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사진 / 박상환
가을이 저무는 무렵 순례자의 길을 걷다 만나는 광활한 해바라기 밭.
한여름의 햇살을 받으며 샛노란 생명력을 발산하던 해바라기는 어느새 바싹 마른 채로 스쳐가는 바람에도 위태로이 바스락거렸다. 걷다가 눈에 들어오는 저들은 마치 패배나 절망을, 슬픔과 분노를, 상실과 사라짐을 겨우 집어 삼키고서 고개를 숙인 채 소멸의 순간을 묵묵히 기다리는 어떤 존재로 보이곤 했다. 피곤하고 무거운 몸을 이끌고 한나절을 걷는 이에겐 딱히 힘이 되어주는 풍경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저들을 온전히 바라볼 수 있었던 건 겨울이 지나면 다시 저 자리에 피어나 만개할 거라는 걸 알았기, 아니 희망했기 때문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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