짝반짝 빛나는 밤의 모습에 놀란다. 이렇게 아름다운 에펠탑을 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은 정해져 있다. 메트로 trocadero 역의 샤이요 궁은 에펠탑이 가장 정면으로 선명하게 보이기 때문에 관광객들로 항상 붐비는 곳이다. 이곳에서 에펠탑과 인증 사진을 한 장 남기려면 꽤나 치열한 경쟁을 치러야 한다. 특히 밤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상대적으로 사람이 붐비지 않으면서 크고 선명한 에펠탑을 볼 수 있는 곳이 있다. 메트로 trocadero역에서 한 정거장 더 가면 나오는 passy역의 Bir-Hakeim 다리다. 인셉션 촬영 장소이기도 한 이곳은 우리가 흔히 봐온 완벽한 정면의 에펠탑을 볼 수는 없지만 조금은 다른 각도의 에펠탑을 볼 수 있는 곳이다. 관광객이 적어 여유롭게 에펠탑을 보고 사진도 담을 수 있는 곳으로 밤의 에펠탑을 보기에도 최적의 장소이다.     




Paris ⓒ 지원국



허세(虛勢)     


한국에서는  불필요할지 몰라도 파리에서 허세는 한번쯤 부려봐야 한다. 20세기 초반 파리의 예술가들과 문인들이 카페에 앉아 글을 쓰거나 열띤 토론을 벌였던 것처럼 하루만큼은 헤밍웨이와 스콧 피츠제럴드, 살바도르 달리가 되어보는 것이다. 테라스에 앉아 3~4유로 정도 되는 에스프레소 한 잔을 주문해보자. 커피의 진함 때문에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한다. 묘한 긴장감으로 지나가는 사람들을 지긋이 살펴보고 있으면 어느새 파리 소시민의 눈으로 파리를 바라보고 있다.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거나 책을 읽으며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다 보면  두세 시간은 훌쩍 지나가 버린다. 대단한 무언가를 하지 않고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만으로도 파리 여행을 하는 것이다.     




Paris ⓒ 지원국



Raining Paris     


우디 앨런의 사랑스러운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 중 이런 대사가 있다.

‘Paris is the most beautiful in the rain’

‘파리는 비가 올 때 가장 아름답다’


다른 도시의 비는 여행자들을 귀찮게 만들지만 비 오는 파리는 내가 이 도시를 얼마나 사랑하는 지  재확인시켜주는 존재이다. 파리지앵들은 우산을 잘 쓰지 않는다. 그들과  함께해보자. 우산을 쓰지 않고 주머니에 손을 푹 찔러 넣어 비 오는 파리를 기분 좋게 걸을 수 있다면 분명 파리와 사랑에 빠진 것이다.     




Paris ⓒ 지원국



파리의 밤     


밤의 세느 강변을 걷기만 해도 좋은 곳이 파리다. 저렴한 와인을 하나 사들고 강둑에 앉아 적당히 취해본다. 10시 이후 정각마다 반짝반짝 빛나는 에펠탑을 바라보며 탄성을 지른다. 파리의 연인들은 다정하게 혹은 뜨겁게 키스를 나누고 있다. 우연히 지나가는 세느강 유람선에 손을 흔들며 안면이 없는 사람들과 인사를 나눈다. 다시 걸어본다. 걷다 보면 푸른 잔디밭이 나오고 에펠탑이 내 눈 앞에서 주황빛을 내뿜고 있다. 이제부터 잔디밭에 누워 와인을 마시고 에펠탑을 바라보며 행복해하면 된다. 파리는 그렇게 여행하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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