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의 시간이 리더만의 것이 아닌 이유
사무실에 탄식이 터졌다.
“왜 그래, 김대리?” 최 과장이 물었다.
“이사님께서 또 미팅 시간을 바꾸셨어요.
지금 시간도 어제 바꿔달라고 하셔서 겨우 맞춘 건데…
같이 초대된 영업부장님 하고 재경부 차장님 일정도 다시 확인해야 해서, 골치 아파요.”
김대리의 사내 메신저와 전화기가 바빠졌다.
“네, 부장님. 아, 어쩌죠… 이사님께서 급한 일정이 생기셔서 내일 미팅을 모레로 조정해야 할 것 같아요.”
메일을 보내고, 메시지를 남기고, 일정 확인 요청을 보내지만 상대방이 회의 중이면 바로 답이 오지 않는다.
그리고 김대리 역시 회의 중에 메시지가 도착하면, 또 급하게 대응해야 한다.
김대리는 오후 업무에 도무지 집중할 수가 없었다.
“아차차, 회의실!”
회의실 변경도 깜빡할 뻔했다.
여러 명이 모이는 자리라 규모에 맞는 회의실을 수배하는 것도 쉽지 않다.
간신히 모두 가능한 시간을 맞춰놨더니, 이제는 공간이 문제다.
김대리는 인사팀 담당자에게 메신저를 보냈다.
“내일 대형 회의실 예약하셨죠? 혹시 그대로 진행하세요?”
인사팀은 “신입사원 교육이라 꼭 필요하다”라고 답했다.
난감했다. 김대리의 그날 오후 일정과 모든 업무는 이 일로 인해 미뤄진 상태였다.
그런데 리더가 되면… 이 기억을 잊는 걸까?” 아니면,
“어쩔 수 없었다”라고 스스로를 설득하며 그저 지나가는 일쯤으로 치부하는 걸까.
하지만 이런 일이 반복된다면, 냉정하게 리더 스스로를 돌아봐야 한다.
이 질문에 대한 진단은 다음 세 가지다.
1. 조직의 우선순위 정렬이 안 돼 있다
지금 대부분의 조직은 치열한 KPI 전쟁터다.
모두가 모든 걸 다 잘해야 하는 상황에서 각 부서는 각자의 목표를 가지고 싸우고 있다.
배가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 채 배 안에서는 서로 다른 목적지로 노를 젓는다.
이런 상황에서 리더가 우선순위를 정렬해주지 않으면 혼란은 시스템화된다.
그래서 필요한 건 ‘사명 (Mision) 중심의 우선순위 설정’이다.
리더는 한정된 자원 속에서 무엇을 먼저 해야 하는지 결정해줘야 한다. 새로운 거래처를 열건, 사업을 확장하건, 회의를 할 건지 말 건지조차도 조직의 사명과 원칙에 근거해서 결정돼야 한다.
2. 조직 전체가 이미 과부하 상태다
회의가 너무 많고, 리더 자신도 조정이 안 되는 상태라면 이미 조직이 병든 신호다.
이럴 땐 ‘더 더 더 열심히’가 아니라 ‘잠깐 멈추기’가 필요하다.
이 시점에서 필요한 건 우선순위에 대한 행정적 재 정렬보다,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의 고충을 듣는 시간이다.
회의실이 아니라 1:1 면담 자리에서, 회의에서는 말 못 했던 어려움들을 듣고 실제 해결책을 찾는 리더의 태도가 필요하다.
3. 리더의 무지, 혹은 무심함
자신의 일정 하나를 바꾸는 것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업무와 일정을 뒤흔드는지 리더는 종종 모른다.
그건 정보 부족의 문제가 아니라 배려 부족, 감각 결핍의 문제다.
타임블럭을 바꾸자는 한 마디가 다른 팀의 조정, 회의실 예약, 고객 대응까지 연쇄 도미노를 일으킨다.
그 파급을 리더는 직접 겪지 않으니 그 무게를 모르고, 그래서 계속 바꾼다.
하지만 리더는 조직의 중심이자 모든 영향력의 출발점이다.
조직원의 시간을 자신의 시간처럼 존중하고, 그 시간을 보호할 책임이 있는 사람이라는 걸 잊어선 안 된다.
가장 모범이 되어야 할 사람이다.
조직원은 리더의 시간을 중심으로 움직인다. 하지만 그것은 배려가 전제되어 있을 때만 성립된다.
“내가 회사야”라고 착각하는 리더가 있다.
그래서 스스로의 일정이 바뀌면 모두가 따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건 권위가 아니라 이기심이다. 리더는 혼자서 성과를 내는 사람이 아니다. 혼자서 실패를 만들 수는 있다.
조직의 효율은 리더의 말 한마디, 일정 변경 하나, 1분의 시간 관리에서 갈리기도 한다.
조직원의 시간을 소중히 하지 않는 리더는 결국, 자신의 시간도 존중받지 못하게 된다.
회의는 당신의 시간이 아니다.
모두의 시간이고, 모두의 에너지와 부하(load)를 담보로 잡힌 약속이다.