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에게 기쁨이 되는 존재이고 싶었다.
엄마에게 도움이 되는 존재이고 싶었다.
엄마에게 힘이 되는 존재이고 싶었다.
엄마를 아프게 하는 내가 되기 싫었다.
엄마에게 짐 덩이가 되고 싶지 않았다.
엄마가 나를 보며 웃어줄 때,
나로 인해 기뻐하는 모습을 볼 때
세상을 다 얻은 것 같았다.
엄마에게 짐 덩이가 될까 봐
엄마를 힘들게 하는 사람일까 봐 조마조마했는데
엄마가 웃으니까,
엄마가 기쁘니까
내가 엄마를 기쁘게 할 수 있는 존재가 되는 것 같아
마냥 기뻤다.
‘너 때문에 힘들어’라는 말보다 ‘너 덕분에 행복해’
‘너 때문에 못살아’ 보다 ‘너 덕분에 살아’라는 말이 듣고 싶었다.
엄마의 모든 것이 나 때문인 것 같았다.
점점 내 자아가 커지면서 신이 되어버린다.
엄마의 감정과, 모든 삶을 통제하는 신.
나로 인해 엄마의 삶이 좌지우지된다고 착각하는
신이 되어버렸다.
그 아이는 그렇게 거기 머물러 신이 된 채
자신 탓으로 하며 울고 있다.
그 아이의 마음은 그대로 머문 채 몸만 자라 버렸다.
몸만 자란 아이는 자식을 낳고 키우며
사랑을 주고받는 체험을 하지만 여전히 뭔가 공허하다.
이게 뭘까.
‘너 덕분에 행복해’라고 말하고 싶은데 ‘너 때문에 힘들어’라는 마음이 올라온다.
‘너 덕분에 살아’라고 말하고 싶은데 ‘너 때문에 못살아’라는 마음이 올라온다.
신인 이 아이는 놀란다
엄마의 삶을 통제했던 아이는 자식의 삶도 통제하려고 한다.
나로 인해 자식의 삶이 좌지우지된다고 착각하는 신이다.
자식에게 줄 사랑이 미숙하다. 배운 적이 없다.
사랑을 주고 싶어도 줄 수 없어 자신을 또 탓한다.
아이는 이제야 알아차린다
자신이 신이 아니라는 것을.
그 어떤 누구의 삶도 자신이 책임질 수 없음을.
받고 싶은 사랑을, 주고 싶었던 사랑을 자신에게 주기 시작한다. 엄마에게 듣고 싶었던 이야기를 자신에게 해준다.
빈컵에 스스로 사랑을 채워나간다.
“니 탓이 아니야.
엄마도 조부모님에게 딸이라고 사람대접도 못 받고 살았데.
그래서 사랑을 주는 방법도 모르고 컵이 메말라서 줄 수 없는 거야. 누구 탓도 아니야. 그냥 서로 아팠던 거야.
이제는 듣고 싶었던 말 내가 해줄게. 스스로 채울 수 있어.
그 누구보다 소중한 너에게 사랑을 표현할 거야. “
“존재만으로 소중한 시은아. 이 세상에 잘 왔어”
“힘든 세상 이렇게 열심히 살아줘서 고마워”
“네 덕분에 행복해”
“네 덕분에 기뻐”
“존재만으로 고마워, 사랑해”
흘러넘치는 사랑을 나 자신에게 준다.
스스로의 몸을 사랑하고 마음을 돌보기 시작한다.
스스로를 사랑하는 엄마 모습을 보면서 아이들은 닮아간다.
마음의 빈 컵은 사랑으로 채워지기 시작한다.
신이었던 아이는 망상에서 벗어나 자유를 찾는다.
마침내 그 사랑이 흘러넘쳐 곁에 있던 모든 이들이 행복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